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 걸쳐 가계 우상화 앞세우는 이유는?

북한이 고영희의 기록영화를 만들어 우상화에 나선 것은 ‘혈통(血統)의 정당성’을 강조해 김정은 체제의 초기 안정화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30일 일본 RENK가 데일리NK에 제공한 고영희 기록영화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는 김정일의 ‘말씀’을 통해 고영희의 행적을 포장하고 있다. 김정일의 입을 빌려 고영희를 ‘진정한 충신’으로 내세운 것은 지도자에 대한 충실성을 가장 앞세우는 북한에서 최고의 찬사에 해당한다. 


북한의 고영희 띄우기는 김정은에 대한 본격적인 우상화의 일환이다. 지난 4월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黨)·정(政, 국방위원회) 최고지도자에 등극한 김정은은 가계 우상화의 숙제인 고영희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3대세습 체계를 구축했고, 김정은에 대한 본격적인 우상화를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선 가계도를 완성해야 한다”면서 “김정은의 출생, 성장과정 등 토대를 작성해야 하니까 고영희와 관련된 우상화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영희와 김정일과의 관계를 부각시키고, 김정은의 어머니로서 품격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록영화에서는 고영희의 품성으로 ‘겸손함’ ‘소박함’을 내세우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김정은 생모 우상화에 대해 “북한 체제는 왕조적 성격에서 유래한다. 왕조국가에서는 권위가 혈통에서 나온다”며 “고영희를 ‘왕비’ ‘국모’의 위치로 올려야 김정은이 적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인 권력승계가 끝났으니 김정은에 대한 절대화, 개인숭배를 넘어 혈통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단계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령의 무오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손광주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남이 장남이라는 사실이 내부에 널리 알려지게 되면 김정은의 혈통세습에도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고영희 우상화를 서두르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은 김정일 등장 이후 수령론에 가계우상화라는 봉건적 요소를 추가했다. 김정일의 탁월함과 후계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수령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탄생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결합한 것이다.


이광백 자유조선방송 대표는 “북한은 수령을 사상과 이념의 탁월한 지도자라고 선전하는데 여기에 가계우상화를 결합해 위대한 지도자는 혈통을 제대로 타고 나야 한다는 점을 결합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