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해복구, 사람 개미떼처럼 동원해도 굴삭기 한 대만 못해”

진행: 27일, 장성무 방송원과 <노동신문 바로보기> 전해드립니다. 지난 22일 노동신문 3면은 ‘사회주의 조국 강산에 어려오는 어머님의 미소’라는 기사로 김정숙 찬양 분위기 조성에 나섰는데요. 우선 북한에서 김정숙은 어떤 존재인가요?

북한에서 9월 22일은 김정은의 친할머니인 김정숙이 사망한 날입니다. 김정숙은 김정일의 어머니이자 김일성의 첫 번째 부인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숙을 항일의 여성영웅, 백두여장군, 혁명의 어머니, 백발백중의 명사수, 주체 어머니 등 수많은 칭호로 추켜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김정숙은 1917년 12월 24일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는데요. 1949년 9월 22일 평양에서 사산아(죽은 아이)를 낳다가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었습니다. 당시에 김일성은 훗날 부인이 된 김성애(당시 김일성의 타자수)와 바람이 나, 출장을 구실로 지방에 가 있었습니다. 물론 김정숙이 아기를 낳을 때도 같이 있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소련의 한 신문사에선 김정숙이 김일성과 김성애의 불륜에 대한 충격으로 자살했다고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김정숙은 항일무장활동이나 해방 후 공화국 건국에 있어 역할이 대단했나요?

꼭 그렇진 않아요.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시절, 김정숙은 김일성의 밥을 해주고 빨래도 해주면서 아내가 되긴 했지만, 그때는 김일성이 산속에서 있었고, 여자를 쉽게 만나기도 힘든 상황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김일성은 해방 후 글도 제대로 못 읽고 볼품없는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김정숙을 엄청나게 구박했던 것 같아요. 어린 김정일은 그 모습을 봐오며 1973년 후계자로 내정되자마자 ‘곁가지 청산’이라고 해서 의붓어머니인 김성애의 주변을 제거하고, 친어머니인 김정숙 우상화에 나섰거든요. 물론 김정숙 우상화는 김정일 본인의 백두혈통을 강조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이 같은 우상화로 김정숙은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백두산 3대 장군’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김정숙 띄우기는 9월 24일 노동신문 4면에서도 이어지는데요. 사실 북한에서 김정숙을 띄우는데 반해 김정일의 세 번째 아내이자, 김정은의 친모인 고영희에 대한 찬양 분위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고영희에 대해선 이미 여러 방송에서 수차례 이야기가 나왔지만, 고영희의 출신자체가 재일 귀국동포(북한에서는 ‘귀국자’라고 부른다)잖아요. 김정숙처럼 항일운동을 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백두혈통 집안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물론 고영희를 찬양하는 영화도 만들긴 했었어요. 군부대에 다니면서 영화를 틀어주는 등 우상화 시도가 있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 재일동포라는 사실이 들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괜히 고영희를 우상화하려다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구나’라고 판단한 모양인지, 최근에는 영화필름까지 없애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지나면 고영희 우상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봅니다. 충성심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하겠죠.

-김정은의 아내인 리설주의 과거 공연 동영상 있잖아요? 그 동영상을 주민들이 처벌을 두려워하면서도 몰래 보고 있다고 하던데요. 앞으로 리설주의 우상화도 어렵다고 봐야하나요?

그렇죠. 지금 리설주의 예전 공연 촬영본을 주민들이 돌려보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북한에 있는 여자들에게는 리설주가 우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수에서 최고지도자의 부인의 자리까지 올랐으니까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우상화가 이뤄 질 수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다릅니다. 또한 지금은 딸을 낳았지만, 리설주가 앞으로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아들을 낳게 되면 그 아들도 신처럼 우상화를 할 것이고, 리설주는 신을 낳은 어머니로 추켜세울 것입니다. 그러나 리설주가 앞으로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리설주의 우상화는 아직 시기상조(時機尙早)인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리설주의 우상화까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수해복구 관련 이야기인데요. 9월 26일 노동신문 1면을 보면 ‘수백세대의 살림집 기초타입공사 진입’이라고 선전하고 있네요. 현재 함경북도 수해복구와 관련한 실상은 조금 다른 듯합니다. 어떤가요?

제가 알기로는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문에도 보면 수백 세대 살림집이 기초타입공사에 진입했다고 하는데 이는 피해복구로 인해 널려진 살림들의 기초를 정리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기초를 닦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상당부분 복구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북한 내 소식통들에 의해 확인됐다시피 지금 복구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요. 김정은의 지시로 각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 지원동원을 위해 내려오고 있는데, 이 피해복구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일해도 도저히 성과를 낼 수 없거든요. 굴삭기 한 대면 몇 백 명이 달라붙어 할 일을 순식간에 해치우는데, 기계는 없고 사람만 내려오니 오히려 그게 더 골치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또 먹어야 일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은 안하고 술판만 벌이고 있으니, 복구현장을 도우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그 상황을 지켜보는 피해주민들은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장군님(김정은)이 보내서 왔다는데 불만을 표출하기도 어렵겠죠.

가장 문제는 당장 북한에 닥쳐오는 추위입니다. 제가 1988년 9월 초 무산에 갔었는데 첫눈이 내렸어요. 이제 영하로 내려가는 건 시간문제에요. 무산이나 회령 그쪽에는 며칠 지나지 않으면 첫눈이 내릴 것 같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날씨가 추워져서 시멘트가 얼면 건설도 못하게 될 텐데, 가상 천막을 치고 추위에 떠는 주민들이 올 겨울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