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김정은, 2차대전 승전 기념식 참석 확인”

북한 김정은이 오는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렘린궁 공보실은 연합뉴스가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 앞으로 보낸 서면 질의에 “약 20개국 지도자들이 참석을 확인했으며 북한 지도자도 그 중 한 명”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공보실은 “초청받은 인사들이 행사 참석을 확인하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최종 참석자 목록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공보실은 현재까지 참석을 확인한 국가를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공보실에 따르면 초청 대상국은 60주년 승전 기념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2차대전 당시 모든 반(反)히틀러 연합국은 물론이고, 가까운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 브릭스(BRICS) 국가들을 포함한 크고 영향력 있는 국가 정상들이 모두 초청됐다.

러시아 정부 고위급 인사가 김정은의 방러 계획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초청장을 받은 북한 김정은은 참석을 확인했는가’라는 거듭된 질문에 “첫 번째 신호 형식의 긍정적 답이 왔다”고만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약 20개 국가가 참석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외교수석)도 지난달 김정은에게 초청장을 보낸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평양으로부터의 일차적 신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러시아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이날 크렘린 공보실의 답변은 러시아의 초청에 대한 북측의 진전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정부 고위급 인사가 김정은의 방러 계획을 공개한 만큼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다만 5월까지는 시간적으로 많이 남아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가 급격히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실제로 러시아를 방문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해마다 나치 독일을 무찌르고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5월 9일을 기념하고 있으며, 10년 단위 기념식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초청한다.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는 김정일도 초청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고,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참가했다. 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