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재단 출범 지연에 與野 비난화살 피할 수 있나?

북한인권재단이 출범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게 됐다.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나 지났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이사 추천 지연으로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2017년 통일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재단 예산마저 삭감됐다.

통일부는 7일 북한인권법 시행으로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립될 예정인 북한인권재단 관련 전체예산 134억 중 16억이 삭감됐고, 이중 12억 5천만 원이 NGO 지원 예산이라고 밝혔다.

재단 출범과 관련해 ‘진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오던 통일부는 국회에서 재단 예산마저 삭감되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데일리NK에 “재단 출범을 지속적으로 국회에 건의해왔다. 국회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재단 예산이 삭감된 것”면서 향후 재단 활동에 차질을 우려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이사 추천이 이루어져야 이사회를 구성, 조직을 만들고 기본계획부터 시작해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면서 국회에 이사 추천을 촉구하기도 했다.

재단 출범 안하나, 못하나…더불어민주당 “상근 이사직 달라”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 원인에는 일단 더불어민주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출범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국회사무처에 재단 추천 이사 명단을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이 재단의 상근 이사직을 요구하면서 이사 추천을 미루고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여야 추천 몫 10명 중 새누리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국회사무처 의사국에 명단을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4명)은 아직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여야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완료돼야 국회의장의 결재를 받고 정부에 명단을 제출할 수 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진은 통일부 장관 2명, 여당과 야당이 각각 5명을 추천해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상근 이사직은 이사장과 사무총장 두 자리다. 차관급인 북한인권재단 이사장은 이사진의 호선으로 선출되며, 사무총장은 이사장이 임명한다.

정부와 여당 추천 인사가 7명이라서 이사장은 정부 추천 인사 중에 선출되고, 선출된 이사장은 정부 혹은 여당 추천 인사 중에 1명을 사무총장으로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재단 상근 이사직 1명을 야당 몫으로 보장해달라며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의 요구는 재단의 상근 이사직 1명을 우리 당 몫으로 받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답을 주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그래서 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북한인권법, 북한인권재단의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재단이 정부 뜻대로 구성되면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운영될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재단이 균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한 재단 구성 운영의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덧붙였다.

“여야 정치적 셈범에 재단 구성 못해…둘다 비난 화살 피하지 못할 것”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이런 입장이 여야합의로 통과된 북한인권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탄핵 정국 이후를 고려한 일종의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원웅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여야합의로 이뤄진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될 재단이 민주당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성 자체가 싫은 것이다. 민주당이 심통을 부리려는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단 출범과 관련해 초기부터 관여해 왔던 익명의 한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재단 출범을 지연시키고 있는 요소일 수 있다”면서 “출범이 빨리 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출범 지연은 장기화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조기대선이 치러지고 여야가 바뀐다면 북한인권재단 이사진 구성이 현재의 야당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면서 “야당 입장에서 재단 출범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 원인이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 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우리사회 전체의 잘못으로 돌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재단을 출범 시키지 않는다고 민주당만 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북한인권을 위한다는 재단에 ‘인권 증진’은 온데간데 없고, ‘자리다툼’만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소장은 “과연 정치권이 진정으로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재단 이사직에 앉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냐”고 지적하며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당리당략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