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격 이희호 방북,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될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5일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방북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 자격의 이 여사 방북이 남북관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5일 이스타항공 전세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해 3박 4일간 체류할 이 여사의 방북 일정은, 평양산원, 애육원, 아동병원, 묘향산 등을 방문하고 직접 뜬 털목도리와 의료·의약품 등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는 이 여사가 북측 간부들과 남북관계와 관련된 논의를 공신력 있게 하기 어려운 뿐더러 설사 논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당국자가 아닌 이상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이 여사와 김정은의 면담이 이뤄질 경우, 이 여사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아직 면담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일각에선 이 여사가 북한 당국자들에게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전달하고 북한 당국의 이와 관련 분위기를 남측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은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남북 당국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남북대화의 물꼬도 트지 못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방북하는 이희호 여사가 여기에 대한 해법을 가져올 거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 여사의 방북을 추진한 김대중평화센터로서는 이번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랄 수 있다”면서도 “이 여사가 특사 차원으로 방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남북관계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도 “방북 자체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건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 아니냐”면서 “지금 상황에선 남북 당국 간 최고 지도자 사이에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만이 남북관계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전 연구원장은 “북한 입장에서도 이 여사가 박 대통령의 특사로 온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중요한 논의를 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단지 이 여사가 김정은이 보낸 조화에 대한 답방 형태로 방북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가 담긴 논의가 방북 기간 동안 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과 이 여사와의 면담과 관련 박 연구위원은 “면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김정은이) 대남 전술차원에서 이 여사를 만나거나 덕담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겠느냐”면서 “북한이 정말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이미 당국 간의 만남을 촉구하거나 우리측의 대화 제의에 귀 기울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특별히 이 여사의 방북을 남북관계 개선에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김정은과 이 여사 간의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이 여사 방북에는 수행단장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 등이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