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팔리는 상품 게재 北 달력…“경제발전 느껴져”

▲2018년 북한 달력, 최근 음식 및 생활용품을 많이 싣는다고 한다. /사진=강미진 데일리NK 기자

진행 : 새해가 밝았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새로운 달력이 이를 실감나게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2018년 북한에서 발행된 달력을 통해 북한 사회 변화에 대한 이야기 강미진 기자에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새해를 맞아 북한 주민으로부터 무술년 달력을 받았는데요, 음식과 도자기, 영화배우, 자연경치 등 다양한 종류의 달력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성과로 선전하는 화장품과 의약품, 체육기자재생산, 스마트폰 등을 나열한 달력과 여러 모양의 사탕조각들의 사진이 삽입된 달력이 이색적이었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달력을 통해 북한 시장경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 : 북한 달력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 하나하나 소개해 주시죠.

기자 : 네, 어떤 그림이 삽입돼 있는지가 궁금하실 텐데요. 외국문출판사에서 출판한 음식 달력에서는 평양의 대표 음식 평양냉면과 소라 신선로, 칠면조구이와 왕새우찜도 있었구요, 뱀장어구이밥과 검은 찹쌀떡, 소꼬리탕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일반 주민들도 맛 볼 수 있는 칠보산 송이버섯구이와 돼지갈비구이, 전복냉채, 삼겹살 양배추말이쌈이 있었습니다.

달력을 구매한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는 달력에 먹을 것을 많이 삽입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 제가 입수한 2018년 달력에도 먹을 것이 들어간 달력이 3종류나 있었습니다.

▲북한 달력이 다양해지고 있고, 경공업 발전을 시사하는 사진도 삽입되는 추세다. /사진=강미진 데일리NK 기자

진행 : 먹는 음식에 북한 주민들이 관심이 높다는 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또 무엇이 있던가요?

기자 : 네, 북한 출판물수출입사 정평 인쇄소에서 발행한 달력에선 북한 김정은 체제가 성과로 선전하는 봄향기 화장품과 대동강 맥주, 각종 세제와 인삼과 들쭉, 송악 등 여러 종류의 이름난 술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이 수출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또한 달력에 실려 있는 화장품은 한국 상품과 유사해 보이기도 했는데요. 향수, 로션, 립스틱 등은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고려인삼 엑기스와 고려인삼차, 고려인삼 홍삼가루 등 건강식품들도 상표에서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움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김정은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원산 신발공장 제품인 매봉산 구두들도 삽입돼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여름에 즐겨 사용하고 있는 샌들과 남성 정장구두는 한국 상품과 비슷할 정도로 세련돼 보였습니다.

진행 : 북한의 경공업 부분이 이전보다는 많이 발달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는데요?

기자 : 네, 이런 평가는 내부 주민들에게서도 들려옵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평양의 한 주민은 최근에는 달력에 나오는 상품들이 북한 시장에도 등장하고 있다고 하면서 모두 허황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하지만 좋은 평가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도 있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우리는 못 쓰고 먹어도 못 보는 제품을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나라에 판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 :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그렇다면 어떤 달력이 인기가 많나요?

기자 : 네, 각자 취미와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새로운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지 않는 달력을 사려고 한다는 거죠.

제가 북한에 살 때인 2000년대까지는 영화배우들이 게재된 인물화가 가장 인기가 있었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민배우와 공훈배우들이 실린 달력이 가장 잘 팔렸고 주민들이 저마다 구매하려고 했었습니다. 2010년대 초에는 북한 시장에서는 대부분 배우와 풍경화 달력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종류가 많아지면서 다른 달력들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겁니다. 2017년에는 음식 달력과 사탕과자를 비롯한 간식 등이 있는 달력,  그리고 여전히 2017년에도 배우 달력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또 배와 딸기, 복숭아, 포도, 왕다래로 불리는 키위 등 각종 과일을 선보인 달력도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진행 : 현재 북한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달력들의 가격, 어떻게 되는가요?

기자 : 네, 달력이 한창 잘 팔릴 때가 연말과 1월 중순까지인데요, 가격이 최고조에 오른 12월 말에는 달력 하나가 북한 돈으로 2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일부 주민들은 2월에도 달력구매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진행 :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 물가동향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시장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4670원, 신의주 4800원, 혜산 51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700원, 신의주 1800원, 혜산은 181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과 신의주는 8000원, 혜산 802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130원, 신의주 1086원, 혜산은 1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000원, 신의주는 12800원, 혜산 13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휘발유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15000원, 신의주 15500원, 혜산 15400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7600원, 신의주 7400원, 혜산 77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