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방송 한번 들으면 중독돼…김정은 비리에 관심 많아”

북한이 대북 확성기를 중단하고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추진키로 한 ‘남북8·25합의’ 타결 이후 북한 내 정보 자유화를 촉진하는 단파 라디오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확성기가 북한 군인과 주민들에 미치는 영향력을 재확인한 북한이 외부 정보 유입을 막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에도 주민들의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외부 세계 정보에 목말라하는 북한 주민들이 라디오나 남한 드라마와 영화를 당국의 단속을 피해 지속적으로 청취하거나 시청하고 있다는 것.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위(당국)에서는 외부 세계와의 엄격한 격리 목적으로 주민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라지오(라디오)에 대한 단속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고 있다”면서 “지역 국가안전보위부와 ‘전파탐지관리국’ 검열성원들이 각 가정을 돌며 주파수 봉인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또한 남한 방송을 듣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해 ‘조선중앙방송’ 주파수를 대북 라지오 주파수와 거의 같게 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돌아가는 세상사에 관심이 점점 더 많아져 단속요원의 눈을 피해가며 주파수를 요리조리 바꿔가며 꾸준히 방송 듣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이 이처럼 남북 접촉 이후 주민들의 라디오 청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이 같은 단속에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해 라디오 방송에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비교적 음성적으로 라디오를 듣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라지오 단속이 강화되면 될수록 주민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있기에 그러느냐’는 식으로 호기심에 끌려 오히려 더 듣게 된다”면서 “이같이 처음에는 호기심에 끌려, 다음에는 재미로, 그 이후에는 완전히 중독돼 하루라도 듣지 못하게 되면 참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만약 단속에 걸려도 ‘듣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떼면 단속원들도 어쩔 수가 없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파수꾼 열 명이 도적하나 지켜내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단속하는 놈이 어리석다’고 비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단속이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정주부들도 주민왕래가 끊긴 고요한 밤중에 혼자 조용히, 또는 가족끼리 몰래 라디오를 켜놓는다”며 “한국에서 내보내는 KBS의 한민족방송과 다른 (대북)방송 뉴스를 통해 돌아가는 국내외 정세를 파악하는가 하면 연속극과 음악 감상을 통해 쌓인 피로를 풀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주민들은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내부 소식은 물론 김정은 일가의 비리 등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전하는 라지오에 관심이 많다”면서 “친한 주민들끼리는 ‘한 번 들으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강도 소식통은 당국의 단속에도 밀수꾼들과 무역일꾼들을 통해서 단파 라디오가 북한 내부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우리(북한) 방송은 어제 한말 또 하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것(우상화)만 반복하니까 사람들이 잘 듣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을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 따라 이제는 간부들도 친한 중국 대방(무역업자)에게 소형 라지오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지난 8월 준전시선포를 해제하고 대화로 나온 것에 대해 주민들사이에서 “당중앙이 확성기 등 남한 방송의 효과를 두려하기 때문”이라는 말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얼마 전 강원도에 다녀온 장사꾼에게 한국에서 우리(북한) 쪽에 대고 방송한 것 때문에 정세가 긴장했었는데, 북남회담이 있은 직후 (확성기)방송도 멈췄고 준전시도 풀렸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그 장사꾼에 따르면, 당시 전연(前緣)지역에 선포됐던 준전시상태는 한국방송 때문이라는 소문이 주민들 속에서 퍼졌었다”면서 “군사분계선 주민들 속에서는 ‘한국방송에서 우리(북한주민)도 모르는 국가의 중요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전해서 깜짝 놀랐다’며 ‘남한 방송이 진짜라면 우리는 정말 머저리처럼 살고 있는 것’이라는 말도 수군수군 나돌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국가안전보위부까지 동원해 방송내용을 전달하거나 옮기지 말 것을 주민들에게 엄포를 놓았다고 들었다”면서 “일부 간부들은 ‘라지오를 듣지 말라는 단속을 자꾸 하니까 사람들이 궁금해서라도 듣게 되는 것 아니냐’며 ‘간부들은 들으면서도 주민들에게 듣지 말라고 하면 누가 말을 듣겠나’고 말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