“대북 ‘전략적 인내’는 끝…외교·안보·경제·군사 모든 조치 검토”


▲17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 /사진=연합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 외교적·안보적·경제적인 모든 형태의 조치를 모색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방한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예방을 마친 뒤 윤병세 외교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심각하게 고조되는 위협 문제에 대해 우리는 우방국과 논의해 평화에 대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20년간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와 안정 그리고 경제적 번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증거로 미국은 1995년 이후 북한에 13억 달러를 제공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그에 대한 답으로 핵무기를 개발했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미국과 우리 동맹국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과의 20년간의 대화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20년간의 이런 시도가 바로 오늘에 온 것”이라면서 “한 때 지역의 안보위험이었던 북한은 이제 인접 국가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틸러스 장관은 이어 “북한 지도부가 현재 가고 있는 노선, 즉 핵무기로 위협을 고조시키는 건 자신들이 원하는 안전이나 경제발전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미래를 갖기 위해서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그리고 대랑 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도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동맹국 방어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으며, 포괄적 능력을 활용해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면서 “동맹국들도 북한 정권에 도발적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좀 더 나은 노선과 미래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틸러슨 장관은 특히 “우리가 유엔 안보리 제재 조치를 최고 수준에서 취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모든 나라가 제재 이행에 동참해야겠지만, 구체적인 제재 조치 바깥에 있는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초강경 제재라 평가 받는 안보리 결의 2270호와 2321호에도 여전히 구멍(loophole)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이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포괄적인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북핵 해법에 있어) 동결을 얘기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미국 조야에서 제기된 대북 군사적 옵션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걸 원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한국과 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모든 옵션을 다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온 틸러슨 장관은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북핵 대응에 있어 중국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또한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고 북핵 대응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점을 분명하게 비판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 조치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중국이 사드를 필요하게 만드는 위협, 즉 고조되는 북한 위협에 대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18일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의 사드 반발 중단을 촉구하고, 북핵 억지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우리는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얘기할 것이다. 사드 배치로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는 건 굉장히 불필요하고 유감스러운 행동들”이라면서 “우리는 한 지역의 큰 나라(중국)가 다른 나라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고자 하는 조치에 보복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틸러슨 장관이 강조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묻는 말에 윤 장관은 “북한의 임박한 핵·미사일 위협에 그 어느 때보다도 효과적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것”이라면서 “외교적인 압박 수단이 하나의 큰 줄기라면, 군사적 억제 방안도 또 하나의 커다란 기둥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윤 장관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공조를 하면서 북한에 고통을 느끼게 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셈법을 바꾸게 해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그동안 다소 미진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 움직일 수 있도록 동력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한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조기 대선으로 들어설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윤 장관은 “한반도에서 당면한 주요 위협이 북한의 위협이라는 점은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크게 바뀔 수 없는 객관적 진실”이라면서 “차기 정부가 어떠한 정부가 되더라도 이러한 엄중성과 긴박성을 염두에 두면서 현명한 판단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교안보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양 장관은 이후 외교장관회담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회담에선 북한 비핵화 전략과 추가 도발 대응 방안, 국제공조를 통한 인권 압박 전략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