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백두산 아닌 한라산 믿어야’ 유행한다는데…

북한 김정은이 2017년 ‘백두산위인칭송대회’에 만전을 기하는 등 이른바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민들 속에서 ‘한라산만을 믿는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입국 탈북민과 북한 거주 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현저히 달라지면서 간부들까지 가족·친척 중에 탈북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으로, ‘백두혈통’을 내세운 김정은 우상화 전략이 주민들에게는 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엔 제재관련 주민 강연에서 ‘제2 고난의행군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주민들은 ‘자기 백성하나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냐’고 비난했다”면서 “또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백두산(김씨 일가)을 우러르기보다 한라산(한국 탈북민 가족)을 믿는 게 낫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에게 한국에 대한 환상이 아닌 적대심을 심어주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북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체제에 대한 비판의식 확산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최근 일반주민은 물론 간부들 속에서도 한국정착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면서 “90년대 (대량아사시기) 같은 경제위기에서 살아남자면 반드시 ‘지원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이제는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기서 ‘지원군’이란 원래는 중공군을 뜻하는 말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명목으로 미국을 반대하고 북한을 지원해줬던 중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때 이 용어를 사용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주민들의 용어 사용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남한 거주 탈북민이 북한 가족에 보내는 송금이 무시 못 할 수준에 이르자, “지원군이 (이제는) 한국의 자녀와 친척을 뜻하는 표현으로 변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한때 일본서 귀국한 재일동포를 부러워했지만 지금은 ‘거지 포’라 비아냥대고 중국친척은 ‘아무런 도배(도움)도 안 되는 깍쟁이’로 낙인찍혀 있다”면서 “최근 가족과 친척에게 자금지원을 받았다는 사례를 보면 한국 거주 탈북자들뿐이기에 이들을 가리켜 ‘든든한 돈줄’ ‘한라산 줄기’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강력한 대북제재로 일본과의 무역은커녕 친척들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 귀국자가족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중국친척 역시 중고 상품 외에는 금전적인 지원을 잘 해주려고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국경지역은 물론 내륙지역에서도 좀 괜찮게 사는 집들을 보면 모두 탈북자 가족들뿐이란 이야기도 나온다”면서 “지역 간부들도 ‘기자회견장에 얼굴 내밀지 말고 조용히 살면 된다’며 대놓고 탈북가족 편을 들어주고는 대신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일부가정에서는 집안에서 맴도는 자식을 놓고 ‘똑똑하지 못한 놈’이라며 꾸짖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