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엔 ‘아웅산수지’ 같은 인사 왜 없냐고?”

▲ 수잔 숄티 대표 ⓒ데일리NK

“우리에겐 달라이 라마나 아웅산 수지와 같이 북한 내부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만한 어떤 사람도 없다. 어느 누구도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북한의 상황이 그만큼 아주 끔직하다는 증거다.”

미국 ‘북한자유주간’을 주최하는 수잔 숄티(Suzanne K.Scholte)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와 8일(미국 시각) 만났다. 미국 내에서 북한인권운동의 대모(代母)격으로 불리고 있는 숄티 대표는 지난 4년간 ‘북한자유주간’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올해로 5년 연속 개최되는 ‘북한자유주간’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의 북한인권 NGO 활동가, 탈북자들이 모여 북한인권운동의 국제화를 논의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이달 26일~5월 3일까지 일주일간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숄티 대표는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수단의 다르푸르나 티벳은 그래도 사람들의 접근은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다”며 “북한에서 일어난 일은 수단이나 티벳에서 일어나는 일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의 인권문제보다 핵문제에 더 치중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숄티 대표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며 “(핵문제 대신) 북한인권 문제가 최전선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은 무언가에 또 합의를 하겠지만 그것에 따라 실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단지 핵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면 오히려 김정일의 거짓말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숄티 대표는 “지난 10년간 남한 정부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서 침묵했고 오히려 김정일을 달래기만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남한의 새 정부가 북한사람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수잔 숄티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 북한인권주간은 어떤 행사이며 어떻게 시작되었나?

“2004년에 시작된 행사로 북한인권법의 통과에 큰 기여를 했다. 북한인권 문제를 이슈로 삼은 첫 번째 풀뿌리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 한인교포, 일본인, 한국전쟁 참전군인들, 대학생 등 노소를 가리지 않은 각계 인사 천여명이 워싱턴 DC의 캐피털 힐(Capitol Hill, 미국 국회의사당)에 모여 ‘북한인권법안’을 지지하는 행동에 나섰다. 우리는 상원, 하원들을 찾아가 법 제정을 요구했다.

2005년에는 북한대학살 전시회를 개최를 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 납치 피해자들을 초청했다. 2006년에는 두 차례의 의회 청문회에 성공적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이후부터 매년 이런 활동을 해오고 있다. 우리는 그간 여러 다른 NGO 활동가들을 패널로 초청해왔으며, 미 의회 인권청문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애썼다. 수단의 다르푸르나 티벳은 접근이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의 수용소에서 어떤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지, 국경지역에서 북송되는 탈북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게 되는지를 알 수 있는 사진은 한 장도 없다. 단지 목격자들의 눈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3백만의 북한 주민이 김정일의 정책 때문에 굶어죽었고 10여 만 명의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있다. 북한에서 일어난 일은 수단이나 티벳에서 일어나는 일보다도 더 심각하다.”

– 올해 행사의 특징은 무엇인가?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우리들의 활동에 결정적인 시기라고 본다. 우선 한인교회연합(Korean Church Coalition, KCC)에서 ‘우리의 백성들을 가게 하소서’라는 캠페인을 통해 우리와 함께 활동하게 됐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행사를 공동 후원하고 있다.

또한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북한여성 인권연맹 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평양예술단 또한 행사나 교회를 순회하며 공연을 열 것이다. 북한에서 유명했던 피아니스트도 올 계획이다.

미 행정부의 고위급 관리와 탈북자들의 패널 회의도 잡힐 것이다. 탈북자들은 아마 미 국방부, 미 국가안보위원회 그리고 국무부와도 개별 면담을 가질 것이다.

(정치범수용소에서 출생한) 신동혁 씨가 발언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한다. 그는 북한 수용소에 어린이가 수용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줄 산 증인이며, 북한이 오늘날 전 세계에서 최악의 인권상태이라는 것을 증명할 증인이다.”

– ‘북한인권주간’ 행사를 통해 바라는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는 항상 같다. 북한 사람들의 인권과 존엄성, 그리고 자유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김정일 정권이 단순한 인권침해집단일 뿐 아니라 불법·부패 정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따라서 하원에서 위조지폐, 마약밀매 등 북한의 모든 불법 활동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도록 노력했다. 또한 일본의 납치 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의 어머니를 초청해 청문회에서 증언할 수 있게 했다. 한국전쟁 당시 납북자와 국군포로들 또한 증언했다.

북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일어섰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 사람이의 우리의 활동을 (라디오를 통해)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활동이 위축되어 있긴 하지만 계속되어야만 한다.

인신매매 희생자로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한 탈북 여성이 중국대사관에서 라디오를 통해 그들을 대신해 사람들이 시위를 한다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중국에서 난민을 돕던 중 중국 공안에 붙잡혀 수감됐던 사람도 우리의 활동을 라디오를 통해 전해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도 북한인권활동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나?

“아무도 이 운동을 함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옥을 뚫고 나왔고, 지금은 그들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단지 그들이 원하면 증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탈북자들에게 있어 첫 번째 순위는 정착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동화하는 것이다.”

– 부시 행정부 임기 동안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는 등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됐지만, 실제 미국 정부가 이 법을 추진하려고 하는 의지가 미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외교적 해결책을 쓸 수밖에 없다. 김정일은 대단한 선전의 귀재이기 때문에 지난 수년간 남한 정권을 쥐고 흔들었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우리는 점점 부시 행정부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핵문제 대신) 북한인권 문제가 최전선에 놓여야 한다.

우리는 6자회담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매우 맥이 빠져있다. 김정일은 무언가에 또 합의를 하겠지만 그것에 따라 실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호의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했지만 그것은 이미 쓸모없게 된 빈 껍질일 뿐이다.

우리가 단지 핵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면 오히려 김정일의 거짓말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 거짓말은 미국이 북한을 파괴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인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북한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남한의 NGO와 탈북자들을 도울 필요가 있다.”

– 이외에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인권 활동들이 무엇이 있나?

“북한자유연맹과 함께 일하는 엔지오(NGO) 회원들이 많이 있다. 매주 화요일 한인교회연맹은 중국대사관에서 집회를 열 것이다. 북한인권주간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이 모든 행사들을 통합·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또한 코카콜라나 다른 회사들의 본부에 가서 올림픽 때 (탈북자 문제에 관해)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도록 요청할 것이다.”

-북한인권운동의 한계가 어디에 있다고 보고 있나?

“북한 인권을 향상시키는데 있어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은 북한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능력이 없다는데 있다. 중국 정부는 이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영상자료는 거의 없다. 조선일보가 얼마 전에 ‘국경을 넘어서’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지만 ABC나 CNN 또한 수용소에 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겐 증거로 쓸 만한 확실한 증거물이 없다.

또한 우리는 세계 언론이 흥미 있어할만한 인물인 조지 클루니, 달라이 라마, 아웅산 수지와 같이 북한 내부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말한 어떤 사람도 없다. 우리에게는 사상가인 황장엽이 있을 뿐이다.

어느 누구도 대표적으로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북한의 상황이 그만큼 아주 끔직하다는 증거다.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야 하고 목격자가 되어야 하고, 또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지만 북한 사람들은 결국 그들 스스로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남한의 새 정부가 북한 사람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지난 10년간 남한 정부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서 침묵했고 오히려 김정일을 달래기만 해왔다고 생각한다.

나의 목표는 북한에 자유를 주는 것이고, 북한이 평화스럽게 개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내 일은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