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김정은과 정상회담 할 준비 돼 있어”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러시아를 방문 중인 가운데, 러시아는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최룡해와 회담한 뒤 단독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회담에서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 문제가 논의됐는가’라는 질문에 “러시아는 최고위급을 포함한 북한과의 다양한 수준에서의 접촉을, 양측이 합의한 시기에 진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측과 합의한 시점에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라브로프는 이어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도 논의됐다면서 “북한 측은 회담에서 2005년 9월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성명에 기초하여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는 이 같은 북한 측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이 중요한 정치 과정을 재개하기 위한 합의를 찾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룡해가 ‘김정은 친서’를 푸틴 대통령에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 그는 “오늘 회담에서는 지난 18일 푸틴 대통령과 최룡해 특사 간 면담에서 이루어진 원칙적 합의들을 확인했다”면서 “최 특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김정은은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의지를 표시했다”고 친서 전달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러-북 통상경제관계는 이미 진행 중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을 포함해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으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개성공단에 러시아 기업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라브로프는 기자회견에서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서는 “비건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는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며 “인권과 자유 문제를 다루는 유엔 기구가 감찰기관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룡해는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는 나오지 않았다. 


최룡해는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김정은의 친서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두 나라 최고 지도자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밀접히 하고 친분 관계를 강화해서 양국 상호관계 발전의 더 큰 성과를 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 김정은의 친서 내용과 관련해서는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의 러-조(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방도에 대해서 김정은장이 견해를 표시했다”고 소개했다. 최룡해는 모스크바 방문 첫날인 지난 18일 저녁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최룡해와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오후 1시 20분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에선 최룡해 외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김형준 러시아 주재 대사 등 10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편 최룡해는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에 1시간 늦게 도착하는 등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전국지 중 하나인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 인터넷판인 중국청년망은 이날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최룡해가 20일(현지시간) 열린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에서 “객이 주인행세를 하는 모양”을 연출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외교관례로 보면 러시아가 이번 회담의 주최국이기 때문에 라브로프 장관이 먼저 발언을 하는 것이 순서였지만, 손님인 최룡해가 주인이 된 격으로 행동했고, ‘화제'(발언권)를 빼앗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청년망은 특히 “보도에 따르면, 최룡해는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 1시간 지각했다”고 전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