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정보 접한 북한주민, ‘6·25전쟁 북침說’ 안믿어”

북한은 6·25전쟁(한국전쟁) 64주년을 맞아 미국과 남한이 북한을 침략해 전쟁이 발발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선전쟁(6·25전쟁)은 미제와 남한이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일으킨 침략전쟁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르면서 미국이 침략전쟁을 일으킨 날로 규정하고 있다. 매해 6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를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로 기념하면서 남한과 미국을 비난하는 행사를 열고 주민들에게 복수심과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6·25미제반대부쟁의 날’에 참가한 농업근로자들과 농근맹들의 결의대회 모습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그러나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북한 주민들은 더 이상 당국의 선전을 믿지 않는다고 탈북자들은 말했다. 북한 당국의 선전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처벌이 두려워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구(舊) 소련 해체 후 러시아가 우리 정부에 제공한 6·25전쟁 관련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북한의 선제 침공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역사를 왜곡해 주민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지난해 6월 25일 북한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우리 공화국이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미제와 맞서 싸운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는 참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선전했다.

2011년에는 6·25전쟁 발발 61주년을 앞두고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중앙계급교양관의 글을 실어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전략적인 일시적 후퇴시기 미제는 평양시에서만도 강점 40여일 동안에 1만 5000여 명의 애국자들과 무고한 인민들을 학살하는 천추에 용납 못할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반미의식을 고취시켰다. 

북한이 6·25전쟁을 맞아 대표적으로 진행하는 주민행사는 ‘미제(美帝) 성토모임’이다. 성토모임에서는 미군을 ‘철천지원수, 미제 승냥이, 악귀’ 등으로 표현하며 전쟁시기 미군이 북한 지역에서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상세한 내용의 성토문도 낭독한다. 또한 참가자들은 ‘미제침략자들을 이 땅에서 영원히 소멸하자’는 구호를 외친다. 

성토모임은 각 군(郡)에 위치한 반미전시관과 연계해 진행되기도 한다. 6월 25일이 되면 주민들은 단체로 북한의 대표적 반미 교육장인 황해남도에 위치한 신천박물관을 방문한다.

신천 지역은 6·25전쟁 중 미군이 전체 군민 수의 1/4분에 이르는 3만 5383명을 학살했다는 곳으로, ‘죽음의 땅’, ‘원한의 땅’으로 불린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6·25전쟁 발발 10주년이 되는 날 이 곳에 신천박물관을 개관하고 반미교양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 동창혁명사적관에서 6·25전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관자들. /사진=노동신문 캡쳐

또 북한은 6·25전쟁과 관련된 모든 출판도서와 교과서, ‘조국해방전쟁’과 같은 다큐멘터리와 ‘붉은 단풍잎’ 같은 영화를 만들어 ‘북침(남한의 북침)’이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

각종 교육 자료와 도서에서는 3년간 진행된 6·25전쟁 시기 영웅적 인민군이 유엔군 39만여 명을 포함해 150만여 명을 살상포로(殺傷捕虜) 했고 비행기 1만 2200여 대를 격추 및 격상시키는 등 수많은 전투기재를 뺏거나 파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에는 강원도와 황해북도 계급교양관에 6·25전쟁 당시 미군의 학살만행 등과 관련한 자료를 추가로 전시했다. 이와 함께 공장, 학교의 복도 벽에 반미주제의 사진과 그림, 자료들을 게시했고 읽은 책 발표모임, 그림해설모임, 이야기모임, 복수결의 모임 등을 열어 주민들의 반미의식을 고취시켰다.

한 고위 탈북자는 데일리NK에 “북한은 6·25전쟁을 언급할 때 ‘그날은 평범한 일요일이었다’고 하며 일요일을 강조한다”면서 “일요일에는 주민들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해도 동원할 수가 없는데 일요일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이 남침을 한 것이 아니라고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월이 되면 학교에서는 시낭송모임, 글짓기대회를 진행하고 주민들도 성토모임이나 전쟁노병들과의 이야기모임 등을 진행함으로써 적개심을 키우게 한다”면서 “전쟁에 참가해 피해본 사람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선전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은 50년 넘게 세뇌되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에는 대북 라디오방송, 남한 영상물을 접하거나 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진실을 듣지만 말하면 ‘저쪽(남한) 정보를 많이 듣지 않냐’고 의심을 받기 때문에 표현만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