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RO’ 내란음모 무죄 판결 아쉬운 이유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로 이어진 지도에 따라 한국사회 변혁운동을 해왔던 이른 바 ‘이석기 RO(혁명조직)’가 쓰러졌다. 한국사회에서 미제국주의를 몰아내고 민족자주정부를 수립하며, 궁극적으로는 한반도를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려던 그들의 ‘혁명’이 산산조각 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했고,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지난 22일 RO 총책 이석기 전 의원을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형을 확정했다. 


이로써 두 가지가 명백해졌다. 첫째, 이석기를 수장으로 한 경기동부·광주전남·부산울산연합에 의해 주도된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른 바 ‘진보적 민주주의’는 궁극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며, 그들이 벌인 내란 관련사건,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지역구 여론조작사건, 중앙위원회 폭력사건 등은 헌법의 가치인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둘째, 이 전 의원과 동료들은 내란을 선동하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회합 참석자들이 전쟁 발발 시 대한민국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구체적인 물질적 준비방안을 마련하라는 이 전 의원의 발언에 호응하여 선전전, 정보전, 국가기간 시설 파괴 등을 논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증거에 따른 판결로 존중한다. 특히, 대법원 판결은 RO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러 가지 정황에도 불구, 내란 음모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확실하지 않은 증거는 배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호하려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이 있다.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한 논리와 근거가 지하혁명조직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이 내란을 선동한 점은 인정되지만, 회합 참가자들과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란 음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하혁명조직 활동 경험에 비추어 볼 때, RO 회합에서는 총책 이석기의 내란 선동과 RO 조직원들의 합의가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지하혁명조직의 운영원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일반적인 조직 운영원리와 다르다. 제안과 토론, 표결을 비롯한 민주적 합의 도출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하혁명조직은 일대일 단선연계, 또는 삼삼오오 소조단위로 조직을 운영하며, 조직의 모든 활동은 총책과 지도부가 방침을 결정해 전 조직원에게 하달함과 동시에 시작된다. 총책과 지도부의 방침이 하달되는 순간, 활동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따라서 총책 이석기와 지도부가 내란을 선동한 것이 분명하다면, 그들이 내란을 선동한 순간, 다시 말해 방침을 하달한 순간, 내란에 대한 합의가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지하혁명조직의 속성 때문에 내란 선동과 음모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란 실행 계획의 구체성은 부족해 보인다. ‘전쟁이 일어나면’ 내란을 하겠다는 식으로 내란 일시가 정해져 있지 않다. 물리적 타격 대상이나 타격을 실행할 성원, 내란에 대한 단계별 실행 계획도 불분명해 보인다. 이를 종합한다면 이런 판결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석기 전 의원과 RO의 내란선동 및 내란 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 다만, 내란 실행을 위한 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실질적 실행단계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1심에서 내려진 12년형에서 3년을 감형해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다.’


내란 선동과 음모 모두 유죄를 선고하되, 실행을 위한 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형량을 조절하여 판결했다면, 헌재와 대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는 언론의 평가나 국민의 혼란을 크게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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