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사드배치 불만 표출…尹장관에 “한중 간 신뢰 해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4일(현지시간) 한국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해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양국)의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ASEAN)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라오스 비엔티안 호텔에서 1시간가량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자리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한미가 지난 8일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처음이다.

이어 그는 “우리가 동료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중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로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했으며 이는 책임 있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사드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 등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히고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왜 해치지 않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윤 장관은 또 고사성어인 ‘추신지불(抽薪止沸), 전초제근(剪草除根)’을 인용하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를 활용함으로써 현 문제의 근원이 사드가 아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윤 장관은 이어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라는 뜻의 고사성어 ‘봉산개도 우수탑교(逢山開道 遇水搭橋)’도 언급하면서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드 배치에 대한 한중 간의 입장차가 재확인된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와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입장은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왕 부장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안보리 대북결의 2270호의 엄격한 이행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윤 장관도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의 안보리 결의의 엄격한 이행 발언을 평가하고, 유엔 안보리는 물론 ARF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노동 및 스커드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RF 기간 중 북중 외교장관 간 양자 회동이 이뤄질 지도 주목된다. 왕 부장은 윤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ARF에 참가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오늘이나 내일 중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중 회담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