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법 내달 4일 시행…실효성·적용대상 논란 여전

정부가 30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 시행령안을 의결했다. 2005년 발의 후 11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국회에서 표류했던 북한인권법이 9월 4일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되지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향후 행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선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단의 이사진 구성은 물론 조직 정비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북한인권법이 9월 4일부터 시행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유관부서와 협의 중이겠지만 연간 134억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게 될 재단 이사진이 아직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재단 이사진이 향후 국내에서 북한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에 대한 지원기준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사진 구성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북한인권 단체의 사업비용을 지원하게 됨에 따라, 예산 지원을 목적으로 한 인권단체의 난립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원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정부가 북한인권법을 계기로 총괄하게 될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놓고 기존에 업무를 담당해 오던 민간과의 진통이 예상된다. 기존에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인권 실태 조사 방식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실효성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에 대한 전수조사 등은 서울대,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등이 통일부의 위탁을 맡아 진행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하나원 등에 입소한 탈북민 조사라는 기본 조사 방법에서 달라질 것이 없다”면서도 “(신설될) 센터에 법무부에서 검사가 파견되는 등 법적 절차가 강화된다. 그런 면에서 (탈북민 조사라는)출처는 같지만 과거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한 공정한 조사와 기록보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인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범주에서 중국 등 제3국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민들이 제외됐다. 적용 대상 논란에 굴복한 것으로,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수차례 논의돼 왔던 사항이지만 외교마찰 등 관련국과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법 제3조에는 북한 주민을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거주하며 이 지역에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 생활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해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북한인권법 시행이 인권유린 가해자인 김정은 체제에 압박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권 유린 가해자가 북한에 있는 상황에서 ‘처벌’하기가 쉽지 않지만,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실질적인 인권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인권법 시행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북한인권법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북한인권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북한인권법은 인권 증진을 위해 미룰 수 없는 시급한 현안이며 한반도 평화통일을 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인권법은 현재 북한주민들과 미래의 한반도 구성원 모두를 고려한 것”이라면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인권 보호소도 마련했다. (이렇게) 자신들이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인권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거나 인권유린의 가해자인 북한 당국을 처벌할 수 없으니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북한 당국을 압박, 변화를 촉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 시행에 맞춰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며 북한인권기록센터 및 보존소를 둘 계획이다.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출범하는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 실태 및 인도적 지원 관련 조사·연구, 정책 개발, 민간단체를 통한 북한 인권지원 등을 맡는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기존 통일연구원과 NKDB 등에 위탁한 탈북민을 상대로 한 북한인권 실태조사를 담당한다. 법무부 산하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수집된 자료를 넘겨받아 보존·관리한다.


조직의 성격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조사에, 북한인권재단은 연구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