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신의 생일 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이유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뉴스를 전문가와 함께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집중 분석’ 시간입니다. 4월 21일 이번 시간에는 북한의 특별공급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도움말씀 주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나오셨습니다.

1. 북한이 이번 김일성 생일에 특별공급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일성 따라하기를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백두 혈통에 대한 정통성을 선전하기 위해선 특별공급을 하고 인민애를 강조했어야 맞는 것인데,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북한의 경제사정 때문에 사실 특별공급이 몇 년 전부터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특히 김정은 등장 2009년 이후부터 사실은 특별공급이 많지 않았고, 어린이들에게만 과자라든가 조그만 선물을 주는 식으로 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경제난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이 주민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모토를 가지고 출발하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확 좋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특별공급이라고 하는 것이 평소에 갖지 못하고 평소에 먹지 못하는 것을 공급해줌으로써 주민들의 환심을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동안 특별공급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품질이 좋다든가 파격적이지 않았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서 뭐 이런 걸 갖다가 특별공급이라고 주나,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2. 예전에는 술이나 고기 등을 명절에 받지 않나요?

지금은 장마당, 암시장 등이 발달하면서 사실 돈만 있으면 술이든 고기든, 쌀밥이든 마음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것은 그보다는 훨씬 못합니다. 물론 아주 가난한 사람들은 특별공급을 기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정도 먹고살만한 사람들은 특별공급이라고 하는 것을 그렇게 바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선물정치’라고 하는 것이 김일성 시대부터 있었습니다. 선물이라고 하는 것은 수령 이외에는 아무도 줄 수가 없습니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선물을 주면 큰일 납니다. 선물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통치수단이었기 때문에 수령만 줄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는 배급제가 있었고 정말 못 먹고 못사는 때였기 때문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오히려 장마당이 상당히 발달해서 질 좋은 먹을 것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이라든가 고급 옷도 살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선물정치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북한은 지난 김정일 생일 때에도 별다른 공급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선대(先代)의 생일에 특별공급을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선물정치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다른 행사들은 그대로 다 진행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행사라든가 과시성 행사 말이죠. 예를 들어 김일성, 김정일화 전시회, 중앙보고대회, 경축연회라든가 이런 정치사회적인 행사는 했는데 선물을 주는 것은 계속 축소돼왔습니다. 이것의 원인 역시 똑같이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경제사정이 확실히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과 이제는 특별공급이라고 하는 명분으로 주는 물건들이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니고, 오히려 어떻게 보면 웬만한 돈 있는 사람은 선물보다 훨씬 더 좋은 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물을 줬다고 해서 이제는 무조건 감사하고 충성을 다하는 그런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4. 일각에서는 북한 김정은이 선대에 대한 향수를 지워버리고 자신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지금도 김일성의 향수, 카리스마에 의존해서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영상들도 보게 되면 김일성이 젊었을 때 현지 지도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현재 나이와 대비시켜서 김정은을 우상화시키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선대에 대한 향수를 지워버린다고 하는 것은 김정은 권력의 정통성과도 관련되는 것인데, 굳이 선대에 대한 향수를 지워버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물 정치가 중단된 이유는 일단 물질적으로 김일성이 했던 그런 옛날 방식의 선물정치라고 하는 것은 이제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현재 굉장히 많은 부자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100만 명 내지는 200만 명 이상이 정말 돈 있는 사람이고, 초기 부르주아가 형성되고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김일성을 최대한 활용하고는 싶은데 현실적인 여건이 그렇게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 활용을 못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할 수가 있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김일성, 김정일을 이용해서 자기의 권력을 공고화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 북한이 이달 초 동해에 항해금지 구역을 설정하면서 태양절을 기점으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열병식도 하지 않았고 군사 관련 별다른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고 계시는지요?

대외적인 요인과 대내적인 요인,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지금 북러관계라든가 북중관계를 개선해야하지 않습니까? 특히 김정은이 5월에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뭔가 경제적 성과를 이뤄야하는데 만약 이번에 너무 과도한 군사적인 행위를 해서 또 국제적인 비난을 받는다든가 그러면 푸틴입장에서도 김정은을 환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조금 속도조절을 하고 있지 않나합니다. 북중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북중관계가 현재 나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개선 없이는 사실 북한이 생존하기 힘듭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너무 과도하게 미사일을 발사하면 안 되겠지요. 이에 따라 군사훈련을 자제하는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 또한 나쁘지만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개성공단 문제라든가 이런 것도 잘 풀려는 생각이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2월 16일이라든가 4월 15일에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4월 25일 인민군 창건일 때 봐야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2013년에는 전쟁을 일으킬 듯 했습니다. 그러나 작년과 금년에는 크게 단말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이제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적응도 끝났고, 굳이 거기에 대해 과도한 군사비를 들이면서까지 대응훈련을 할 필요가 없고, 그런 군사비를 가져다가 인민 경제 활성화에 전용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 않나 합니다.

6. 이와 반대로 북한은 이번 김일성 생일에 평양 주민들을 대상으로 축포, 즉 불꽃놀이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축포 행사를 진행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불꽃놀이는 물론 비용이 많이 듭니다만 북한에서 상당히 상징성이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 들어 불꽃놀이가 자주 펼쳐지고 있습니다. 2009년 4월 14일에 대규모 불꽃놀이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죠. 그런데 이 대규모 불꽃놀이 때 평양에 있는 짓다 만 류경호텔을 활용해서 했습니다. 북한이 그것을 김정은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해서 아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중요 업적 중 하나가 불꽃놀이인 거죠. 그래서 2013년 7월 27일 전승기념일 때도 굉장한 불꽃놀이를 했었고, 지난 2월 16일 광명성절에도 불꽃놀이를 거창하게 했습니다. 불꽃놀이가 북한식 전쟁놀이, 유희가 아니고 정치적 의미를 담고 주민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는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합니다. 선전선동부에서 기획된 불꽃놀이라는 거죠.

7. 평양은 떠들썩한 반면, 지방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어 썰렁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민족최대명절인 2월 16일이라든가 4월 15일 행사는 아무래도 평양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양이 아무래도 돈이 많고 지방은 상대적으로 돈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행사조차도 제 생각에는 지방별로 특색 있게 능력에 맞게 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경제 문제도 그렇습니다. 경제문제도 다 지방이 알아서 기업소별, 단위별로 알아서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조차도 지방단위, 기업소라든가 그런 생산단위에서 알아서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에 돈이 없는 그런 지방단체에서는 크게 할 수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소한의 행사들은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김일성, 김정일에게 꽃을 증정한다든가 인사를 한다든가 쉬면서 자기들끼리 야외행사 등 기본행사를 했겠지만 그렇게 특별하게 행사를 할 만큼의 경제적 여력이 지방단위는 없는 거죠.

8. 이번 태양절에 특별한 행사는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행사를 통해 선대의 업적을 선전하면서 김정은에로의 충성을 강조하는 행태는 이어졌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통치기반이 약하다는 점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박사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김정은이 완벽하게 자기 통치기반을 확보했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취약한 것은 아닙니다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김일성 못지않게 주민들로부터의 지지를 받고 싶은 야심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 수단으로 김일성, 김정일을 띄워서 자기의 카리스마를 강화시키려는 그런 정치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일성이 젊었을 때 행적을 영상을 통해 계속 보여줌으로써 김정은도 지금 젊었을 때 김일성이 했던 것처럼 인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있다고 하는,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김정은의 정치적 정통성을 김일성으로부터 가져오려는 정치적인 행보입니다. 그것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지지가 약한 부분들을 보완해가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정통성이라고 하는 것이 왕이 통치했던 시절처럼 전통적인 지배에서 나온다고 보거든요. 1대 수령을 절대화함으로써 3대 수령의 정치적인 기반을 쌓으려는 그런 통치 전략을 쓰고 있다, 그렇게 봐야할 것입니다.

9. 김정은이 얼마 전 백두산에 등반한 것도 할아버지 김일성에 대한 추억을 이용해서 충성심을 고취하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백두산이 갖는 의미가 굉장히 크죠. 북한만의 영산이 아니고 우리 한민족 모두의 영산이고 또 우리민족이 백두산에서 기원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한은 백두산을 굉장히 띄우고 있고, 또 백두혈통이라고 하는 것이 북한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김일성이 백두산에서 활동했고, 김정일은 거짓말이지만 백두밀영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백두산을 계속 정치적으로 활용합니다. 백두산은 우리민족의 시조들이 태어난 곳이고 그 시조의 후예가 누구냐면 김일성이라는 겁니다. 그것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김 씨 가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이번에 백두산 등반을 해서 천지까지 올라간 사진들을 내보임으로써 김정은이 명실상부한 백두혈통의 적자다. 이런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겁니다.

10. 북한이 김일성 따라하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북한 젊은이층은 김일성에 대한 향수가 없는 세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후에는 이런 김정은의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젊은 층들은 사실 역사인식, 오래된 사람들 자기 할아버지 때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는 잘 모르죠. 신화나 전설에서 보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김일성 시대는 오래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젊은 층에게는 직접 와 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김일성 외에 다른 위대한 인물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순신, 세종대왕 등 위대한 우리민족의 선현들에 대해서 배우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김일성 외에 가르치는 영웅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김일성을 거의 절대적인 존재로 자기들이 시조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은 당분간 김일성을 계속 활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11. 그런데 한편으로는 과도한 신격화나 우상화는 반발을 사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북한의 언론은 전부 하나입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총화교육 등 모든 것들이 김일성을 절대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비판의식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굉장히 바보가 돼있어요. 계속 세뇌를 시키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12. 또한 갈수록 약화되는 태양절 인식에 따라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보다 자신의 생일을 더욱 중요시 하려는 전략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북한 김정은이 이렇게 자신의 생일을 강조해 나갈 수 있는 시점은 언제쯤이 될 수 있을까요?

김정은 생일은 아직 휴일이 아닙니다. 핵심 측근들이 3년 상을 지낸 이후 생일에 대해 건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남북통일 이후로 미루자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휴일로 정하겠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기의 권력기반이 강화된 이후라면 몰라도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