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 최선의 선택이다

10월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결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합의와 관련, “사실상 무기한 연기로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반 국민 눈에는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완벽한 전비가 되어있는  태평스러운 국가의 의원님들이 갑론을박하면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비판 주장을 펴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북한의 비대칭무기를 대응할 최소한의 전술핵무기나 화학무기조차도 없는 우리의 처지에서 큰소리만 친다고 될 일인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작권 전환 무기한 연기는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우리 군이 스스로 국민들을 지킬 수 없는 무력하고 무능한 군대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우리 군이 이렇게 한심한 수준인지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우리 군의 총체적 안보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작권 재연기 한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의원은 “70년 넘게 군이 스스로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부끄럽지 않냐”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전작권 환수 재연기는 제2의 을사보호조약”이라며 “1905년 일본에 외교주권을 강탈당했다면 오늘날은 군사주권을 정부 스스로 타국 군에게 헌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전작권의 차질 없는 환수를 공약해놓고 정권이 출범하자 미국에 연기를 요청한 것은 공약파기를 넘어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70년 넘게 전작권을 다른 나라에 넘기는 일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라는 논리로 박근혜 정부를 공격했다.


야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어느 누군들 이 땅에 외국군대가 주둔하여 그들이 전작권을 가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외침을 받지 않은 왕조가 거의 없었고 필요시 외국군대의 힘을 빌려 지혜롭게 대응했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을사늑약 모두가 당파싸움과 세도정치로 앞을 내다 보지 못한 환란이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에서 명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을 통해 임진왜란에 대응하는 한편 기미정책을 써 능란한 외교전술을 통해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전쟁을 피해 갔으며 각종 무기정보를 입수하여 조선의 위기를 잘 넘겼다. 지금도 여전히 이러한 지혜가 필요하다. 야당은 북한이 같은 민족이니 다를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65년 전 6·25전쟁을 기억한다. 전차 한대 없는 우리 군이 북한군의 기습에 밀려 낙동강에서 부산만을 사수하다 대응능력이 없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최후의 선택으로 맥아더 장군에게 전작권을 넘겼다. 지금과 그 당시를 비교해도 별 다를 바 없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비대칭 무기를 갖추었지만 우리는 미군의 지원이 없다면 이에 대응할 무기가 별로 없다.


이틀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은 이미 핵무기 소형화 능력까지 갖추었다”고 경고했다. 남남갈등에나 익숙한 야당 의원들이 북한의 전력에 대해 걱정하는 의원은 그다지 많지 않고, 오직 남북대화에만 관심이 있다. 물론 남북대화는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남북대화에만 매몰돼 성과도 나오지 않는 협상이나 정상회담은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이러한 사고는 우리의 허약한 비대칭전력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좋든, 싫든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은 2023년쯤 전작권을 되돌려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와 선제 타격 시스템인 ‘킬(Kill) 체인’ 구축이 이 시기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17조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어느 야당 의원은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 주한미군을 유지시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대가를 치러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지금 당장 주한미군이 전작권을 우리 군에 인계하면 기회비용은 물론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전란 중에 문재인 의원 부모는 흥남에서 피난하여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문 의원을 낳았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고향땅을 등진 부모로부터 해방정국에서 6·25전쟁 발발 시까지 북한의 악행과 만행을 잘 들었을 것이며 김일성 치하의 북한 주민 고통이 어떠했는지도 득문했을 것이다. 그런 그는 변호사가 되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었으며, 대통령 후보까지 됐다. 또 지금은 국회의원을 하고 있어 북한의 전력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전작권 재연기는 결코 군사주권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안보를 담보하는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 의원이 왜 그러한 발언을 했는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