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사회서 ‘제2 정주영’ 나오지 말라는 법 없어”


▲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11월 25일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영상=유튜브
 

탈북민 3만 시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들은 어떤 존재일까? 한반도 통일을 미리 볼 수 있는 ‘매개자’라는 평가와 함께 아직도 ‘2등 국민’이라는 매몰찬 선입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들은 우리와 동등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탈북민 정착 지원에 주력해온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신임 손광주 이사장은 지난 25일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북민은 동지”라는 생각으로 재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민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보호 대상이 아닌 통일을 함께 준비하는 동지적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들과 나는 동지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동지는 어느 목적을 향해 손잡고 가는 사람, 즉 같은 뜻 같은 마음을 갖고 가는 사람이다”면서 “같은 목적과 지향인 통일로 가는데 있어서 탈북민은 동지다. 탈북민은 동지라는 생각을 갖고 남북하나재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손 이 사장은 “탈북민 단체들이 현재 대략 200개 정도 있는데, 상당히 많은 편이다.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자기희생적으로 활동해 왔다”며 탈북민 단체장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8월 26일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재단 업무 시스템을 만들고 국정감사, 예산 등으로 인해 그동안 탈북 단체장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할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 월요일(23일)부터 탈북단체장들과 소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탈북민 개개인들이 다 잘돼야 한다. 또 그러한 조건 하에서 탈북민 사회, 탈북민 커뮤니티가 잘 돼야 한다”면서 “탈북민 사회가 다 잘되려면 이사장과 단체장이 힘을 합쳐야 한다. 탈북민 중에서 한국에 와서 정착 잘하고 ‘숨어있는 진주’들을 발굴해내고 우리가 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자제분 중에 한사람은 대한민국에 와서 공인회계사 시험(CPA)에 합격했고 삼일회계법인에 취직, 하버드 MBA 마치고 미국계 금융회사 취직했다”면서 “이는 대단히 성공적인사례다. 이런 사람이 많이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더 나아가서는 탈북민 중에 ‘제2의 정주영 회장’이 출현하여 그야말로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면 좋겠다”면서 “정주영 회장도 강원도 통천 출신으로 1세대 탈북민이다. 내년이면 탈북민 3만명 시대다. 그중에 제2의 정주영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나? 하나재단과 탈북민들이 진흙속의 진주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 이사장은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고충을 겪고 있는 탈북민들을 위해 재단은 ‘어머니’ 같이 자상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사회에 적응을 돕는 ‘아버지’ 같은 엄격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재단은 기본적으로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이들을 배려하는 업무를 한다. 다만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법치가 중요하다. 특히 탈북민들은 법치보다는 수령의 교시와 말씀이 더 중요한 사회에서 살았기에 법치적 사고체계로 연착륙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흐름 하에 재단을 운영해야 한다. 우리 재단이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아버지처럼 엄격해야 한다”

특히 손 이사장은 그동안의 탈북민 정착지원과 관련한 경험과 사례를 계량화하고 통계 수치화해서 탈북민 지원 정착 매뉴얼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민 지원 맞춤형 정착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와 문제점 등을 수치화해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설명이다.

“우리 재단이 법적 제도적 기반을 갖춘 지 이제 만 5년 됐다. 시간은 짧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탈북민 정착과 관련한 경험과 사례를 계량화하고 통계화 지수화하여, 정착 메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령 ‘A’라는 정책 투입시 ‘A-’라는 결과, ‘B’라는 정책 투입시 ‘B-’라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 이런 결과들을 계량화, 통계화 한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에 이것을 매뉴얼화해서 탈북민 정착을 위햔 정책 수립에 참고하도록 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손 이사장은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정착을 잘 하고, 이를 기초로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향후 한반도 통일이 점진적,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어느 날 급변적으로 갈 수 있다. 소위 ‘급변사태’라는 것은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급변’이라는 말을 쓴다. 급변에 대비하여 남북한 통합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정착지원 정책들을 현실의 토대 위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은 기본적으로 통일부가 수립한다. 우리 재단은 많은 정착 사례들을 모아서 통계화와 수치화하는 것이 할 일이다. 이사장 임기가 3년인데 3년 동안 착실히 이것을 할 것이다.” 

정옥임 전임 이사장과 일부 탈북민 단체장들과의 갈등에 대해 그는 “지난 시기에 일부 단체들과 저희 재단이 갈등과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탈북단체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 그런 조건에서 재단과 탈북민 단체는 화합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1. 취임하신 지 벌써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면 긴데, 업무 파악은 다 하신건가요?

대체로 중요한 줄기들은 파악이 됐다. 지난 3개월을 등산에 비유하면 산자락 초입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등산하면 땀이 나는데, 재대로 땀을 내려면 앞으로 더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언론인 출신이기에 ‘현장 중시’ 철학을 갖고 있다. 3개월 동안 탈북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과 탈북 청소년들이 공부하고 있는 곳 등 여러 현장들을 방문했다. 그중 한겨레 고등학교는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성화 교육 고등학교인데, 이곳을 두 번 방문했다.

2. 하나재단이 탈북민 지원 정책을 펴온 것도 벌써 10년 이상 됐는데요. 그동안 하나재단의 역할, 제대로 해왔다고 보십니까?

지금의 남북하나재단이 설립된 지는 5년 됐다. ’10년’은 북한이탈주민후원회 기간을 포함해서 그 정도의 기간이다. 남북하나재단이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됐다. 그래서 남북하나재단이 하고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탈북민들이 정착을 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기초로 해서 통일 환경 개선, 실질적인 통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 외 또 다른 중요한 업무가 ‘탈북민 대국민 인식 개선’이다. 예를 들면, 천안함 연평도 사건 같은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한국에 와 있는 탈북민들은 괜히 심리적으로 주눅 들게 된다. 북한 체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국민들은 북한의 세습정권이 자행한 도발인데도 탈북민들에게 “당신들 때문에 우리 장병이 죽었다.” 이런 식으로 오해하곤 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을 국민들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재단의 일이다.

우리가 흔히 ‘통일’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첫째는 유니피케이션(Unification) 개념이다. 영토 통일, 체제 통일, 유엔에서 단일 회원국으로 되는 외교적 통일 등을 의미한다. 두번째는 ‘통합’ 즉 인터그레이션(Integration)이다. 통합에는 교육 통합, 건강의료, 복지 통합 등등 다양한 통합 문제들이 있다. 그래서 동서독 통일은 25년이 되었지만, 통합은 아직 진행중인 것이다. 남북하나재단에서 담당하는 일은 바로 ‘인터그레이션’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생활 속의 통일, 실질적인 통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 동안 남북하나재단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그런 동안 업무 영역도 넓어졌고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

3. 탈북민 정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지원과 탈북민들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와 같은 의료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의 취업과 의료지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그렇다. 탈북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과 취업이다. 건강문제 중에는 탈북과정에서 심리적인 불안감이 가장 크다. 탈북 과정에서 생(生)과 사(死)를 오가는 경험을 했기에, 그에 따른 심리치료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단에서는 전문 상담사를 두고 심리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전국의 하나센터는 29개 있고, 전문 상담사도 100여명 있다. 이들이 전국 각 지에서 탈북민들에게 필요한 심리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취업 문제는 저희들이 맞춤형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탈북민들의 특성에 맞는 직장을 물색하고 구직 등록도 하고, 취업 면접을 할 때도 전문 상담사가 동행을 한다. 취업이 되면 사후관리까지 하고 있다. 최근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어서 탈북민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 손광주 하나재단 신임 이사장은 지난 25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탈북민 정착과 관련한 정책 집행 결과에 따른 매뉴얼을 임기 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이경주 데일리NK 기자

4. 전국에 탈북민 정착 지원을 위한 하나센터가 있습니다. 과거부터 하나센터의 역량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전국 하나센터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하나센터는 기본적으로 통일부와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저희는 하나센터의 전문상담사를 파견해서 지원하는 형태다. 정착지원업무라는 것이 행정적으로 보면 통일부에서 정착정책을 수립하고 저희 재단에서는 통일부의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기관이다. 즉 하나센터는 통일부와 지자체가 관리하고 저희가 지원하는 형태다. 탈북민들이 들어와서 통일부의 하나원을 거치고 주택을 배정받으면 저희들이 그때부터는 생활안정, 취업지원, 교육, 장학 등 실질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정착지원 업무를 체계화, 일원화해서 하나재단이 행정적으로도 정착지원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통일부를 비롯한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1. 그리고 각 지역 하나센터에 있는 탈북민 출신의 상담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습니다.

동의한다. 탈북민들의 정착과 관련해서는 상담사에게 두 가지 역할이 필요하다. 하나는 한국사회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탈북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는 탈북민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탈북민 출신 상담사들은 탈북민들의 특성은 잘 알지만 한국사회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하나재단은 탈북민 비율을 대략 20% 정도로 잡고 있다. 탈북민 출신 상담사들이 20%를 넘어서고 있다. 유능한 탈북민들을 있다면, 언제든지 전문상담자로 채용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5. 하나재단은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과 민의 두 성격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하나재단이 기본적으로 통일부 산하의 공공기관이고, 정부 공공기관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과 제도라는 토대 위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 숫자가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2만 8,459명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5천만에 비하면 0.1%가 채 안 된다. 사회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에 있어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계층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이 물론 중요하지만 탈북민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 배려가 굉장히 중요하다. 탈북민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법과 원칙의 기초 위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나재단은 기본적으로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있다. 또 대한민국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 법치의 가치를 가진 자유민주주의 헌법체계이기 때문에, 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탈북민들은 법치에 따라 살아오지 않았고 수령의 교시의 말씀이 더 중요한 사회에서 살았기에 법치적 사고체계로 연착륙 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 흐름 하에 재단을 운영해야 한다. 우리 재단이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 때로는 어머니처럼 자상하고 때로는 아버지처럼 엄격해야 한다. 두 가지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

5-1. 이런 어머니 역할에 있어서 따뜻하고 엄격한 두 가지 역할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할 사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탈북민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첫 번째 거치는 곳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다. 예전에는 ‘합심’이라고 불렀다. 이 이름이 좀 권위적이어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뀐 것이다. 이곳을 거쳐 하나원으로 간다. 하나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적응하는 교육과정을 졸업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 하나재단에서 정착지원에 들어간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부터 하나원의 업무, 하나재단, 하나센터의 업무까지 일관성 있는 업무 흐름(work-flow)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정착하는 ‘교육’이다. 그러니까 북한에 있을 때의 사고체계를 자유민주주의 사고체계로 연착륙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라는 뜻이다.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입각한 세계화 교육, 인류보편적 가치의 교육이 중요하다. 또 영어라든지, 내년부터는 중국어가 지원이 될 것인데, 이러한 교육들이 모두 중요하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한다는 것, 즉 대한민국 공동체에 동화된다는 것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언어 공동체, 역사 공동체, 문화 공동체에 동화되는 것이다.

탈북민들의 사고 체계가 대한민국 공동체에 동화되는 것이 첫째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전담 코디네이터를 두고 있다. 북한에서 교사 경험을 가진 탈북민들을 선발해서, 이들이 탈북청소년들이 공부할 때 학습과정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을 직접 학교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얼마 전 경북 경주에서 이들 전담 코디네이터와 전담 코디네이터가 소속된 학교의 교장선생님을 초빙해서 우리의 올바른 역사교육이라든지, 탈북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서로 협의할 수 있는 간담회도 마련했다. 이런 일이 탈북청소년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교육 지원이라 할 수 있다.  

6. 재단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일부 탈북단체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소통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크고 작은 탈북민 단체들이 대략 200개 정도 있다. 상당히 많은 편이다. 다들 다 열심히 하시고 다들 희생적으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지난 시기에 일부에서 저희 재단과 갈등 및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탈북단체들이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필요한 것은 화합과 소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저희가 지난 월요일부터 탈북단체장들과 소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8월 26일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재단 이사장으로서 재단 내 업무 시스템을 만들고 국정 감사 등이 있어서 그동안 탈북 단체장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할 기회가 없었다.

아까 등산에 비유하면 초입이라 했는데 2016년부터는 땀을 좀 낼 생각이다. 단체장들과 소통 많이 할 것이다. 단체장들과 이사장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봐야한다. 첫째, 모든 탈북민 개개인들이 다 잘돼야 한다. 그런 조건 하에서 탈북민 사회, 탈북민 커뮤니티가 잘돼야 한다. 탈북민 사회가 다 잘되려면 이사장과 단체장이 힘을 합쳐야 한다. 한국에 와서 정착 잘하고 숨겨진 사람 중에 ‘진흙 속의 진주’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 자제분 중에 한사람은 대한민국에 와서 공인회계사 시험(CPA)에 합격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삼일회계법인에 취직, 하버드 MBA 마치고 미국계 금융회사 취직했다. 대단히 성공적인사례다. 이런 사람이 많이 나와야한다. 더 나아가서는 탈북민 중에 ‘제2의 정주영 회장’이 출현하여 그야말로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주영 회장도 강원도 통천 출신으로 ‘1세대 탈북민’이다. 내년이면 탈북민 3만 명 시대다. 그중에 제2의 정주영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나? 재단과 탈북민이 그런 진주들을 찾아내야 한다.

7. 탈북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만큼이나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있어서도 하나재단의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기존 착한 사례가 어떻게 보면 그런 일인데요.

최근에 저희 재단에서 실태조사 했는데 탈북민들이 지난 1년 동안 한국에 와서 차별당하거나 무시당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25.6%가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변했다. 탈북민 4명중 1명꼴로 한국에서 와서 탈북했다는 이유로 편견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희들이 탈북민이 정착 잘하도록 환경개선이 중요하다. 특히 신문과 방송, 국민통일방송이나 데일리NK처럼 북한문제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언론과 여론 주도층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우리사회에서 탈북민을 ‘평범한 우리의 이웃’으로 편안히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0.1%도 안 되는 탈북민이지만, 우리가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관심 위에 사랑과 배려가 나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탈북민 특성도 알게 되고 그러면 탈북민과의 소통도 긴밀히 될 수 있다. 언론과 여론주도층의 역할이 중요하다.

8.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임 이사장님들과 비교해 손 이사장님의 장점은 무엇이며, 재단 운영에 있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까?

먼저, 초대 김일주 이사장님, 2대 정옥임 이사장님이 모두 장점이 있다. 초대 이사장은 남북하나재단을 양적으로 많이 키워 놨다. 예산도 늘여 놓았다. 탈북민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리고 정옥임 이사장은 우리 재단을 법과 원칙의 기초 위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업적을 남겼다. 그 두 분 장단점 동시에 있다. 저는 두 분의 업적에 기초해서 일을 하고 있다. 제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탈북민들을 많이 접촉하였다는 사실일 것이다. 제가 황장엽 선생의 연구비서 11년 6개월을 했다. 1996년부터 탈북민들을 많이 만났다. 탈북민 사고체계와 감성체계를 파악하는데서 약간 유리하지 않나 싶다. 또 제가 언론 출신이라서 현장을 중시한다. 재단 운영방침도 실사구시, 현장중시로 정했다.

흔히 ‘우문현답’이라는 말을 우스개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한다.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 제가 한겨레 고등학교를 두 번 가고, ‘바오스’라는 기업이 탈북민들을 취업시키는데 두 번 현장에 가보았다. 거기가 LED 분광판 제조에 핵심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좋은 회사이다. 그런 중견 회사에 취직시키려면 발로 많이 뛰어야한다. 나뿐만 아니라 재단 직원이 현장 중시하고 열심히 뛰고 있다. 이사장과 함께 한마음 한뜻이다.

9.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올 것 같은데, 향후 하나재단 이사장으로서 포부와 비전은 무엇이십니까?

남북하나재단의 일이 탈북민 정착지원과 이를 통한 실질적인 통일준비다. 지금 재단이 법적 제도적 기반 갖춘 지 5년 됐다. 시기는 짧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탈북민 정착과 관련하여 경험과 사례를 계량화해서 통계화 지수화한 후 탈북민 정착에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정착 지원과 관련해서 ‘A’라는 정책을 투입했을 때 ‘A-’라는 결과, ‘B’라는 정책 투입시 ‘B-’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런 것을 계량화, 통계화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이것을 매뉴얼화해서 정책을 보완하는 것이다.

통일이 점진 단계적으로 갈 수 있고, 어느 날 급변적으로 갈 수 있다. 급변사태라는 것은 예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급변이라는 말을 쓴다. 급변에 대비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정착지원 정책들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정책은 통일부가 수립한다. 저희 재단은 많은 사례들을 모아서 통계화, 수치화해둘 필요가 있다. 임기가 3년인데 3년 동안 착실히 할 것이다.

10. ‘손 이사장님에게 있어 탈북민은 무엇이다’라고 한단어로 표현한다면요?

탈북민들과 나는 동지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동지는 어느 목적을 향해 손잡고 가는 사람, 즉 같은 뜻 같은 마음을 갖고 가는 사람이다. 같은 목적과 지향인 통일로 가는데 있어서 탈북민은 동지다. 탈북민은 동지라는 생각을 갖고 재단을 운영할 것이다.

황장엽 선생이 나한테 편지 쓸 때 항상 ‘손광주 동지에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동지적 관계라는 애정어린 말이다. 나도 탈북민들을 동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