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北주민도 가족관계등록 가능”

북한 주민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 수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2005년 호적제도가 폐지되면서 신설된 가족관계등록부는 가족관계와 혼인관계, 입양관계, 친양자입양관계 등을 증명하는 것으로, 법원이 북한 주민에 대해 가족관계등록을 창설할 권리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 윤준 수석부장판사는 북한에 거주하는 윤모(67)씨 등 4남매가 국내 한 변호사를 통해 낸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7일 밝혔다.

윤 판사는 “신청인들이 북한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데다 특별히 이들에게 가족관계등록을 배제할 만한 결격 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씨 등은 북한 주민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월 우리나라 법원에 고인이 된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새어머니 권모씨를 상대로 상속권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윤씨 등이 상속권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족관계등록 창설을 신청한 것은 상속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윤씨 측 변호인은 설명했다.

윤씨 측은 친자관계확인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가족관계등록 창설이 상속권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윤 판사는 “가족관계등록 창설 자체는 인정됐지만, 윤씨 등이 기재한 아버지의 본적과 원적, 주민등록번호 등이 실제 아버지의 것인지는 친자관계확인 소송 등을 통해 규명하는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씨 측 변호인은 “가족관계등록 창설이 인정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버지와 자식 사이라는 관계 증명이 이뤄진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결정은 당연히 상속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씨 4남매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2남3녀와 아내를 남기고 월남했으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한에서 따로 권씨와 결혼한 뒤 2남2녀를 낳아 함께 살다 1987년 사망했다.

이에 윤씨는 지난 2월 구호활동을 위해 북한을 오가는 민간단체 회원을 통해 자필로 된 위임장을 남한 변호사에게 보내 권씨가 증여받은 100억 원 상당의 재산 가운데 일부를 나눠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