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열망” 이산 상봉은 합의 안 한 北리선권

[라디오 칼럼] 일방 문구 수정 등 北 진정성에 의문…한미동맹 약화 속셈 버려야

지난 9일 판문점 한국 측 평화의 집에서는 25개월 만에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습니다. 이번 회담은 한국이 개최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남과 북은 군사당국회담의 개최를 비롯해서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합의를 끌어내며 한반도 해빙의 조짐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합의 내용의 이면에는 북한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순수한 열정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주장할 여지가 있어 앞으로 북한 당국의 진정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남북 대표단이 합의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북한의 참가 문제이고, 둘째는 군사당국회담의 개최를 비롯한 민족화합 증진이며, 셋째 남과 북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각 분야의 회담 개최 등이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남북 간에는 수많은 합의가 존재했지만, 북한 당국은 아전인수 격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 내용을 해석하거나 혹은 합의 내용을 위반함으로써 합의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이번 회담의 공동보도문에서도 이런 조짐이 내비쳐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우선 공동보도문의 내용 그대로만 보면 그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해빙의 계기를 맞을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공동보도문의 내용을 왜곡 해석할 여지도 상존하는 만큼 북한 당국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북측 대표단의 수석대표였던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모순된 태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리선권은 고위급회담의 모두발언에서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은 민심의 열망’이라며 민심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거론했습니다. 리선권의 발언대로라면,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들의 상봉은 70년 이상 된 강렬한 민심의 열망이므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한국이 제안한 설날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개최에 합의해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북측은 “상봉행사를 위해 쌍방이 노력한다” 정도의 표현도 보도문에 넣는 걸 반대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공동보도문에 담긴 민족화해와 단합을 위한 노력에 북측이 얼마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지 심히 우려됩니다.

둘째, 공동보도문 제3항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보도문에는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라고 되어 있는데 북한 보도문에는 이 구절이 ’우리 민족끼리 원칙에서‘라고 수정돼 있습니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은 북한 당국이 주한미군 철수, 미국 배격을 주장할 때 쓰는 구호입니다. 결국 북측은 이번 고위급회담에서도 한미동맹을 이격시키고 한미공조를 약화시키겠다는 속셈을 공동보도문에 에둘러 삽입함으로써 향후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더라도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근거로 삼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 측이 제기한 비핵화 쟁점에 대해 북측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측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셋째, 북측은 이번 회담의 공동보도문에 한국의 대북제재를 걷어내려는 문구도 담아냈습니다. 공동보도문 제2항에는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며”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2010년 3월에 북한 당국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5.24조치의 해제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억지 주장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고위급회담은 북측이 온전히 준수하려는 의지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만 갖춘다면 남과 북의 오랜 대치와 긴장 구도를 허물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북측은 한반도의 평화를 말하기 전에 핵개발과 미사일 능력의 신장과 같은 군사적 호전성을 먼저 포기하고 한국을 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진짜 의미 있는 남북대화가 이뤄질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동질성 회복, 더 나아가 하나 된 한반도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는 북한주민들에게 송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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