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민생행보? 北주민들 ‘써클(쇼)하지 마라’”



▲노동신문이 지난 1일 김정은이 과학기술전당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날 신문은 과학기술강국, 인재강국, 건설구상이 완벽하게 구현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진행: 11일 <노동신문 제대로 보기> 전해드립니다. 노동신문이 8일 “2016년 세계를 뒤흔든 대 조선충격”이라는 제목으로 2016년 북한의 10대 뉴스를 소개했습니다. 첫 소식으로 “과학기술전당 준공”을 다뤘습니다. 북한의 과학기술전당이 정말 세계의 이목을 끌었는지, 또 북한 당국이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과학기술전당의 준공식을 조선 충격의 서막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왜냐하면 2016년 1월 1일 김정은이 새해 첫 공식 활동으로 과학기술 전당 준공식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준공식에 참여해 전민학습의 대전당, 최신 과학기술 보급 거점이라면서 제7차 당대회를 맞는 새해 첫 문을 과학으로 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느 나라든 과학을 중요시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어느 분야에 집중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북한에서는 최우선순위가 국방 부문입니다. 체제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미사일 분야에 치중하다 보니 (국방 부문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부분과 비교하면 한심합니다. 김정은은 준공식에 참여해서도 “과학기술전당 운영을 잘해 전민과학기술 인재화, 과학기술 강국화, 인재 강국화를 통해 이런 시련에 크게 이바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젊기 때문에, 과학의 중요성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이 8일 “행성의 전략적 구도를 뒤바꾸어 놓은 첫 수소탄 시험 성공”과 “백두산대국의 기상 떨치며 만리 창공에 솟아오른 광명성 4호”와 “적대세력들을 전율시킨 ‘화성’과 ‘북극성’”이라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과 잠수함 탄도미사일 ‘북극성’ 발사를 별도로 다루며 자체 핵 무장을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한 해 평가에 이렇게 많은 핵, 미사일 소식을 자랑스레 다룬 것을 보면 북한은 역시 핵 개발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먼저 국방 부문에서 과학자에 대한 대우는 최상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과학기술을 성과를 나열하며 과학자에 대한 대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정일은 영변 분강지구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과학자들을 위해 일본에서 최고급(최신식) 버스를 들여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조총련에서 최고급 버스 100대를 들여왔는데, 이를 ‘백대 버스’라고 불렀습니다. 이들 버스는 주로 당 대회 대표를 태우는 데 활용됐는데요, 평양에 있는 ‘백대 버스’를 제외하면 분강에 있는 버스 2대가 전부였습니다. 그만큼 과학자들에겐 특별한 대우를 해줬습니다.

또한 분강지구는 후방 공급사업이다 보니 공급체계도 특별했습니다. 비밀 보장이라는 이유로 일반 사람, 친척이라고 해도 분강지구는 통행증 없이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분강지구 주민은 사실상 격리된 채 살 수밖에 없었죠.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은 핵 개발만큼은 올해가 아니라 정권 종말이 오기 전까지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태영호 전 주(駐)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말한 것처럼, 김정은은 1조, 10조 달러를 받는다고 해도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핵·미사일이 정권의 운명, 자신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노동신문이 8일 지난해 5월 치러졌던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를 가리키며 “역사에 특기할 정치적 대사변-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였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36년 만에 열렸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별다른 새로운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았나요?

제7차 당대회는 당의 권력구도와 체계를 외형상으로 원상 복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대회를 개회했다는 사실만으로 권력구도, 체계가 정비되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당대회 개회는 무엇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김정은은 작년 한 해 동안 주민들에게 구태의연한 ‘70일·200일전투’ 등 속도전만 강요하기만 했습니다.

올해도 김정은은 150일 전투 혹은 100일 전투 등을 지시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인민들에게 자급자족을 하라고 지시한다면 이들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단속·통제 강화는 결국 주민들만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이 5일 북한 김정은이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평양가방공장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정은은 “가방생산의 다종화, 다양화, 다색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안창작을 잘하고, 연령과 신체적 특성에 맞게 가방의 규격화를 실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노동신문이 지난 5일 김정은의 평양 가방공장을 방문했고 이어 지난 8일에도 이불 생산 공정과 새로 건설되는 노동자 합숙을 현지지도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김정은이 새해를 맞아 민생 돌보기에 나서고 있는 걸까요?
 
민생 돌보기 행보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김정은이 인민들을 위해서 헌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쇼(show)’인데 북한 주민들은 이를 두고 “써클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혹은 행동을 하면 이것을 가리켜 비아냥거리는 겁니다. 또 김정은이 가방공장, 이불공장을 시찰했고 노동자 합숙 건설장을 둘러봤다고 알려졌잖아요? 이때 노동자들과 주변 주민들이 참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김정은이 방문하는 ‘1호 행사’는 호위사령부 인원들이 근처에 개미 한 마리도 얼씬거릴 수 없게 정리, 봉쇄합니다. 때문에 근방에 있는 장마당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봅니다. 인원, 물자가 통제되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왜 못 열게 하는지 이유도 알 수 없을 겁니다. 만약 이에 항의한다면 쥐도 새로 모르게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김정은이 공개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북한 주민들이 살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