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黨보다 공급주는 ‘봉사소 주인’에 충성심 보여”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 김일성 생일(4·15)을 맞아 충성맹세 대회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에게는 ‘명절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黨)에 대한 충성심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서비스업과 같이 개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명절마다 ‘공급’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보다 고용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당보다 개인 서비스업 고용주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북도 기계공장 기술자로 일하다가 2006년 국내에 입국한 한 남성 탈북자는 데일리NK에 “명절이 되면 진짜 자기 마음(충성심)이 누구한테 향하는지 느낄 수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명절용 선물이 술 한 병뿐이었는데, 14살(고등중학교 3년)밖에 안 된 어린 딸은 개인이 운영하던 봉사소(안마, 미용, 목욕)에서 일하면서 월급은 물론, 명절 공급용 돼지고기 1kg, 과자 2kg, 밀가루 1kg, 사탕가루 1kg를 공급받았다”면서 “딸 덕분에 온 집안이 명절을 잘 쇠곤 할 때마다 주인(고용인)에게 충성을 표시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고 소회했다.


북한에서 명절 ‘공급’이 이뤄지는 날은 김일성-김정일 생일, 설날과 추석이다.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데 반해 개인이 운영하는 서비스업에서는 생계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평안남도에서 제과업으로 개인 사업에 성공했던 한 탈북자는 “일공(피고용인)들에 대한 월급과 후방사업(식사, 명절공급)을 잘해줄 때 일공들의 애착심은 주인에게 향한다”면서 “생산품 오작(하자)에 대한 규제가 철저했지만 일공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주(계급교양의 대상자)가 나쁜 게 아니였다는 원리를 현실로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공들의 진심 어린 인사를 받을 때마다 충성이란 말이 이해가 됐다”면서 “‘고양이는 쓸어주는 대로 가고, 백성은 먹여주는 대로 간다’고 일공들이 (주인을) 진짜 좋아할 때면 ‘소왕'(경제적 특권으로 수령 같은 권력행위를 하는 사람)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한 고위 탈북자도 “시(市) 당책임비서와 단둘이 마주 앉으면 북한이 망조가 들었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정책이 변하지 않고 맹목적인 충성만 강요한다면, 김정은은 ‘벌거벗은 왕’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양강도 혜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김일성 생일을 맞아 양강도에서는 모란봉악단 공연 때 김정숙예술극장과 사적관 등에서 일한 단위의 인원들에게만 명절 공급이 이뤄졌다. 


소식통은 “도(道)당 위원회에서 이번 공연 때 수고한 사람들을 장악해서 과자 500g과 술 한 병씩 공급됐다”면서 “명절인데 일반 주민들에게는 선물도 없어 불만이 크다”고 데일리NK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