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北기록영화서 모습 삭제…사실상 정치생명 소멸

북한이 지난해 처형한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의 모습을 기록영화에서 삭제했다. 김경희는 지난해 9월 9일 조선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 관람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도 탈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오후에 방영한 기록영화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만대에 빛내이시려’ 재방송분은 김경희가 나왔던 장면을 빼고 기존에 없던 다른 화면으로 대체했다.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처형 이튿날인 작년 12월 13일 처음 방영된 이 기록영화에는 김경희가 2012년 12월 17일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 때 검은 상복을 입고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참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번에 재방송된 영상에는 이 장면이 빠지고 김정은과 리설주가 작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화면으로 대체됐다.

또한 17일 데일리NK가 확인한 결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장의의원 명단을 제외하곤 김경희 기사를 삭제했다. 그러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는 아직 관련 기사를 그대로 놔 두고 있다.

북한은 주요 간부를 숙청하고 각종 보도 매체에서 이들의 흔적을 지우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김경희에 대한 정치적 제거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장성택 숙청 이후 조선중앙TV 등 기록영화에서 장의 등장 장면을 통째로 편집하고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에서도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또한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의 책임으로 숙청된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2012년 7월 해임된 리영호 전(前) 총참모장도 북한 매체에서 삭제됐다.

이에 대해 한 고위 탈북자는 데일리NK에 “김정은이 장성택을 반(反)혁명분자로 처형했기 때문에 부인 김경희에 대해서도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면서 “김정은이 장성택 측근 숙청 작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록영화에서는 김경희뿐 아니라 장성택의 측근으로 최근 평양시 당 책임비서에서 해임된 것으로 확인된 문경덕이 나오는 장면도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