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휴대폰 한대 구입하는데 비용이 무려…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휴대폰 가입신청서 양식/강미진 기자

북한 주민들이 휴대폰 가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기관책임자의 수표(사인)는 물론 담당보안원 수표까지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최종 수표가 있어야 휴대폰 가입 절차가 완료되기 때문에 수표를 받기 위해 뇌물이 오간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손전화(휴대폰)를 하나 개통하려면 담당 보안원과 지배인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각각 고양이 담배 한 막대기(10곽, 북한 돈 3만 원정도)도 모자라 좋은 술 한 병은 가져가야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기관 책임자들도 이런 기회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고 빈손으로 오는 주민들에게는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며 승인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며 “도장 하나를 받는 데도 3만~5만 원이 들기 때문에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은 (휴대폰 가입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동통신기구판매소에 판매되는 휴대폰(오라스콤에서 제작한 아르베기스, 티삽)은 중국 돈 1700위안(북한 돈 약 200만 원), 북한이 자체 생산했다고 선전한 ‘아리랑 타치폰(스마트폰)’은 2800위안(북한 돈 약 33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 양강도 혜산시장에서 쌀 1kg에 5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싼 휴대폰 한 대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쌀 400kg 정도이며, 담당 보안원이나 기관책임자들의 승인도장을 받기 위해서는 쌀 6~10kg 정도를 뇌물로 주고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등록신청서’는 기관책임자와 담당 보안원 승인도장 외에 신청자 이름, 성별, 난 날(태어난 날), 직장직위, 기업소명, 기업소 전화번호, 공민증(주민등록증)번호, 집 전화번호, 집 주소 등도 기재해야 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은 개통 후 무료로 제공되는 200분을 아껴 사용한다. 200분을 다 사용한 주민들은 12만~25만 원 정도 하는 유심카드를 구매해 다시 사용한다. 유심카드를 분실할 경우 공민증을 가지고 판매소에 가면 유심카드 등록을 다시 할 수 있다.

소식통은 이어 “생활이 조금 괜찮은 보안원들과 간부들, 장사꾼들은 새로 나온 아리랑 타치폰을 쓰고 있다”면서 “아리랑이라고 해서 우리나라(북한)에서 만든 것인 줄 알았는데, 내부에 적힌 글을 보니 중국산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작은(덮개가 없는) 폰과 접이식(폴더) 폰에 이어 타치폰까지 등장하자 주민들은 ‘우리나라도 경제가 속도를 내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휴대폰을) 분해해보고는 전부 중국산으로 돼 있는 것을 보고 ‘모방을 잘하는 중국을 따라가는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평양에서 외국인을 통역하는 통역사들은 보통 두 대의 손전화기를 가지고 있는데 한 대는 개인용, 다른 한 대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평양 길거리에서 손전화를 쓰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있고, 대학생들 대부분은 손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양의 손전화 번호는 ‘1912’로 시작된다”면서 “김일성 출생연도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에서 휴대폰 사용자가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5월 기준으로 200만 명을 돌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