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파격발언 왜?…과시용 vs 개인불만

‘3대(代) 세습 반대'(11일, 日 TV아사히)라는 파격 발언에 이어 ‘천안함 사건, 김정일에 항의'(14일, KBS)라는 내용의 기사까지 보도되면서 김정남의 의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남은 TV아사히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북한을 ‘북조선’ 혹은 ‘공화국’이라 지칭하지 않고 3자의 입장에서 말하듯 ‘북한’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북한 내부사정에 대해 말을 아꼈던 그동안의 행보와는 다르게 ‘후계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반대’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일각에선 북한 내 ‘김정은 세습’ 비판여론에 편승해 ‘왕자의 난’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내놓는 상황이다.


KBS는 김정남 측근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이 무리하게 화폐 개혁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다”면서 “정남이 ‘정은이 아직 얼굴이 알려진 시점도 아닌데 왜 이것을 묵인 했느냐’고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최고 권력자인 아버지(김정일)에게 차세대 권력자인 동생(김정은)의 잘못을 직접 지목, 비판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잇따른 김정남 관련 파격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그의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북한 사회의 특성을 감안할 때 김정남의 공개행보는 그만큼 주목된다. 더불어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후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김정은 체제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면서 김정일의 장자인 ‘김정남’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김정남의 최근 행보를 두고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관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대두된다. 이춘근 이화여대 겸임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중국과 국제 사회에 아직 자신도 존재한다는 ‘과시’적인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언론에서 김정남이 권력에 관심이 없다고 보도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다. 어떻게 관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하면서 “그는 김정일의 신임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후계자로 지목됐던 인물로서 그를 따르는 무리도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언론을 통해 자신이 서구화된 인물이며 시장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개방·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면서 “결론적으로 김정은 보다 자신이 북한의 후계자로 적합하다는 것을 중국과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만일의 북한급변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 권력의 중심에는 김정남을 염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아사히가 김정남 인터뷰를 베이징에서 진행했다는 것은 그가 김정은과의 권력암투로 인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거처를 마카오에서 베이징으로 옮겨 중국에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미 ‘김정은 후계구도’가 분명한 상황이고, 김정일-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신분적 한계’에 따라 권력의 영향권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남은 후계구도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 할 입장이 아니다”면서 “김정남은 장성택을 통해서만 아버지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그런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정남이 북한 내부에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한 ‘왕자’라면서 오랫동안의 서구생활로 그 입지가 좁을 뿐 아니라 당 주요직을 경험하지 못해 추종세력도 미미하다고 추측했다. 때문에 최근 발언은 북한 권력과 완전히 동떨어진 개인의 견해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김정남은 세습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도 동생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는 원칙론적인 입장에서 반대했지만 현실을 수긍하겠다는 의미로 ‘세습 반대’는 개인적인 감정이 포함된 서운한 발언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남이 ‘북한’이라고 제3자 입장에서 말하듯 발언한 것도 주목을 끌고 있는데 그는 예전부터 북한과 관련, 제3자의 입장에서 표현해왔다”면서 “해외를 전전하는 그가 제3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