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장서 가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은? “수확물 물물교환”

진행 : 매주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가을임을 체감할 정도로 요즘은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는데요, 한국에서는 곱게 물든 단풍명소를 찾아 가을의 향취를 한껏 느끼려는 사람들이 지속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단풍도 구경할 새 없이 동원에 내몰리고 있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 주민들의 꼼꼼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물물교환과 장사에 대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강미진 기자와 관련 이야기 자세히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이야기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이젠 제법 가을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가을임을 알게 하는 단풍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거리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도 가을 단풍을 담은 사진을 볼 수 있더라고요. 직접 산에서 가을을 제대로 즐기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도시 한복판에 있는 전광판으로도 가을을 감상하는 주민들도 있는데요. 이런 한국과 달리 북한 주민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경도 제대로 맛볼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궁금증이 일죠?


북한 주민들에게 이 시기는 부지깽이도 뛴다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가을 농촌동원이 진행되고 있고, 주민들은 또 개인 뙈기밭 농사도 살펴야 되거든요, 거기다 요즘은 함경북도 수해복구로 전 국민이 지원을 하고 있어서 부지깽이도 뛴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민들은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마당 근처에서는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물물교환 장사꾼들로 주민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물물교환으로 구매하는 것이 장마당에서 사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죠.


진행 : 북한 주민들의 물물교환 장사에 대한 이야기,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 네, 북한의 대부분 지역들에서는 가을이면 물물교환으로 자신이 필요한 상품이나 곡물 등을 확보하는 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한두 가지 상품에 대한 예를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양강도에서 주로 생활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자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최근에도 양강도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해온 물물교환 장사로 연간 수익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고 합니다. 양강도 일부 주민들은 지역 특산물인 감자와 함경도에서 생산되는 배를 교환하는 일을 해마다 반복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도 길주에서 들여오는 사과배와 양강도의 감자가 물물교환을 여러 번 걸치면서 일부 주민들은 괜찮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진행 : 들으면서 구미가 당기는 장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감자는 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리고 사과배는 일반적으로 비싸잖아요. 이 두 상품을 어떻게 물물교환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 네, 옳게 보셨는데요. 당연히 싼 감자와 비싼 사과배는 단순하게 물물교환을 하지는 못하죠. 바로 여기서 배율이라는 관념이 나옵니다. 이런 배율도 출발점이 어디인지가 많이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감자 생산지에서 감자를 싣고 사과배가 생산되는 함경북도 길주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을 때와 반대로 사과배를 가지고 감자가 생산되는 양강도 대홍단군으로 이동을 했을 때의 현지 물물교환 배율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죠. 먼저 양강도의 감자가 사과배가 나는 고장인 길주로 이동을 했을 때의 경우를 설명한다면요, 길주 현지에서 물물교환은 감자와 배 1:1로 된답니다. 감자를 가지고 길주로 간 장사꾼들은 양강도에서 500~600원을 하는 감자를 구매해가지고 현지에서 사과배 1kg과 물물교환을 한 후 다시 양강도에 와서 다시 배와 감자를 물물교환을 하게 되는데요, 이 때에는 사과배와 감자의 배율이 1:2가 된답니다. 감자 고장에서는 사과배가 비싸기 때문에 감자 2kg을 줘야 배 1kg을 살 수 있거든요, 이렇게 두 번이나 세 번 정도를 하고나면 일행 3, 4명은 가족의 생계를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는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돈주들이 흔히 이런 방법을 사용하곤 합니다. 


반대로 과일생산을 주로 하는 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로 현지 농장에서 1000원 선에서 판매되는 가격에 현물을 사가지고 양강도에 가서 감자 2:1로 교환을 해가지고 오면 물량이 두 배로 증가되겠죠, 이런 물물교환을 여러 번 하면서 낸 수익으로 곡물이 싼 가격으로 팔리는 가을에 옥수수나 다른 곡물들을 사두었다가 생계에 보태기도 한답니다.


진행 : 네, 정말 북한 주민들도 경제의 묘미를 조금씩 깨닫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저장이나 보관이 어렵잖아요? 이런 제한된 생활환경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북한 주민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도 과일을 신선하게 유지·보관하는 것이거든요, 한국처럼 냉동기(냉장고)가 있고 전기도 불안정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북한 일반 주민들이 이런 것을 완벽하게 갖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안 좋은 환경만 탓하고 있을 북한 주민들이 아니죠, 통상적으로 북한 주민들은 움을 만들어서 감자나 과일을 보관하는데요, 감자는 아무렇게나 굴려도 될 만큼 쉽게 상하지 않은데요, 과일은 반대죠, 알알이 따로 보관을 잘 해야 상품의 가치를 잃지 않기 때문에 보관에도 신경을 써야한답니다. 오랫동안 전력사정이 안 좋은 북한 실정에서 살아온 주민들이 찾은 나름대로의 해법은 2미터 이상의 움을 파고 땅 속에 저장고를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살 때 평안남도에 중국의류 장사를 갔던 적이 있었는데요, 1월 말의 칼바람 날씨에도 움 속에 보관한 사과는 향기도 좋았고 신선해서 먹기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많은 과일들을 보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서 일부 말려서 보관하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맛볼 수 있는 말린 사과가 그 예이기도 하죠.


진행 : 처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물물거래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자가 흔한 고장에서 과일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겠네요.


기자 : 네, 그렇죠. 제가 살던 곳은 고산지대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라 과일이 전혀 안 되는 고장이어서 과일 대신에 다래나 돌배 등 산열매를 따먹기도 하는데요, 물물교환을 이용한 장사가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이 앉은 자리에서 자신들이 농사지은 감자로 싸게 과일을 맛볼 수 있어서 주민들이 좋아하기도 한답니다.


진행 : 물물교환 장사꾼의 활동으로 북한 주민들이 자기 고장에 없는 특산물들을 싼 가격에 맛볼 수 있게 된 거네요. 또한 장사꾼들은 그들대로 이득을 낼 수 있어 서로 생계에 도움을 주고받게 되는 것이고요. 북한 당국에 의지하지 않는 주민들의 모습을 잘 파악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어서 지난주 북한 장마당 물가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105원, 신의주 5120원, 혜산 52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 1kg당 평양 1000원, 신의주 1050원, 혜산은 10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45원, 신의주 8060원, 혜산은 811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00원, 신의주는 1155원, 혜산 1100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1000원, 신의주 10600원, 혜산 105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7500원, 신의주 7750원, 혜산에서는 78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000원, 신의주 6150원, 혜산은 6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