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대홍수 트라우마…“가뭄 보단 홍수 걱정”



▲지난해 8월 31일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에 홍수가 발생해 두만강변 제방(堤防)이 무너지고 마을이 침수된 모습./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진행 : 북한도 가물(가뭄)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또한 벌써부터 장마를 우려해 살림집 수리에 나서는 주민들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강미진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어제 연락이 닿은 한 북한 소식통과의 통화를 통해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 상품을 조사했는데, 의외의 답이 나왔어요, 시멘트와 못, 그리고 널빤지 등이 잘 팔리고 있다는 거죠. 다름 아닌 주민들이 집 보수를 하기 위해 구매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통상적으로 북한 주민들은 가을(추수)을 마친 후 집 보수를 하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여름에 집을 보수하려고 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홍수피해를 크게 입었던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는데요. 홍수 피해로 집과 전 재산은 물론이고 가족을 잃었던 피해지역 주민들은 가물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도 오히려 장마철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강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좀 높은 지역으로 이사를 하거나 새로 집터를 받아 주택을 새로 짓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해마다 일어나고 있는 홍수피해에 북한 당국이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진행 : 네. 지난해 함경북도 홍수는 전 세계가 주목했었죠, 숱한 생명을 앗아간 대홍수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피해지역 주민들도 걱정이 많을 것 같네요, 불안한 주민들이 집 보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가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아까도 잠깐 언급했다시피 북한 주민들은 집 보수를 여름에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을걷이를 마친 후 했었거든요, 겨울을 뜨뜻하게 나기 위해 집을 보수하는 건데, 최근 진행되는 집 보수는 통상적인 모습과는 좀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집 주변에 도랑을 파고 널빤지로 물도랑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폭우가 쏟아져도 집에 피해가 가지 않게끔 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단층집들의 경우 외벽의 아랫부분을 60cm정도 시멘트로 미장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비가 오면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습기를 막아 외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가물이 심한 상황임에도 주민들이 홍수에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지난해 함경북도 전역을 덮쳤던 대홍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 네. 예년에 비해 심한 홍수피해를 경험했던 주민들로서는 대책마련을 철저히 하려고 하겠죠, 이 때문에 시장에서 시멘트와 널빤지 등이 잘 팔린다는 건가요?

기자 : 네, 소식통에 따르면, 아파트들에서는 평면으로 되어 있는 옥상에 경사도가 낮은 지붕을 만들어 비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해 피해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가을 한밤 중 주민들을 덮친 대홍수에 대한 악몽을 잊지 못하는 주민들의 몸부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민들은 당국의 무능함 때문에 해마다 겪게 되는 물난리에 진저리가 난다는 불만을 보이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으로 시장에서 때 아닌 집 보수와 관련한 자재들이 잘 팔린다는 것이죠.

진행 : 그렇다면 현재 북한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건설자재들의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 네. 현재 양강도 혜산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상원시멘트 1kg의 가격은 1400원이라고 합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시멘트 1kg에 125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회령 소식통은 지난해 가을보다 조금은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갑자기 주민들의 집 보수가 활발해지면서 시멘트나 널빤지 못 등 건설자재를 파는 장사꾼들도 분주한 모습이라고 전했습니다.

양강도 혜산 시장에서 못 한 개가 100원에 판매되고 있고, 회령 시장에서는 1kg당 14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청진제철소 생필직장(생필품을 생산하는 8·3소조)과 김책 성진제강소에서 생산되는 못이 유통되고 있는 건데요. 북한 시장에 유통되는 못들 중에서 판매가 잘 되고 있는 것은 7cm, 5cm짜리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이 집 주변에 물도랑을 파고 외벽에 시멘트로 덧 미장을 한다고 해도 홍수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요? 당국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 소식통도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지적을 했었습니다. 압록강 두만강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서 강가에 사는 주민들은 매년 홍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또 경사진 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지역은 비가 조금만 와도 흙탕물이 집안을 점령할 정도로 큰 피해를 받는데요, 집 옆에 도랑을 파고 물길을 만들어도 쓸어내려오는 흙과 돌멩이들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죠. 결국 집이 허물어지거나 벽체가 물에 쓸려 내려가거나 그러거든요.

산에 나무가 많아야 비가 많이 와도 홍수걱정을 하지 않을 텐데 지금은 나무가 별로 없어서 비가 조금만 와도 길에는 흙탕물이 범람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나무심기를 대대적으로 해서 일부 나무가 심어진 지역들도 있지만, 먼저 식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뙈기밭으로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행 :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 물가동향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 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250원, 신의주 5305원, 혜산 513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2000원, 신의주 2010원, 혜산은 2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10원, 신의주는 8000원, 혜산 807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60원, 신의주 1190원, 혜산은 119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500원, 신의주는 14000원, 혜산 15000원이구요, 휘발유 1kg당 평양 12750원, 신의주 12160원, 혜산에서는 117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9980원, 신의주 10150원, 혜산은 1013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