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式 ‘만리마 속도’에 北주민들, “허망한 구호”

진행: 북한이 7차 당(黨)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연일 독려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만리마 속도 창조’라는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김정은이 선대(先代)에 사용하던 ‘천리마 속도’ 대신 본인만의 구호를 창조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29일 <노동신문 바로보기> 에서는 최근 새로 등장한 ‘만리마 속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사무국장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1. 북한 김정은이 당대회를 앞두고 성과를 독려하는 가운데, ‘만리마 속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리마 속도’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만리마 속도’는 말 그대도 하루에 만 리(약 3900km)를 달린다는 의미입니다. 그 전에 북한에서는 ‘천리마 속도’ ‘천리마 기수’ 등의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만리마 속도’는 북한 주민들의 사상적인 열의를 고조시켜, 경쟁을 유발해 노력 성과를 발휘하라는 의도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1-1. 김정은이 언제부터 이런 용어를 사용했나요?

북한이 강성대국선포를 한 해인 지난 2012년 1월 30일 노동신문에 ‘만리마’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 시기에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서 ‘만리마 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거죠.

1-2. 과거에 쓰던 ‘천리마 속도’와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천리마 속도’와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천리마 속도’과 마찬가지로 북한 근로자들의 사상적 열의를 고조시켜서, 개인 간의 경쟁 속도를 높여 성과를 올리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속도를 더 내서 높은 성과를 낼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겠죠.
 
2. 북한 김정은이 이렇게 속도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금 7차 당 대회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70일 전투를 시작하기도 했죠. 이런 상황에서 ‘만리마 속도’까지 적극 독려하는 걸 보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노력 성과를 보여야 한다, 즉 김정은의 기대치에 미치기 위해 주민들의 열의를 끌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밤을 새워 24시간 일해서라도 성과를 내라는 의미에서 이런 ‘만리마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거죠.  

3.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북한에는 자원이나 원자재가 부족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속도전을 강조하면 산업 전반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요?

네. 당연히 산업에 상당한 무리가 가죠. 질이 보장 안 되는 거죠, 또한 속도만 강조하면 완성도와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산업재해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건설 같은 경우에는 속도만 강조하다보면 부실공사의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죠.

4. 그렇다면 주민들은 ‘만리마 속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주민들은 천리마나 만리마나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천리마나 만리마나 거기서 거기다” “우리를 부려먹기 위한 수단이다”고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당이 외치는 허망한 구호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주민들은 “먹지도 못 하는데 무슨 만리마냐”라며 오히려 격분하고 있습니다.  

4-1. ‘만리마 속도’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 건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북한이 ‘천리마 속도’를 강조했던 시기가 「제2차 7개년계획」(1971-1976년)때 입니다. 당시 자본, 기술, 물자 등 재원이 굉장히 부족해서, 이 부분에 대한 극복과 투쟁운동이 전국적으로 실시된 것이었죠. 그러니까 국가경제의 파탄을 주민들의 자발적으로 열의를 고조시켜서 타파한다는 목적에 따라 ‘천리마 운동’을 한 겁니다. 최근 상황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강력한 대북 제재가 실행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내부결속을 도모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만리마 운동’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5. 속도전 강조, 생산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당에서 하라고 하면, 주민들은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니까, 그러한 과정에서 일정한 성과가 나타날 순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과는 없을 것이고 열의 또한 고조되진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당국은 지속적으로 속도전을 강조하고 사상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부분을 통한 해결방안이 없는 것이죠.

6. 북한은 70일 전투를 벌이며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연일 선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까?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지금 북한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격’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성과가 나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 국장님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서재평 사무국장과 함께 북한의 ‘만리마 속도’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