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황병서·최룡해·김양건, 訪韓 ‘깜짝쇼’ 벌인 속내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열리는 4일 북한 권력 2인자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당 비서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폐막식에 참석한다며 남한을 방문하는 ‘깜짝 쇼’를 벌여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고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 김양건 비서 등 북한 측 인사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우리 측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이어 “김정은 친서를 휴대하고 오는지는 아는 바가 없고 (북한 대표단은) 인천에만 머물다 귀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 등 11명의 북측 고위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오전 9시 52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공항 영접을 받으며 인천으로 이동해 한 호텔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났고, 이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고위 대표단과 ‘오찬 회담’을 가지며 환담을 가졌다. 이후 이들은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폐막식에 참석한 뒤 밤 10시쯤 돌아갈 예정이다.

황병서는 올해 김정은의 133회 공개 활동 중 97회를 수행할 정도로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권력 2인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또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나 한 때 ‘좌천설’이 돌았던 최룡해는 최근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건재를 과시했고, 김양건 역시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북한 권력 실세 ‘3인방’이 남한을 전격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권력 2인자인 황병서까지 방한한 것을 두고 남북관계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자 최근 이를 탈피하기 위해 강석주 국제비서, 리수용 외무상 등을 유럽과 미국에 파견하는 등 고립 탈피를 위해 ‘공세적 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마무리됐다. 

여기에 ‘혈맹’인 중국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고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많으며, 미국과의 대화는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정책을 펴면서 경제회생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때문에 북한 권력 실세를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구실 삼아 남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출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남정책 총괄자인 김양건 외에 황병서, 최룡해 등 권력 실세를 포함시킨 것도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과 중국에게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만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도 포함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남한을 지렛대 삼아 중국과의 관계 회복, 미북 대화로 이어나가 안보와 경제 문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셈법이라는 것.   

더불어 김정은이 한 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갖가지 ‘설(說)’이 난무하면서 이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은 건강 이상과 북한 내 각종 설로 전 세계의 이목이 김정은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급 대표단을 남한에 전격 파견하는 ‘이벤트’를 통해 세계 여론을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열리는 인천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자 지난달 26일 매체를 통해 김정은 건강과 관련, “불편하신 몸”이라고 밝히며 근거 없는 억측이 난무하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데일리NK에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각종 ‘쿠데타설’등이 나왔는데, 권력 실세인 황병서를 보내 이를 일축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10·4선언 7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남한)와 서방 세계에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황병서까지 포함돼 권력 실세 3인방이 내려온 것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며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과 같은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식의 특이할 만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