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치범수용소 수인 120명 집단탈출”

정치범수용소 내부

정치범수용소로 알려진 함경북도 화성군 소재 ’16호 관리소’에서 120명의 수인들이 집단 탈출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북한 당국이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경찰), 군대를 동원, 추적∙검거 작업에 들어갔다고 복수의 내부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청진에 거주하는 복수의 내부소식통은 1일과 5일 “지난해 12월 20일 화성군에 있는 관리소에서 120명이 집단으로 탈출한 사건이 터져 보위부와 보안서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현재 함경북도 일대는 곳곳에 검문소가 추가로 설치돼 차량 통행증과 개인 여행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이중삼중의 장애물과 주변 마을 주민에 대한 철저한 신고 교육, 탈출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통해 탈출 자체를 원천봉쇄 해오고 있어 이번 집단 탈출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소식통은 “잘 아는 도 보위부 보위원이 화성쪽 관리소에서 정치범들이 튀었다는 말을 전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숫자도 12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함북도 전체가 긴장하고 비상사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탈출과정에 외부인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외부에서 반입된 대형 쇠톱으로 철조망을 절단하고 미리 준비한 몽둥이 등으로 관리소 경비대원들을 제압하고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이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외부 협조자가 쇠톱 반입부터 탈출후 차량까지 제공했다”면서 “탈주자 대부분은 중국에서 한국행을 시도하다 강제북송되어 재판을 받고 관리소로 들어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수용소 출신들에 따르면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일반 교화소(교도소)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용소는 깊은 산속에 집단 거주지를 만들어 마을 형태를 띠고 있다. 면적도 몇 개 마을을 합쳐놓은 규모. 관리소는 이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수용소 주변 산자락에 높이 2, 3m의 철조망을 둘러치고 망루를 설치해 경비병들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경비병 외에도 주변에는 관리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사대’를 설치해 감시하고, 관리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신고를 하면 포상을 실시해 신고정신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탈출이 성공한 데는 외부인의 협조와 차량을 통해 신속하게 관리소 인근을 이탈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가택수사중 탈출자 21명 체포”

또 다른 내부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회령∙무산까지 검거반을 투입해 추적에 나서고 있으며 현재(2월 1일) 21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당국이 탈출자 체포를 위해 함경북도 전역에서 검문과 숙박검열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이들이 국경을 넘을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국경경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당국이 탈출자들의 개인 주소지에 보위원들을 집중 투입해 가택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며 “보위원들이 이들의 가족 접촉여부와 행방을 캐묻는 과정에서 탈출자 21명을 색출했다”고 덧붙였다.

또 한 수인은 탈출 당일 함북 청진에 있는 집에 들러 가족을 데리고 도강을 시도했다가 국경경비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중 국경은 중앙당 그루빠(그룹, 검열단) 활동으로 평소보다 감시가 훨씬 강화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국경경비대가 탈북자와 연계해 도강(탈북)을 방조하는 현상을 뿌리뽑기 위해 그루빠가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감시 강화는 탈출자 검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의 증언도 탈출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요새 인민반(최소 행정단위) 회의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신고하라는 지시가 계속 하달되고 있다”면서 “교화소에서 (사람들이)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혜산에서 물건을 가져다가 청진으로 달리기(도매장사)를 가는데 곳곳에서 검문을 하고 여행증명서를 확인했다”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검문소 군인들이 ‘관리소(수용소)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여행증명서 없이 여행하다 잡히면 원 주소지로 호송돼 조사를 받았는데, 지금은 청진 도 보위부까지 끌려가 신원확인을 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큰 일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성 16호 관리소는 화성군 고창리에 있는 수용소로 정치범 1만 명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탈출한 수인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한국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수용소로 끌려간 사람들로 알려져, 향후 한국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