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들러리 故류미영에 화환 종교자유 ‘선전쇼’



▲류미영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장례식이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열렸다. 이날 장례식은 사회장으로 진행되었으며 김정은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미영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은 폐암으로 투병 중 지난 23일 95세를 일기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진행: 30일 <노동신문 바로보기> 전해드립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4일, 25일, 류미영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슬픔을 표하고 그의 약력도 소개했는데요. 북한에서도 종교를 인정하는 건가요?

북한에서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인민에게 종교가 “마약과 같은 존재다”면서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에서 종교는 사람들의 사상을 조종하는 나쁜 겁니다. 북한에는 천도교 청우당, 그리스도연맹, 천주교 협회, 불교도 연맹이 있습니다만, 이들은 북한 당국이 통일전선 차원에서, 즉 선전을 위해 만든 조선노동당의 ‘비밀 외각 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천도교 청우당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방 후 공산당이 창건될 때 천도교 청우당도 함께 창당됐습니다. 청우당은 해방 후 종교인들이 많이 망라되어 영향력도 컸습니다.

북한의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6·25 전쟁을 “공산당과 천도교 청우당 간의 내전이다”고 말할 정도로 공산당과 청우당은 치열한 싸움을 했습니다. 후퇴 시기 치안대의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공산당에 앙심을 품고 있던 천도교 청우당편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해방 후 ‘종교’를 눈엣가시처럼 여겼습니다. 그러면서 김일성이 탄압을 많이 했고 결국 없애 버렸습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은 천도교 청우당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허울뿐인 당,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화환도 보내고 당, 정권기관, 사회단체, 중앙기관 근로자들이 류미영의 무덤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고 합니다. 류미영이 갖는 사회적 위치가 꽤 높아 보이는데, 어느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순서별로 본다면 30번째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류미영이라는 인물은 남한 사람들도 잘 알 겁니다. 그는 1960년대 한국에서 외무부 장관과 서독 주재 대사를 지낸 최덕신의 부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류미영에게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대우를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한과 통일전선을 하려면 천도교가 필요했습니다. 다시 말해 남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려면 천도교 청우당이 필요했다는 이야깁니다. 따라서 남한에서 온 사람에게 청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준 것입니다. 이때 가장 유력한 사람이 류미영이었습니다. 하지만 천도교 청우당이 북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순전히 외부에 ‘보여주기 식’입니다.

정당의 중앙위원장이 사회적인 위치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자동차도 벤츠를 타고 다닙니다. 그러나 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정당 활동을 하려면 당원을 모집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앙위원회 청우당원들 마저 100% 조선노동당 비당원입니다. 예를 들면 봉수교에 있는 직원들이 100% 조선노동당원들입니다. 이들은 주간 생활총화도 합니다. 또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성원들이 담당 부원으로 있고, 통일전선부에도 부원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지도부와 통일전선부 사이에 알력 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복잡합니다.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데, 종교계 인사의 장례를 국가 차원에서 챙기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지?

다시 말해 당수(정당의 우두머리) 아닙니까. 북한 당국 차원에서 장례를 챙기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또 류미영이 당수이기 전에 조선노동당의 들러리 역할을 얼마나 많이 해왔습니까. 그런 사람이 죽었다면 내버려 둘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또한 류미영은 앞서 말한 것처럼 최덕신의 부인입니다. 예우 차원에서도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이만큼 김정은의 사랑으로 부각시키기 좋은 상황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 입장에서 그가 과거에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후에 “우리에게 왔고, 우리가 넓은 사랑의 품으로 안아줬다”고 하는 것이 선전하기 좋습니다.

-노동신문이 11월 27일 1면에 쿠바의 최고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 다음날에는 피델 카스트로의 약력까지 상세히 소개했는데요. 특히 김정은이 북한 주재 쿠바 대사관까지 직접 가서 조의를 표했는데, 이렇게 각별히 쿠바를 챙기는 이유가 있을까요?

북한은 쿠바를 사회주의 전 초선에 함께 서있는 전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북한은 스스로를 사회주의의 ‘동방 초소’, 쿠바는 ‘서방 초소’로 부르면서 ‘한 참호를 쓰는 형제’라고 말해오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전우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각별하게 챙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카스트로는 김일성과도 가깝게 지냈습니다. 1986년 카스트로가 평양을 방문할 당시 김일성이 소총 10만 정(자동보초 탄약) 등의 무기류를 무상으로 선물한 적도 있습니다.

쿠바는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쿠바는 미국 근처에 있으면서도 굳건히 사회주의를 지켜왔는데, 이에 북한이 쿠바를 훌륭한 국가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또한 북한 인민에게 가장 유익한 선전 거리가 될 수 있었던 국가도 쿠바입니다. 19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고, 중국마저 일정 부분 사회주의에서 이탈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게 쿠바는 여전히 사회주의 기치를 들고나가는 형제 국가, 전우 국가가 되는 겁니다. 2008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넘겨준 다음에도 피델 카스트로는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90살이면 장수한 편입니다. 역사가 훗날 피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는 후대에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북한 당국에 의해 ‘김정일 출생지’로 선전되는 양강도 삼지연군을 시찰했다. 노동신문은 28일 김정은이 김정일 동상에 이어 삼지연군문화회관, 삼지연학생소년궁전, 삼지연혁명적지답사숙영소 등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11월 28일 노동신문이 김정은의 삼지연군 현지지도에 대해 세 면에 걸쳐 전했습니다. 오는 12월17일 김정일 사망 5주기와 관련이 있는 행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김정일이 죽은 지 5년이나 됐습니다. 저도 김정은이 이 추운 날씨에 삼지연에 갔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대체로 삼지연은 더운 여름 7월, 8월에 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삼지연에는 특각(별장)이 있고 여름철에 상당히 시원한 곳입니다. 과거 김일성도 여름 한철은 삼지연에서 늘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을 김정은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왜 갔겠습니까. 김정은이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하겠다는 것을 북한 인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양강도 삼지연, 특히 백두산 하면 혁명의 성지로 북한 인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이곳을 방문해 “나는 혁명의 계승자”라며 대내외적으로 선전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은 삼지연군이 김정일의 고향군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사실 김정일은 러시아(당시 소련)에서 태어났지 않았겠습니까. 역사까지 날조해서 김정일이 삼지연군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북한 인민들은 잘 알 겁니다. 사실 소련에서(블라디보스토크 북방 70km) 태어났다고 하면 “지도자감이 안 된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우스워지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 인민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까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북한 당국이 북한 인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 같습니다. 북한 인민들은 김정일이 백두산 밀영(密營)에서 태어났다고 우기기 위해 김일성이 찾아간 내용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삼지연군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자신이 백두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백두 정신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백두산에서 태어나면 백두산 정신을 다 이어받는 것은 아닙니다. 양강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혁명정신이 더 투철한가요? 역설적으로도 양강도에서 탈북한 주민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북한 당국이 말하는 삼지연 사람들을 다 혁명가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