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쌀 국가독점판매제’ 실패확률 크다

▲ 배급을 타기 위해 줄 서 있는 북한 주민들

이번 주 남과 북은 국민들의 주요한 관심사항과 관련된 정책을 각각 발표했다. 남한은 부동산종합대책, 북한은 쌀을 국가에서 독점판매할 것이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남북 주민들의 반응은 일단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남한의 의식주(衣食宙), 북한은 식의주(食衣宙)라고 한다. 그만큼 북한에서는 먹는 문제를 중요시하며, 식량난 이후 주민들의 가장 절박한 요구가 되었다. 따라서 먹는 문제와 관련된 정책의 변화에 민감하다. 이번에 발표된 북한의 쌀 국가독점판매제도의 내용은 무엇이며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예측해보자.

    운영계획

북한의 쌀 국가독점판매 제도는 그 구체적 방식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내외부 소식통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크게 4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 향후 장마당에서 쌀 판매를 금지한다.

▲ 국가배급소 및 국영상점에서 공급자 및 개인으로부터 쌀을 전량 구입(반강제 혹은 강제)한다.

▲ 향후 개인은 국가 배급소 및 국영상점에서만 쌀을 구입해야 한다.

▲ 쌀 가격은 현재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는 낮게 책정된다.

이러한 정책은 9월에 과도기를 거쳐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이라 알려지고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지역에는 ‘10월부터 실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미리 저가(低價)에라도 판매하기 위해 장사꾼들이 쌓아둔 물량을 내놓아 쌀값이 내려가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현상이 포착된다.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이미 쌀 수매작업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회령은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의 고향이라서 특별히 먼저 베푸는 은혜(?)라는 증언도 입수되었다. 북한당국이 마치 시혜(施惠)를 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정책을 실시하는 듯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반응

일단 일반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면해서는 쌀을 싼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장마당에서의 쌀 판매가격은 1kg당 700~850원 정도이며, 국정가격은 2002년 7.1경제 관리 조치 이후 변함없이 44원이다. 하지만 국영상점이 쌀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장마당에서 가서 쌀을 사먹어야 한다.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국가에서 시중의 쌀을 사들여 독점판매를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1kg당 400원 이상은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장마당 가격보다는 낮으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쌀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 장리(長利)로 쌀을 꿔주는 사람, 쌀을 다량 사재기 해놓은 사람 등은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신의주의 한 장사꾼은 “폭동의 조짐마저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책을 오래 전에 실시 예고하면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는지 북한 당국은 1주일 전쯤 전격적으로 각 시군에 전화지시를 내렸으며 이제야 변화 내용을 알게 된 주민들은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향후 전망

1) 단기적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

북한 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당한 인플레이션에 상태에 처해 있는데, 쌀을 사들이자면 막대한 현금을 시중에 풀어야 할 것이다. 현금이 부족하면,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새 화폐를 찍어낼 것이고, 이는 불 난 김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물론 국가에서 구입한 쌀은 곧바로 팔려나갈 것이지만, 초기구입 비용이 만만찮게 소용될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국가의 ‘주민 상대 장사’로 비난받을 것이다.

국가배급체계가 장기화되면 주민들은 국가가 어떤 가격에 쌀을 구입하여 어떤 가격에 판매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 물론 거의 공짜로 들어오는 국제지원식량이 있지만 대체로 살 구입가격보다는 판매가격이 비쌀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 불만이 고조될 것이다. ‘국가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먹고 있다’고 말이다.

이는 남한에서 실시되었던 ‘정부미(政府米) 방출’과는 정반대다. 과거에 남한에서는 농민들에게 정부가 비싼 가격에 쌀을 사들여 이를 정부미라는 이름으로 저장해뒀다가 쌀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면 정부미를 방출, 가격을 조정하는 정책을 썼다. 즉 비싼 값에 사서 싼 가격에 파는 제도여서 시중 쌀값 조정에 성공하고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북한은 싼 가격으로 구입하거나 무료로 지원받은 쌀을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제도여서 주민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3) 북한 내 쌀 유입이 줄어들 것이다.

북한 장마당에 판매되는 쌀의 상당량은 중국에서 수입되어 들어온 것이다. 현재 중국의 쌀 가격은 2위안 4~9마오 정도로 북한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750~850원 정도이다. 현재 북한의 쌀 가격은 700~850원. 중국과 거의 비슷하다. 중국의 쌀 가격이 오르면 북한도 오르는 동반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래서 지난해부터 중국 동북지방의 쌀값이 폭등하자 북한도 올랐다.

여하튼 이렇게 중국에서 들어오는 쌀은 원가는 대략 300~400원으로 추정되는데, 그것을 예전보다 싼 가격에 북한의 국가배급소에 팔려고 하는 어리석은 장사꾼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중간 쌀 무역업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지원해준 식량이 장마당으로 흘러 들어가 판매되는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포대기를 바꿔서 팔겠지만 국가가 지원식량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포착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장마당의 개인이 어떤 은밀한 루트로 지원식량을 빼돌려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방법이 아니라면 북한당국이 대체 어디서 쌀을 끌어모아 주민들에게 팔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4)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배급소의 물량이 충분하지 못해 쌀이 바닥나면 당연히 암시장이 다시 형성될 것이며, 단속이 심할수록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먹고 살려면 주민들은 어떻게든 그 가격에라도 구입하려 할 것이며 이는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단속상황에서도 담대하게 장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걸려도 빠져 나갈 수 있는’ 권력배경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분명히 배급소에서 1인이 살 수 있는 쌀의 양을 한정하겠지만 권력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배급소의 쌀을 선점해 많을 양을 사두고, 이를 암시장에 판매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보다 더욱 간편한 방법으로 더욱 큰 이득을 남기게 된다. 주민들은 쌀이 도착할 날이면 배급소 앞에 진을 쳐야 할 것이다. 대혼란이 예상된다.

5) 결국 쌀의 국정가격만 높여놓고 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끝날 것이다.

공급이 충분치 못하면 사람들은 자꾸 암시장을 찾게 되고, 그런 사람의 수가 늘면 늘수록 단속의 칼날도 무뎌진다. 결국 다시 장마당에 쌀을 내놓고 파는 방식으로 ‘유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미 암시장에서 형성된 쌀 가격이 있기 때문에 장마당에서는 상당기간 이러한 가격이 유지될 것이다. 장사꾼들이 담합하면 이런 높은 가격을 계속 유지하겠지만 북한의 실정상 어렵기 때문에 단속이 완전히 풀리고 다시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서서히 내려갈 것이다.

따라서 배급소는 쌀은 없이 국정가격만 높은 가격에 책정된 채 ‘파리 날리는 꼴’이 될 것이다. 여하튼 시장경제의 원리를 억지로 막으려 하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