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張숙청’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12월 3일 국가정보원의 북한 장성택 실각설이 제기된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그 원인과 배경을 두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장성택의 거취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해석은 북한이 13일 새벽 장성택 처형(12일)을 알림으로써 일단 진정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장성택의 실각 배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 이면에는 북한의 관영 매체는 물론 북한당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와 같은 추측의 대표적인 것이 장성택 및 그 ‘일당들’의 비자금 유용, 장성택과 김정은 부인 리설주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맞거나 틀리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남한 내에는 없을 것이다. 필자도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른다는 전제하에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려 한다.


첫째,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겠지만 장성택의 오만한 행동으로 인한 김정은의 불쾌감과 부담일 것이다. 장성택은 김정은 정권 창출의 1등공신임에 틀림없다. 북한 수령체제의 가장 강력한 기반세력은 친인척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없는 상태에서 장성택은 김경희와 함께 김정은의 가장 안전하고 믿을만한 후견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수령유일영도체제인 북한에서 후견인은 후견인으로 끝나야 한다. 수령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는 그 누구도 용서받지 못한다.


장성택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이다. 김정은 옆에서 뒷짐을 진다든가, 자세를 비스듬하게 한다든가, 경례한 손을 먼저 내린다든가 하는 것 등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수령의 권위를 절대시하는 북한의 충신들이나 장성택을 밉게 보는 사람들에게는 큰 불경죄가 된다. 아마 장성택이 김정은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는 그 이상의 행동을 했을 지도 모른다. 리설주 공개는 물론, 팔짱을 끼는 것 등 김정은의 자유분방한 행동이나 로켓발사 시도 등 강경한 대외정책에 대해 장성택이 질책했을 수도 있다. 물론, 충성스런 반대(loyal opposition)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최고영도자가 된 상태에서의 잔소리는 수령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2012년 11월 경, 2013년 2월경에 강한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장성택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김정은의 2013년 4월 북한의 개성공단근로자 출근중지에 대해 장성택은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 김정은은 장성택을 본격적으로 멀리하기 시작했고 어떤 말도 듣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김경희의 말도 듣지 않았다. 장성택은 김정은이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위의 연장선상에서 김정은은 이러한 불만들을 최룡해나 김원홍에게 얘기했을 수 있고, 장성택의 힘을 시기하던 이들은 그런 기회를 이용하여 장성택의 각종 비리를 조사해서 김정은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그 내용들은 비리백화점 그 자체였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했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대역죄다.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죄다. 역사적으로 유일영도에 도전해서 살아남은 자가 없었다. 아울러 경제난 해결을 위한 노선과 관련, 군부와 마찰을 빚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개방문제와 관련해서는 보수집단인 군부가 김정은에게 부정적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다. 장성택을 ‘외부의 첩자’로까지 몰았었을 수도 있다. 특히 장성택이 중국통이라는 점에서 그를 ‘중국의 스파이’로 음해했을 수 있고, ‘장차 중국과 연계해서 친중 정권을 만들려 했다’는 식의 모함도 있었을 수 있다. 북한에서는 종파주의와 사대주의가 가장 큰 죄다. 이 경우 또한 사형까지 가능하다.


셋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김정은 부인 리설주 문제와 관련하여 장성택이 흠결이 있는 여자를 김정은에게 추천한 것이 문제가 됐을 수 있다. 더구나 그것이 장성택과 개인적 친분 때문이라면 더 큰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북한은 절대로 이를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그럴듯한 이유가 동원될 것이고 그것들은 금번 북한이 공개한 내용들이다.
 
경제개방 정책 가속화


장성택의 제거는 북한 내외에 많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유일체제 확립을 위한 사상 및 조직 점검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장성택 여독을 빼기 위한 사상검증과 반혁명적 인물 색출하기가 길게는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물론, 회개하는 자는 살려두겠지만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자는 숙청될 것이다. 앞으로는 누구도 김정은에게 진언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맹종만 있을 것이다.


반면, 공고한 권력을 기반으로 김정은은 인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방정책을 더 속도감 있게 밀고 갈 것이다. 경제통 박봉주를 살려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장성택을 몰아낸 이유로 내각중심제를 위배하여 경제사업에 큰 지장을 줬다는 것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 향후 내각이 경제개발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줄 것으로도 분석된다. 사회적으로는 ‘인덕정치’와 ‘광폭정치’를 실시하고 새 세기에 맞게 보다 자유로운 사회생활 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향후 경제성과 여부가 주민들의 지지를 통한 김정은 권력의 안정성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주변국 관계개선 강화와 7차 당대회 개최 가능성


경제성과는 외부의 지원이 필수이기 때문에 김정은은 대미, 대일, 대남 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14개나 되는 경제특구를 만들어 놓고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건국의 아버지였던 김일성, 사회주의체제 공고화를 이룬 김정일과는 달리 업적이 없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이미 경제를 살리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12월 8일 북·중간 신의주-개성의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 합의가 이루어졌고, 장성택이 처형당한 12일, 북한은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제4차 회의를 12월 19일 개성공단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이는 장성택 사건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정경분리 원칙하에 대외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김정은 의지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농구선수 로드먼의 3차 방북도 19일 예정대로 이루질 예정이다. 향후 북한은 7차 당대회를 개최하고 ‘위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고 개방적 대내외 정책을 천명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커다란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수령 절대체제 공고화의 계기로 활용하였고, 이후 이를 당적으로 추인 받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당대회를 개최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김정은의 권력공고화를 위한 개방정책을 십분활용해 북한민주화의 맹아가 싹트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속히 작동되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