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부자 동상 비추는 ‘1호 전기’도 정전…전력난 심각”



▲북한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우리의 공군) 비행 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 2016’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전했다. 리설주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9개월만이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진행: 6일 <노동신문 바로보기> 전해드립니다. 노동신문이 지난 4일 김정은이 공군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 참관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이곳에서 경기대회 시상식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전투비행술 경기에 특별히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북한 당국은 한국전쟁 때 약한 공군전력 때문에 수모를 겪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B-29 폭격기가 한번 뜨면 김일성도 혼비백산 했다고 합니다. 육·해·공군 각각의 군사력 확충이 중요하겠지만 공군 전력 확보에 가장 힘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전투 비행술 경기대회를 여는 것이 공군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공군력을 강화하려면 일정기간 실전 비행 훈련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상황은 연료가 부족해 훈련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전투 비행사들도 모형을 가지고 훈련을 할 정도니까 전투 비행시설이 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워낙 낡은 장비가 많아 훈련을 제대로 할 수도 없습니다. 북한당국이 공군력를 강화하고자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이번 참관에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동행한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리설주가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9개월 만인데요. 리설주의 동행은 지난 2013년도에 22회에 달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4회에 그칠 정도로 크게 줄어 그간 임신설과 불화설 등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이번에 리설주를 다시 등장시킨 이유가 무엇일까요?

리설주가 이번 행사에 참관한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리설주가 등장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첫째, 리설주가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외부에서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무탈함을 보여주기 위해 김정은과 동행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다양한 군사훈련도 많은데 비행훈련에 참가한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포사격, 탱크훈련 등 군사훈련의 경우 격한 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비행훈련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미있고 구경거리가 많아 김정은이 아내를 데리고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버지 김정일과 차이를 두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때는 북한 사람들이 김정일의 부인이 누군지, 자식은 몇 명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따라서 김정일과는 다르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리설주가 공개석상에 나오는 것이 신선했을 것입니다. 특히 젊은 층은 (김정은과) 연령대가 비슷하니까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호기심이 사그라졌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정적들을 처형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김정은의 행동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경악’ 이었습니다. 따라서 리설주를 동행시켰다고 할지라도 김정은에 대한 호감이 커질 것 같지 않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이 김정은의 ‘남진 발언’입니다. 김정은은 비행술 경기대회를 지켜본 뒤 최후 공격명령을 내리면 침략의 본거지들을 가차 없이 초토화해버리고, 남진하는 인민군 부대들에 길을 열어 주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남진’이란 남한, 즉 한국으로 진격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공군 전투 비행기들이 남한을 초토화 시킨 다음 북한군이 손쉽게 점령한다는 뜻입니다. 김정은은 전쟁을 아이들 군사놀이로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북한군, 북한 주민들에게 ‘남진’이라는 것이 호응이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한국처럼, ‘알권리’가 존중되는 민주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공개돼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군, 북한 주민들은 북한당국에서 선전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김정은이 한마디 하면 “우리 군이 상당히 강력하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북한 당국이 미국에게 항상 큰소리를 치니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에 굉장한 무기가 있나보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판문점 지대에서 권총을 한방 쏘니까 비행기가 떨어지고, 200명이 속한 대대가 밀려왔다”는 이야기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자주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권총 한방 때문에 적군이 순식간에 몰살했다”는 황당한 유언비어가 나돈 적도 있습니다. 이런 유언비어는 강연에서 하는 말보다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져 효과가 더 좋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남진’이라는 말을 쓴 것은 대외적인 목적도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군사적으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대내적인 ‘선전용’ 이라고 봅니다.

-노동신문이 11월 30일 애국심을 언급하며 전기 절약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12월 5일 사설에서도 전기 절약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전력문제가 많이 심각한가요?

북한은 전력 문제가 심각합니다. 제가 한국에 정착, 회사에 다니면서 전기절약에 대해서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점은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몸에 베인 습관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11월 중순부터 다음 년도 6월까지 전기사정이 최악입니다. 물론 평양 화력발전소, 동평양 화력발전소, 북창화력발전소 등이 있지만 질 좋은 석탄이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고 있어 전력생산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또한 화력발전소의 핵심인 터빈 날개, 증기를 배출하는 노줄 등 설비를 교체하지 못할 만큼 재정상태가 열악하고 노후화 돼 있어 전력생산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발전소의 상태가 이렇다보니 인민들에게 “절약하라, 절약하라”는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1년에 한 번 명절에 ‘배려전기’라는 것을 공급해줍니다. 젊은이들은 ‘배려전기’라는 말을 잘 모를 것입니다. 또한 전기를 준다고 해도 전기히터를 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히터를 쓰다가 발각되면 큰 문제가 됩니다. 전기를 낭비했다는 명목으로 공개총살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전기 절약 사업과 더불어 통합 전력관리체제를 구축했다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모든 과정을 북한 스스로 해냈다며 자축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통합관리체계’의 경우 다른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에 마련해 둔 것 아닌가요?

‘통합전력관리체계’라는 것은 한국과 개념이 다릅니다. 북한에서는 ‘교차생산체계’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체계’라는 단어 때문에 전력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가 조금만 부족하면 교차생산 관리를 할 수 있지만 전력생산이 열악한 상황에서 관리체계를 논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1호 전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1호 전기’란 김일성 동상, 주체사상 개선문, 사적지 건물 같은 주요 건물에 사용됩니다. 이는 인민생활과 전혀 관련이 없는 곳에 쓰이는데 밤낮에 상관없이 전기를 사용합니다. 다만 인민생활에 쓰이는 곳은 병원 수술실 하나입니다. 하지만 정전이 많이 되다보니 ‘1호 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