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빙두(마약) 남용 중독사해도 당국은 나 몰라라”

우리에게 ‘마약’은 흔하지 않은 이야기다. 가끔 관련 뉴스를 접할 때 분노하기도 하지만, 금세 잊는다. 또한 어휘가 주는 강렬함 때문에 경계심이 든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주민들에서는 ‘빙두’ 혹은 ‘얼음’이라고 불리는 필로폰이 너무나도 쉽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마약은 누구든지 돈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마약 오남용이 만연해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성에 대한 교육도 전무하다. 심지어 적발 시 처벌도 부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속을 한다고는 하지만 뇌물만 고이면(바치면) 다 해결된다. 대부분 1년 이하 단련대 처벌을 내리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병(病)보석으로 풀어주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릴 뿐이다. 당국이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당국이 오히려 마약을 제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  1990년 초 서방 공산권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지원이 끊기자, 통치자금 마련을 위해 ‘백도라지 사업’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비자금을 관리하는 ‘38호실’과 ‘39호실’이 적극 아편을 대량으로 재배하면서 마약제조 및 해외밀매를 주도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빙두는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가 직접 담당하고 있는 ‘함흥제약공장’에서 생산된다. 생산된 제품의 90%이상이 중국이나 필리핀 등의 동남아 국가에 밀매된다. 북한 당국은 한때 100만 달러 이상 판매 실적(?)을 올린 사람에게는 중앙당에서 ‘백도라지 영웅’ 칭호를 수여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마약 대부분은 함흥의학대학 약대생들과 개인이 결탁해 제조한 것이다. 특히 돈주(신흥부유층)가 3000~5000달러를 투자해 대량생산하고 중국으로 밀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북한 마약관리법 제2장 제17조에는 “마약 생산은 제약기사, 약제사, 수의사 같은 해당한 기술자격 요건을 소유하였거나 정해진 일군만이 한다. 마약생산과 관련이 없는 자는 마약생산현장에 들어갈 수 없다”로 명시하고 있지만, 생산정보 유출 차단이나 그에 따른 처벌에 관한 법조항은 없다.

마약 확산에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이야기다. 또한 열악한 의료체계도 한몫했다. 주민들은 약을 구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마약을 의약품 대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마약은 북한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심지어 아편을 직접 텃밭에서 재배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치통, 신경통, 대장염, 장염에 걸렸을 때 복용하는 등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어차피 이들을 치료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둔다.

또한 당국이 제대로 된 교육과 대책 마련을 하지 않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 ‘빙두가 피부 미백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출산 후유증, 부인병에 좋다’는 등 마약의 효용에 대한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퍼지는 경우도 많다.

탈북민 전소연(가명)씨는 최근 데일리NK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걷지 못하던 동네 할머니가 거동이 가능해졌다거나 치통, 관절염 등에 복용했더니 효과 있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면서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명에 상관없이 빙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민도 “여성들 사이에서는 빙두가 여성병에 무조건 좋다는 속설이 퍼지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빙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부작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그냥 여기저기 좋다고 해서 복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이 빙두를 쉽게 하는 건 (당국에 의해) 대량 생산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마약류와 달리 중독이 안 된다고 생각해 쉽게 복용을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만약 중독되더라도 1개월 정도 복용을 끊으면 회복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믿음과 달리 빙두 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탈북자는 “친척 중 한 명이 빙두를 과다 복용하고 잠을 자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면서 “보통 하루에 한 번 빙두를 습관적으로 했는데 사망하기 전 심장이 너무 아파 아예 잠을 못 자는 날도 많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보통 주민들 사이서 유통되는 마약은 B급으로 1g에 50~100위안 정도에 거래되며 A등급은 1500~2000위안으로 거래 된다”면서 “병에도 좋다고 하고, 가격도 비싸다는 이유로 주민들은 큰 거래(장사)를 마무리할 때 알쌈(조력자)에게 감사표시로 선물하기도 한다”고 마약 남용의 실태를 전했다.

이처럼 북한에서 마약이 고급 술과 담배를 제치고 대표적인 선물 용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마약은 곧 권력이다”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마약 밀매업자들이 기득권 세력과 결탁, 북한 내부는 물론 해외로까지 자유롭게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 당국이 통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마약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데 강력한 처벌에 나설 수 있겠는가”라면서 “강력한 국제 제재로 자금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은 체제도 ‘마약 공화국’에서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