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휴가 늘린다고 저출산 문제 해결될 거라 생각하나?

진행 : 언론은 사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정권을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하고 말했는데요, 노동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사실과 대조해서 짚어보는 시간 <노동신문 바로보기> 시간입니다. 27일 오늘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1.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도 국가전체에 큰 고민거린데, 북한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저출산 상황이 현재 어느 정도인가요?


북한의 출산상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나오기 전이나 지금이나 출산율이 낮다는 여러 가지 소식들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대부분 결혼하지 않고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자녀를 한 명만 낳습니다. 저희 집안도 각 집에 자녀가 한 명입니다. 주변에도 자녀가 둘인 친구는 별로 없고 보통 아이 한 명이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고 있습니다.


2.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여성에 대한 출산휴가를 3개월 늘리기 위해 노동법과 여성권리보장법 등을 개정했다고 합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인 것을 고려했을 때, 북한 당국도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북한도 저출산이 국가적인 입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와 사회 각 영역에서 인력 보충은 굉장한 초미의 문제입니다. 군대에서 제대해 나오는 사람들의 인력 보충 문제는 결국 저출산의 영향과 관련됩니다. 북한에서 출산율이 낮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은 북한의 군복무 연장입니다. 북한에서 의무병제가 10년인데 11년으로 1년 연장했습니다. 또한 과거 북한 여성들도 군복무 5년을 자원했는데 올해부터는 여성도 의무병으로 6년 복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인력 수급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3. 국장님께서 북한에서 계셨을 때도 ‘저출산’ 문제가 이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준이었나요?


당시에는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최근 사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 시기 태어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식량위기 당시 출산율이 굉장히 낮았기 때문에 현재 인력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4. 북한의 경제난 악화와 저출산 현상이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먹고 살기도 힘든데,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북한 사람들은 이념적이고 사상적인 부분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기 싫어서 안 낳기 보다는 당장 먹고 살기 힘들고 태어난 아이도 어떻게 키울지 고민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입니다. 즉 생존의 문제, 당장 입에 들어가는 식량과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먹여 살릴지에 대한 문제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출산율과 지금 개정된 법이 완전히 상관없다고 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 이번 법 개정으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근무를 계속한 기간(근무일수)에 상관없이 정기휴가 외에도 출산 휴가를 산전산후 9개월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법 개정이, 실제 출산율 증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시나요?


실제 출산율 증가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지금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산전산후 휴가를 3개월 늘려준다고 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의문입니다. 삶의 여건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우대정책을 해주어야 하는 데 휴일을 늘린다고 해서 부부들이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6. 법 개정 말고, 정말 실질적으로 북한에서 ‘출산율’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북한의 유치원 탁아소 시설은 굉장히 열악한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탁아소 유치원 시설이 60-70년대 만들어진 시설이어서 매우 낙후되어있습니다. 이런 시설들을 바꿔주고 유아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국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를 낳으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아이를 낳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인데, 태어난 아이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다면 누가 키우겠습니까?


7. 북한에서 ‘어머니 대회’ 라는 우대정책도 출산율 증대 방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나요?


북한에서는 통상 대중들에게 사회의 모범사례를 선전을 하고 이들을 따라서 배우라는 교육을 합니다. 어머니 대회도 그 방법입니다. 많은 자녀들을 낳거나 부모 없는 고아들을 데려다 키운 여성들을 모범 사례로 만들어 내세우는 것이 어머니 대회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은 그런 현실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대회는 북한의 체제선전 차원에서 하는 것이며, 주민들이 실제로 감화되거나 모범사례를 따라 아이들을 많이 키워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8. 재밌는 기사를 봤습니다. 북한 당국이 세쌍둥이를 낳은 산모에게 ‘은장도’를 선물했다고 하는데요. 북한의 유별난 세쌍둥이 사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요. 산모에게 ‘은장도’를 선물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은장도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양반집 규수에게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라는 의미에서 주어졌습니다. 여성들의 정절을 지키라는 입장에서 주었던 것입니다. 보통 산모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았는데, 은장도를 산모에게 주는 것은 정절을 지키듯이 당과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고 변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또한 국가와 당을 위해 아이를 잘 키우라는 의미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9. 한국에서는 남편들도 출산휴가를 받습니다. 삼상전자에서는 임직원 육아휴직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남성들에게 출산휴가가 주어지나요?


아마 북한에서 남성들에게 출산휴가를 주게 되면 굉장한 반응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 근로자들이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형식적으로 도장을 찍고 오는 정도이기 때문에 출산휴가는 사실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장마당을 통해서 먹고 사는 체제로 변했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은 애를 낳고 돈 없는 사람들을 애를 낳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출산휴가를 남자들에게도 준다면 출산휴가를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아이를 낳아서 자신도 휴가를 얻고 싶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 그런데, 북한에서 ‘낙태’하는 행위. 그러니까 아이를 낳지 않고 뱃 속에서 아이를 죽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출산율 증대와 더불어서 ‘낙태율’을 줄이는 것을 먼저 신경 써야 할 텐데요. 북한에서 ‘낙태’가 이렇게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낙태가 많은 이유는 북한사회의 통제시스템이 느슨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남녀관계가 자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자유연애 속에서 낙태현상도 벌어집니다. 원래는 국가에서 금지했었지만 남녀가 결혼해서 살 형편이 안 되면 산후시키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가정에서 강제 낙태를 합니다. 또한 북한에서 두 남녀가 결혼을 약속하고 임신했는데도 불구하고 한쪽 집안의 성분이 나쁘다면 집안 성분 차이로 파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가정상황을 알아보고 결혼할 수 없다며 낙태시킵니다. 북한은 뇌물을 조금만 주면 법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낙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1. 문제는 이런 ‘낙태’ 혹은 ‘출산’행위가 병원이 아니라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요? 의료여건이 그렇게 열악한 건가요?


낙태는 대부분 가정집에서 이루어집니다. 병원에서 낙태하면 법에 어긋나고 힘없는 사람들은 더 많은 뇌물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낙태합니다. 또한 출산도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이 조건이 더 좋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을 불러서 집에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은 산모들이 먹는 음식도 열악해서 집에서 산후조리해주는 편이 더 낫습니다.


12. 북한은 모든 인민들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든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의료행위 마저 인민들에게 떠넘길 정도로, 국가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국가는 주민들에게 해 준 것이 없습니다. 당국이 옷, 월급을 주지 않고 겨울에는 난방공급을 해주지 않고 물, 전기공급도 못해서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20년이 넘게 살아왔습니다. 막말로 인민들에게 다 떠넘기고 산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한 두 개의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주민들이 기본적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정책을 바꾸고 주민들의 삶의 수준을 높이면서 자연히 출산율을 높여야 합니다. 


13. 저출산 문제와 함께 북한 사회의 고령화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고령화 실태가 어느 정도인가요?


북한에는 지금 70대 또는 80대가 거의 없습니다. 북한의 평균수명이 74.6이라는 말은 80년대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70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북한은 베이붐 세대 시기에도 출산율이 높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국가적으로 인력 대비를 조절할 수 있는 시기를 많이 놓쳐서 현재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