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시나리오 구상에 北독재 경험 탈북자 참여시켜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는 2014년 3월 말 기준으로 2만 6000명을 넘어섰다.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은 ‘작은 통일’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들과 협력해 한반도의 ‘큰 통일’ ‘통일대박’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탈북자들을 통일의 주역으로 이끌기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탈북자는 북한과 남한 사회를 모두 경험해 봤다는 점에서 통일 시대 준비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NK는 지난 18일 탈북자 출신 북한학 박사인 이혜경 ‘새삶’ 대표(사진)를 만나 탈북자들이 통일 시대 주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와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이 대표는 ‘새삶’이라는 단체를 통해 탈북 선후배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정보를 공유해 나가도록 하면서 탈북자들과 남한 사회가 어울리기 위한 문화활동 발굴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북한이 현재 김정은 3대 세습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북한만의 정치 스타일이 나름대로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그런 독재 사회를 직접 경험한 탈북자들의 경험이 통일 시나리오를 디자인 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분리된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양측의 체제를 경험한 탈북자들의 역할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탈북자들의 경험’을 자원으로 삼아 통합을 건설해 나간다면 향후 통일이 됐을 때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독은 동독 주민이 간절히 서독을 원했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던 것처럼 남한도 이런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을 선택하게끔 하는 데 있어, 탈북자들을 통한 북한 주민들에 잠재해 있는 선망적 지향을 끌어오게 만드는 전략·전술을 세워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 시대 탈북자들의 역할에 대해 이 대표는 통일을 위한 긍정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 탈북자들을 통한 ‘등대효과’로 (탈북 사회에서) 자긍심이 생겨나고 ‘북한 변화’를 이끌겠다는 동기 분출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사회 전체가 독재에 시달리고 있는 ‘트라우마’ 사회라는 점에서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 경험들이) 통일 이후에 많은 실천적 노하우를 축적하게 해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이혜경 ‘새삶’ 대표 인터뷰 전문]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남한 내에서는 통일 담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탈북자로서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통일 대박론이 ‘통일’에 대한 전국민적인 공감대와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통일 의지를 다시 한 번 분출시킨 만큼 남한과 북한이 ‘통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질적인 사고를 바꿔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통일은 북한 주민들만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의 모습을 보면서 남한 국민들도 통일을 지향하는 의지와 열망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통일로 이어지는 과정 중에 남북 교류면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남북이 분단 이후 분노·비난을 중심으로 대립을 해왔다면 이제는 뭔가 접촉해 가면서 통일에 대한 시행착오를 직접 느껴보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통일 과정에 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상호 간에 모르면서 서로 문을 굳게 닫는 것이 아닌 이해와 인식의 측면을 강조하지 않으면 ‘믹스’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분리된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양측의 체계를 경험한 탈북자들의 역할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 간 차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조언한다면.


“남한과 북한 사람들과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차이를 너무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 같은 면이 더 많다는 것을 인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사회적인 시스템상 열악한 조건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 같은 민족의 얼을 지니고 있는 동질성에 대한 좋은 점을 먼저 인식하고 차이점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포용할 수 있다면 진정한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통일의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역할과 현재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북한이 현재 김정은 3대 세습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북한만의 정치 스타일이 나름대로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런 사회를 직접 경험한 탈북자들의 경험이 통일 시나리오를 디자인 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역할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경험’을 자원으로 삼아 통합을 건설해 나간다면 향후 통일이 됐을 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아직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이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 남한 사회와 탈북자 사이에서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의식적인 실천적 행동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탈북자들이 통일의 주역으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젊은 탈북 청년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다. 사실 탈북 청년들은 어렸을 적에 부모 손에 이끌려 남한에 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천안함 폭침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북한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으로 탈북자라는 인식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보이곤 하는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들은 선배 탈북자들과 통일을 준비하는 세력들 간의 잦은 접촉을 통해 통일 역군으로 성장하겠다는 사명의식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담금질을 지속할 때만이 개인을 벗어나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일군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을 진정한 우리 편으로 만들 때 김정은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탈북자들의 성공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에 따라 탈북자들도 남한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탈북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게 된다면 그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말자하면 일명 ‘등대효과’로 성공 탈북자를 통해 자긍심이 많이 생겨나고 ‘북한 변화’에 대한 동기 분출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게 바로 통일을 향해 가는 지향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통독은 동독 주민이 간절히 서독을 원했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던 것처럼 남한도 이런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을 선택하게끔 하는 데 있어, 탈북자들을 통한 북한 주민들이 갖고 있는 잠재해 있는 선망적 지향을 끌어오게 만드는 전략·전술을 세워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각기 떨어져 있는 탈북 사회가 한데 뭉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북자들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자신이 달려져야 한다는 자발 의지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동참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있을 때 어렸을 적부터 소속감 및 사회적 일체감에 대한 훈련을 지속해 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부단히 모임 등을 통해 자신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 기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탈북자 사회는 2만 6000여 명의 탈북자들이 통일을 위한 긍정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하겠다. 나도 최근 발족한 ‘새삶’이라는 단체를 통해 좌절과 실망감, 우울에서 침체돼 정상 의지가 없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탈북자들을 ‘힐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북한 사회 전체가 독재에 시달리고 있는 ‘트라우마’ 사회라는 점에서 이런 경험들이 통일 이후에 많은 실천적 노하우를 축적하게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탈북 선후배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정보를 공유해 나가도록 하면서 탈북자들과 남한 사회가 어울리기 위한 문화활동 발굴 등에도 일조하고 싶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