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차가운 팩트지만 따뜻한 현실로 만들 수 있어”

“‘동화(童話)’가 아니라 ‘동화(同話)’로 보셨으면 해요”
최근 탈북 어린이와 생환한 국군포로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각각 쓴 가족동화 ‘설마 군과 진짜 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과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를 펴낸 정길연 작가가 한 말이다.
탈북 어린이와 생환 국군포로를 주제로 한 동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북한과 관련된 주제는 아직도 무겁고 어두운 면이 많다. 무거운 주제를 동화로 집필한 정 작가는 21일 데일리NK와 만나 “전 연령층이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동화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동화(童話)’가 아니라 ‘동화(同話)’로 봤으면 좋겠다고 한 것.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는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의 가족들이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인 증조할아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설마 군과 진짜 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은 탈북 어린이들이 겪은 과정을 재구성한 것으로 식량난을 견디다 못해 탈북한 열두 살 경호(별명 설마)와 북한에 두고 온 동생을 위해 간식을 숨겨놓는 동갑내기 송화(별명 진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동화책의 삽화는 채현교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생과 초중고교 학생 45명이 참여해 동화를 읽고 인상 깊은 장면을 직접 그렸다. 전문가가 그린 아주 훌륭한 그림은 아닐지 몰라도 아이들의 감성을 담뿍 담아 독자의 감수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두 동화책은 철저하게 아이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정치적이고 사회적 논쟁이 아닌 아이들과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내 무겁지 않고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 정 작가는 “북한 인권은 차가운 팩트(Fact)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따뜻한 현실로 만들 수 있다”며 탈북자와 국군포로에 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면서 “독자들이 독후감 쓰듯 어떤 의도나 뜻을 생각하지 말고 책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길연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
 
-생환 국군포로와 탈북 어린이를 소재로 한 책이 흔치 않다. 
“소재를 접하고 자료를 깊이 있게 봤다. 직업이다 보니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고 북한이라는 상황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관심을 이끌기 위해 동화라는 형식으로 부드럽게 쓰고 싶었다. 무거운 소재를 무겁게 쓰면 나부터 읽기 싫다. 집필하면서 많이 울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준 게 너무 좋았고 작업단계부터 여러 아이가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참 좋았다. 그것이 원래 이런 책을 내는 목적이 아닌가 싶다”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라는 제목이 이색적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처음엔 가제였다. 하지만 좋은 반응이 있어서 그대로 쓰게 됐다. 제목을 보면 할아버지와 아빠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여든이 다된 할아버지를 동화 속에 넣다 보면 구조적으로 가족의 형태로 그리게 됐고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어른도 읽고 아이도 읽을 수 있도록 거부감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탈북 어린이와 생환 국군포로의 이야기를 가족동화로 풀어낸 계기가 있다면.
“이 책은 드라마나 역사책에서 보는 그런 역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엮어가는 이야기다. 전 연령층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홈 드라마처럼 온 가족이 읽을 수 있는 동화로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다문화와 입양 등 소외받는 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느 날 생각해 보니 그동안 썼던 소설들에 잘난 사람이 없었다. 늘 마음이 아프고 무언가를 견뎌야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번 책도 사회에서 소외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희생되거나 억울한 사람들에 대해 작가들이 대부분 연민을 느끼는 것 같다. 자주 하는 말 중에 ‘팩트는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다’가 있다. 북한 인권은 차가운 팩트(Fact)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따뜻한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북한 문제를 작품으로 다루는 것이 사회 분위기 상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어느 부분은 작가에 대한 오해일 수 있다. 작가들은 소재가 좋고 그걸 다루고 싶으면 이데올로기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걸 만들어 놓고 나면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면 옳은 거고 이 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의도였다면 나는 못 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활용되는 부분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난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나는 이 작품의 소재를 다루고 싶었고 글을 쓴 작가일 뿐이다” 
-추후 북한과 관련된 다른 책을 집필할 계획이 있나.
“수집해놓은 소재도 많이 있고 쓰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에게도 이런 소재로 쓰고 싶다면 공유하고 싶다. 같은 소재라도 작가에 따라 다르게 그려질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같이 써보고 싶다”
-다양한 층의 독자들이 이 책을 보게 될 텐데 동화를 보고 어떤 걸 느끼길 바라나.
“이 한 권의 책으로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고 느껴주셨으면 한다. 독후감 쓰듯 어떤 의도나 뜻을 생각하지 말고 책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동화라는걸 ‘아이 동(童)’자가 아니고 ‘함께 동(同)’자로 생각하고 모든 사람이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