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南정착 탈북민, 인권 지옥 北서 벗어났지만…

지난 21일부터 3일간 ‘제6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NHIFF)’가 열렸다. 북한인권 개선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목표로 한 이 영화제에서는 한국·프랑스·중국·미국·러시아·아일랜드 등 총 6개국 15편의 화제작들이 대중 앞에 선보였다. 데일리NK는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된 작품들 중, 영화제가 주요 라인업으로 선정한 ‘탈북민·정착 섹션’의 마담B와, 영화제의 ‘제작 지원작’중 하나인 공채사원’ 등 2편의 내용을 소개한다.
 
#1. 영화 ‘마담B’ (윤재호 감독)

윤재호 감독의 ‘마담B’는 탈북 여성의 비극적 인생에 초점을 맞춰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한 사람의 인생을 담담하게 관찰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띤 이 영화는 북한여성의 탈북 과정을 세세하게 다루면서 ‘인권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을 상세하게 표현한다.

북한에 남편과 두 아들이 있었던 주인공 ‘마담B’는 중국으로 넘어가 1년 일하고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브로커의 농간으로 시골 중국 남성에게 팔려가게 되고 두 아들을 탈북 비용을 벌고자 했던 ‘마담B’의 계획은 좌절된다. 



▲ 주인공 마담B(왼쪽)가 중국남편과 생활하고 있는 모습. /사진=영화 스틸컷

영화는 ‘마담B’가 중국 남편을 선택하는 장면을 통해 인간의 ‘보호’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의사에 반해 결혼을 강요받았지만 결국 계속되는 중국 남편의 배려에 마음을 열게 된다는 것. 

영화는 ‘마담B’를 통해 탈북민 정착 제도의 허점도 꼬집는다. ‘마담B’가 중국남편의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 입국에 감격했던 것도 잠시, ‘비보호 탈북민’으로 분류돼 정착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중국에서 거주할 때 간첩 및 마약 밀매 등 범죄와 연루됐다는 의심이 ‘마담B’가 ‘비보호 탈북민’으로 분류된 이유였다. 



▲ 마담 B는 남한정착 후 비보호 탈북민으로 분류된다. 집을 배정받지 못해, 먼저 한국에 정착한 북한 남편 및 두 아들과 함께 살게 된다. /사진=영화 스틸컷

‘비보호 탈북민’은 입국이 허락돼 대한민국 국민이 됐지만 보호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탈북민으로, 정착지원금과 주거지원금, 임대주택, 직업훈련 지원금, 취업장려금 등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북 혐의자 ▲체류국에 10년 이상 생활 근거지를 둔 사람 ▲그 밖에 보호 대상자로 정하는 것이 부적당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국내 입국 후 1년이 지나서 보호신청한 사람이 ‘비보호 탈북민’으로 분류될 수 있다.

영화는 간첩이나 안보상의 문제를 가려내기 위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을 ‘보호’와 ‘비보호’로 구분하는 상황을 조망함으로써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비보호 탈북민을 위해 사회통합 차원에서 개선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제69회 칸 영화제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 다큐 부문과 감독주간 단편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던 ‘마담B’는 내년 2월 프랑스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2017년 상반기 일본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2. 영화 ‘공채사원’ (김태웅 감독)



▲ 대한민국에 온지 16년이 된 주인공 영호는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이 되고 싶다. 그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스펙으로 한 기업의 공채사원이 된다./사진=영화 스틸 컷

“영호 씨는 특채가 아니라 공채로 지원했네요?” “네, 저는 대학도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지원해 입학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영호’가 회사 면접장에서 면접관들과 나눈 대화다. 영화 ‘공채사원(감독 김태웅)’은 한 탈북민이 공채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지 16년이 된 ‘영호’는 탈북민 특혜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기업 공채에서 합격한다. 하지만 입사 후 배치 받은 영업 2팀엔 정규직 전환이 내정됐지만 영호로 인해 좌절된 한 인턴사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영호는 팀 내에서 미움을 받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회사 사내잡지에 ‘공채에 지원해 합격한 탈북민’이란 제목으로 영호의 사연이 소개된다. 그동안 영호가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그가 탈북민인줄 전혀 몰랐던 팀원들은 당황해하며 영호를 은근히 멀리하게 된다.



▲영호가 들어간 영업2팀에는 정규직 전환이 내정됐지만 영호로 인해 좌절된 인턴사원이 있다. 이로 인해 영호는 팀내에서 미움을 받고 적응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사진=영화 스틸 컷

김태웅 감독은 영화제 개막식 인터뷰에서 “또래 친구들이 취업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탈북민이 특채가 아닌 공채로 입사하는 것과 관련, “그들이 혜택을 받는 걸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혜택을 받지 않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이런 내용을 구성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영화를 관람한 탈북 대학생 허준 씨는 “지난 여름방학동안 인턴생활을 했는데, 영화에 나오는 영호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면서 “탈북민들이 어디에 취직을 하든 충분히 직면할 수 있는 장면들을 (영화에서) 잘 그려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허 씨는 “영호가 공정한 경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선이 결코 좋지 못한 것을 보면서, 탈북민 인식에 대한 문제도 느낄 수 있었다”면서 “탈북민을 좀 더 넓게 이해해주고, 그들도 결코 경쟁에 뒤쳐지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에는 실제 배우들이 좋은 취지에 공감, 출연을 결정했다. 영호 역에는 배우 조동인, 연주 역에는 배우 주가영, 오대리 역에는 배우 이동훈, 서과장 역에는 배우 이철민, 이차장 역에는 배우 박노식 씨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