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갈망하는 北주민, 비디오방서 외부 영화 본다”



▲ 북한 주민들이 개인 집에서 노트텔로 외국 영화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정보자유국제연대(ISFINK)는 28일 ‘대북미디어 콘텐츠 강화와 혁신 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 지난 5월 북한 함경북도에서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사진=북한정보자유국제연대(ISFINK) 제공

새로운 것을 알게 된 느낌이라고 할까. 북한에서 라디오를 듣는 순간, 오싹한 것도 아니고 머리서부터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북한정보자유국제연대(ISFINK)는 28일 서울 전국은행회관 2층에서 ‘대북미디어 콘텐츠 강화와 혁신 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북한 내 외부정보의 유통·유입 실태를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올해 5월 함경북도에서 촬영된 북한 내부영상 및 탈북민의 증언 등으로 구성·제작된 ‘북한정보자유화의 꿈 전파에 실어(ISFINK·국민통일방송 제작)’ 영상에는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갈망 및 대표적인 습득 경로에 대한 설명 등이 담겨있다.

통일아카데미 및 북방연구회와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강신삼 북한정보자유국제연대(ISFINK) 공동대표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외부정보를 원하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었다”면서 “한국사회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또한 강 대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북한 내 정보 자유화’ 촉진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위해 외부 정보 유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ISFINK, 지난 5월 함경북도서 촬영된 북한 내부 영상 공개

이날 ISFINK가 제작·공개한 영상 내용 중에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지난 5월 함경북도에서 촬영된 북한 내부 영상이었다. 

특히 북한 식 비디오방(개인집 개조)에서 가격 흥정을 하는 북한 남녀 주민의 대화는 주목을 끈다. 외부 영상이 삽입된 알판(CD)이나 메모리(USB)를 빌리는 보도는 나온 적 있지만, 비디오방의 존재가 영상을 통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상에서 남녀는 비디오 시청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다. 손님으로 보이는 남자가 비디오 대여를 요청하고 주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는 값으로 북한 돈 ‘500원’을 요구한다. 최근 함경북도 쌀값이 1kg에 5000원~5300원인 것을 고려하면 다소 저렴한 비용이다.

하지만 개인집을 빌려주는 것으로 하루 쌀 1kg을 살 수 있는 돈 5000원을 버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4인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 이제는 이러한 일을 하겠다는 주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비디오방으로 개조된 개인집에서 노트텔을 통한 영상물 시청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영상에는 모자(母子)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이 노트텔로 외국 영화를 보는 모습이 담겨있다. 비록 노트텔 화면이 작어서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고 영화를 시청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는 듯 보이지만, ‘강냉이’로 추정되는 간식거리를 먹고 있는 장면에서 영상 시청이 상당히 자연스러움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정보를 향유할 자유는 북한 주민들에게 온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당국의 검열과 감시를 피해야 하며 적발당할 시에는 교화소 행(行)은 물론 심할 경우에는 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ISFINK 관계자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비디오방에서 미제 영화 등을 보기 위해서는 증명서(신분증)검사가 필수다”면서 “일반 주민들에겐 미제 영화 등이 있다고 말해준다. (하지만)보안원(경찰) 신분증을 내미는 사람들에겐 미제 영화가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또 소식통은 “그자들(보안원 및 보위원)에게 여기(비디오방)에서 나가라고 말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동대상 영화를 틀어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마저도 북한식 정경유착으로 인해 단속이 약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주민들에게 뇌물을 받은 보안원들이 이런 행위를 눈감아주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이런 문화를 향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다.

北 주민, 노트텔·단파라디오·모바일 통해 외부 정부 습득



▲ 이날 ISFINK는 공개한 영상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주요 외부 정보 습득 경로로 노트텔, 단파라디오,모바일을 꼽았다./사진=북한정보자유국제연대(ISFINK) 제공

한편 이날 ISFINK는 공개한 영상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주요 외부 정보 습득 경로로 ▲노트텔 ▲단파라디오 ▲모바일을 꼽았다. 영상에서 탈북민들은 증언을 통해 외부정보는 “말 그대로 신세계”라고 입을 모았다.

노트텔 등 미디어 기기를 통해 한국 영상 콘텐츠를 접한 평양출신 최성국(現 웹툰작가) 씨는 “북한에서 라디오를 듣는 순간, 오싹한 것도 아니고 머리서부터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외부정보가 그냥 정보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서 뭔가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의문점 등을 해결해 주는 정보였다”고 말했다.

현지 북한 주민과의 통화 내용 공개를 통해 대북라디오방송의 청취 실태를 알려주는 내용도 담겼다. 영상에서 평안남도 주민은 ‘요즘 외국 소식은 어떻게 접하느냐’고 묻는 말에 “주로 남조선(한국) 라지오(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주민들이) 거의 듣는 것 같다”고 답했다.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모바일(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 외부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증언에 따르면 이들 노동자들 중 일부는 핸드폰을 이용해서 북한 내부 소식을 주로 전달하는 대북라디오방송 등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은 스마트폰 등이 외부정보 유입의 통로가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한때는 회수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암묵적으로 사용이 용인되는 분위기라는 것이 ISFINK의 설명이다.

영상에서 해외 파견노동자 출신의 탈북민은 “해외 노동자들에게 스마트폰을 통해 습득되는 외부정보는 몽땅 다 새롭게 듣는 소리”라면서 “특히 북한에 있을 때 내부 강연회 등을 통해 북한 당국이 한국 사회에 대해 말하던 것이 사실과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탈북민은 “소식을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불신이 강하게 박혀 있다”면서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남한 정부나 시민단체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북한인권을 소중히 여긴다면 이에 대해서 더 많은 힘을 써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ISFINK가 28일 공개한 북한정보자유화 전파에 실어 영상. /자료=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