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200일전투 총화·김정일 사망 기념 한번에 해결”

진행 : 매주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벌써 12월,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되는데요. 70일 전투, 200일 전투 및 당(黨) 대회 등 각종 행사 동원됐을 북한 주민들도 올 한해가 참으로 힘든 시기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12월에도 주민들은 아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강미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모두들 나름대로의 계획과 목표를 실행하느라 바삐 보내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도 올 한해 정말 빡빡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또한 12월은 더 심하죠. 가혹하게도 현실은 주민들에게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12월은 북한 주민들이 연간총화(평가)를 마무리 하는 시기이고 개인적으로도 모든 것을 서로 총화하는 시기이거든요.

그런데다 올해 북한 당국이 강행하고 있는 200일 전투총화가 12월 17일에 끝나게 되잖아요? 여기선 이날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북한 주민들에겐 스트레스가 한껏 쌓이는 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200일 전투의 총화 시점과 관련하여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며 “(김정일)사망일이 겹쳐져 있어 그날 하루로 두 가지 일을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국민통일방송을 듣고 계시는 북한 주민들은 다 아시겠지만 다시 한 번 짚자면 12월 17일은 김정일 사망일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김정은 일가 사망일에 김부자 동상참배와 각종 정치행사들을 진행하게 된답니다. 그러니 북한 주민들에게 12월은 고달픔의 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진행 : 듣는 사람의 마음도 무거워 지는데요. 직접 모든 것을 겪는 북한 주민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은 얼마나 클지 솔직히 짐작이 안 됩니다. 12월,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보내는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일단 한국과 같이 북한 주민들도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엔 더 잘 살아보자는 의미가 담긴 송년회를 한답니다. 다만 12월엔 정치적인 행사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김정일 사망일과 김정숙 생일(24일) 관련 행사들이 대표적인 것인데요. 이런 김정은 일가를 위한 정치행사들은 주민들에게 정신적·물질적으로 부담을 주는 것입니다. 한편 최근 장마당에서는 12월 행사에 맞춰 관련 상품들이 잘 팔려나가기도 해서 일부 상인들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잘 팔리는 상품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진행 : 북한에서도 아르바이트 형식의 일을 할 수 있다니 놀랍네요. 북한 시장화의 진전이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방금 말씀하신 정치행사와 관련한 상품,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 북한 주민들은 12월 두 번의 정치행사를 치르게 되는데요, 좀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김정일 사망일과 김정숙 생일이죠. 두 번의 정치행사에는 꽃이 필수로 등장하게 되는데요, 최근 장마당에서 꽃 장사꾼들이 전보다 많이 보이고 있다고 해요, 꽃 매대들에서는 꽃이 잘 팔리는 시기에 맞춰 중국에서 대량의 생화를 수입해 장사를 한다고 합니다. 또 국내 곳곳에 있는 온실들에서도 생화 생산이 가능해 연말 목돈을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학생, 가정주부, 직장원 모두 누구라 할 것 없이 추모행사와 김정숙 생일 경축 행사에 참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생화만으로도 수요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럴 때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역시 장사꾼들이죠, 일부 장사꾼들은 부족한 생화를 종이꽃으로 대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소식을 전한 북한 주민의 말에 의하면 일부 지역의 간부들은 김정일 동상에 생화를 가져가면 충성심이 높은 것으로 평가해주고 종이꽃을 가져간 주민에겐 충성심이 낮은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일부 주민들은 없는 살림살이를 쪼개 절약한 돈으로 생화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농촌같이 돈이 잘 유통되지 않는 곳의 일부 가정들에서는 주변의 가까운 산에서 진달래를 가져다가 집안에서 키워 생화를 마련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정치행사에 꼭 입어야 하는 한복도 장마당에서 인기라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 왔을 때 한복을 입을 날이 많을 줄 알았는데 웬걸요 7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한복은 딱 한 번 밖에 입어보지 못했답니다. 한복사용을 잘 입지 않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한복을 입을 날이 꽤 많은데요, 소비자 욕구를 잘 파악한 장사꾼들이 연말이면 여러 품종의 한복들을 준비해서 팔고 있습니다.

진행 : 북한 매체를 보면 꼭 행사 때마다 한복을 입고 나오시더라고요, 장마당에서 한복이 잘 팔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겠네요,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는 생화와 종이꽃, 그리고 한복의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요?

기자 : 네. 현재 양강도와 함경북도에서 팔리고 있는 생화 한 송이의 가격은 다리아, 백일홍의 경우 작은 것은 6000원, 큰 것은 만 원, 종이꽃은 900원을 한다고 합니다.

일부 가정들에서는 이렇게 집에서 종이로 꽃을 만들기도 해요, 저도 북한서 살 때 꽃을 만들었습니다. 만들기 쉬운 꽃들이 많거든요, 다리아나 목란도 정말 만들기 쉬워서 꽃종이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답니다. 아마 손재간이 좋아서 꽃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주민들은 시장에 싼 가격으로 내다팔아도 12월 송년준비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복 가격인데요, 한복은 가격대가 다양해요. 종류별로 말씀드리면 비로도 재질의 한복은 한 벌에 20만 원하는 것도 있고 질에 따라 8만 원을 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비로도의 다른 이름은 벨벳인데요,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비로도로 불린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젊은 여성들이 즐겨 입는 대학생저고리인데요, 장마당에선 55만~60만 원을 한다고 하구요, 대부분 여성들이 주로 입는 중국산 한복 120만원을 한다고 합니다. 여러 한복들을 소개했는데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진행 : 네, 저도 방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한국산 한복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맞습니까?

기자 : 네, 맞아요.(웃음) 북한 여성들의 로망, 한국산 한복에 대한 가격소개가 남았는데요, 디자인이나 질에 있어서도 최고라고 평가되는 한국산 한복 가격은 무려 3000달러라고 합니다. 일반 주민들은 3000달러에 한복 한 벌을 구입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겠죠. 하지만 돈주(신흥부유층), 무역관련 일꾼의 아내들은 한국산을 구입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마음 같아선 집에 여러 벌 있는 한복을 북한 여성들에게 보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마음껏 입고 싶은 한국산 한복도 구매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봅니다.

진행 : 네. 저도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장마당에서의 물가동향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 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북한 전체 지역에서 환율이나 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150원, 신의주 5100원, 혜산 52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 1kg당 평양 1050원, 신의주 1010원, 혜산은 1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40원, 신의주 8110원, 혜산은 810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10원, 신의주 1150원, 혜산은 122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000원, 신의주 12600원, 혜산 130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8250원, 신의주 8000원, 혜산에서는 828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000원, 신의주 6100원, 혜산은 6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