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을 보는 김정은의 손익계산 달라졌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남측 근로자의 진입을 차단한 지 사흘째가 지나면서 그 여파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3곳이 원자재가 고갈돼 결국 조업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원자재 및 관리인원 부족으로 인한 조업 중단 기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공단 직원들도 식재료 반입이 중단돼 며칠 후면 비상식량마저 동이 날 상황이다. 


개성공단 차단 조치는 미사일 동해 발사기지 이동과 함께 남한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던 주가가 최근 북한 리스크에 주목,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성공단 직원들의 인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개성공단 노동자 전원 철수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아직은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5일 “지금 단계에서는 개성공단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현재 (개성공단의 우리 측) 체류인원의 신변이 그렇게 위험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서울 입경을 허락하고 있기 때문에 인질화 우려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극단적인 선택이 가져올 악몽을 생각하면 스스로 위험을 예측,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 먼저 자문해 보는 것이 순서이다. 


물론 통일부의 상황 판단에도 일리는 있다. 개성공단이 이전에도 몇 차례 출입경 관련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고,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태에도 유지됐다는 점에서 현재 북한의 조치가 개성공단 철수나 폐쇄로 가는 수순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북관계도 상당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5.24 해제 논란이 여전한 마당에 개성공단 문제까지 겹치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상당기간 남북관계가 견원지간이 될 수도 있다.


며칠 전만 해도 북한은 국정운영 노선을 결정하는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핵무기 증산과 경제발전을 병행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핵과 경제 가운데 어디에 방점이 찍혔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저렴한 핵으로 국방비를 메우고 경제에 남은 돈을 쓰겠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경제개혁을 선언한 북한이 한반도 위기를 장기화하고 외화벌이 창구인 개성공단 운영에 차질을 주는 점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 입장에서는 경제개혁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자유주의 바람이나 친남(親南)적인 사고의 위험성을 감안해 남북관계는 되도록 멀리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여지는 충분하다. 여기에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가 과거에 비해 몇 배 커져 있고 중국이나 몽골, 러시아 등으로의 인력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 점도 김정은의 개성공단에 대한 셈법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앉아서 쉽게 벌 수 있는 외화를 그냥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존재감이나 남북 간의 긴장 조성을 위해서는 던질 수도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개성공단 인력 철수나 폐쇄 주장에는 우리 국민의 보호와 함께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이 김정은에게 ‘돈 달린 혹’을 떼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어리고 경험 없는 지도자일수록 셈을 단순화해 집안 단속만 하는 것이 손쉬울 수 있지 않을까? 김정은을 다루는데 모든 수단이 준비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 개성공단은 쉽게 버릴 만한 카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