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 저버리는 납북자 생사확인 외면 부끄럽지 않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납북자 생사확인 요청을 위해 북한에 보낸 편지 / 사진제공=납북자가족모임

남북한이 5일 이산가족 생사 확인 결과가 담긴 회보서를 교환한 데 이어 8일 최종 상봉자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가운데, 전후 납북자들의 가족들이 지난 달 북한에 납북자의 생사 확인을 호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를 비롯한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를 찾아, 북한 대표부에게 납북자 생사 확인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김정은의 이름 앞으로 쓴 이 편지는 애초에 제네바를 찾은 북한 대표부에게 직접 전달될 예정이었으나, 북한 대표부가 납북자 가족들의 접근을 막아 우편으로 발송됐다.

최 대표는 편지를 통해 “우리는 납북 피해자 가족으로서 수십 년 동안 부모와 형제, 자식,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납북자 조사를 위한) 남북한의 협상만 잘 되길 고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아무런 정치적 이념이나 목적이 없는 가족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송환이 아니고 생사확인”이라면서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납북자들에 대한) 전면 생사확인을 지시해 천륜을 갈라놓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김정은을 향해 “당신의 부친(김정일)은 일본 총리를 평양에 불러 납치 사실을 사과, 인정하고 남은 사람을 일본으로 되돌려 보냈으며, 사망한 사람의 사망 일자까지 자세히 알려줬다”면서 “그러나 우리에게는 같은 동족, 같은 민족이라면서도 무조건 확인이 불가하다는 통보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정일이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에게 북한의 납치 사실을 인정한 일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신도 부친 사망에 울고 슬퍼하지 않았던가”라면서 가족들의 생사도 알지 못해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고 있는 납북자 피해 가족들의 아픔을 알라달라고 읍소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으로 “남북은 이제 시간이 없다”면서 “(납북자에 대한) 전면 생사확인에 합의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한편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공식 인정한 6·25전쟁 이후 납북자는 517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