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충성자금으로 비자금 조성한 박 모 김정숙군 당위원장

진행 : 국가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상용 기자와 함께 합니다. 이 기자, 오늘은 어떤 사건을 들려주실 건가요?

기자 : 네 양강도 김정숙(신파)군에 거주하고 있는 제보자 김 모 씨가 데일리NK와의 통화를 통해 제보한 사건입니다. 김정숙군 박 모(50대) 당 위원장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군 안의 생계형 외화벌이 수단인 잣을 독차지하기 위해 군 안의 간부들과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진행 : 비리를 폭로하기 전에 먼저 북한에서 군 당 위원장은 어떤 권력을 가진 사람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자 : 북한에서 군 당 위원장은 군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을 일들에 대해 최종 결정할 수 있는 군 안의 최고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시 말하면 군 안의 당, 보위, 보안, 검찰, 인민위원회 등 모든 사법 행정 기관들을 총괄하는 통수권자로서 간부 임명과 해임, 출당, 철직 표창 등 다양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진행 :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이 박 당 위원장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다는 건가요?

기자 : 제보자 김 모 씨에 따르면, 김정숙군에서는 해마다 가을철이면 잣 림지 분할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사건은 2015년 10월 말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군당책임비서(현재 위원장)사무실에서 잣 수확 보고를 받은 박 위원장은 ‘올해는 왜 이렇게 수확이 적나’라며 자기가 직접 실태를 조사해보겠다고 나섰다고 합니다. 이후 군 보안서(경찰) 군견대를 이끌고 야밤에 잣을 지키는 사람들의 오두막 수색작전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당시 박 위원장과 함께 동행하면서 이 광경을 목격한 한 간부는 그때 상황을 ‘자다가도 경악할 일’이라고 회고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늙은이들과 어린애들만이 생활하는 조그만 오두막에 사냥개를 집어넣어 잣 수색을 했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 어린아이까지 사냥개에 물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개에 물린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숨겨 놓은 잣을 내놓으라고 강요만을 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박 위원장 본인이 직접 신발 신은 채 그들의 잠자리에 올라가 잣을 숨겨놓은 곳을 찾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박철호 위원장은 이름이 아닌 ‘잣 철호’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김정숙군 주민들도 모두 이 같은 만행을 알게 됐다는 말입니다.

진행 : 박 위원장이면 군에서는 이미 모든 걸 다 가진 최고 권력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잣에 집착하는 건가요?

기자 : 네 김정숙군은 북중 국경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함께 잣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중국과의 밀무역을 통해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인데요. 잣 임지 확보에 따라 잣을 확보할 수 있는 양이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또 외화 확보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올해도 박 위원장은 어김없이 자신의 승인 없이는 잣 임지 분할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잣 임지 확보가 곧 돈이라며 만사를 제쳐 놓고, 잣 임지와 수확량 확보를 위해 9월 중순부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화가 부족한 북한에서 잣 임지 확보는 단순한 경제적인 실무사업이 아니라 충성도를 가르는 척도로 평가됩니다.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당국에 상납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연유로 자연이 주는 외화원천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입니다.

진행 : 박 위원장의 집착으로 인해 애꿎은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이 정도라면 그 밑에 있는 간부들도 고통을 받고 있지 않을까요?

기자 :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9월, 박 위원장은 양강도당에서 진행하는 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와보니 군 당 부위원장이 잣 임지 분할 결정을 다 해놓고 발표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에 화가 난 박 위원장은 부위원장에게 명단을 취소하라고 하고는 자기가 직접 잣 밭 분할 명단을 작성해 부위원장이 진행한 사업을 뒤집어 놓았는데요. 말 그대로 많은 간부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는 겁니다.

진행 : 착실하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고 있는 거군요. 이를 이용한 비리 문제는 또 없을까요?

기자 : 네. 지난 2015년 1월 박 위원장은 군 외화벌이사업소 지배인 김 모 씨와 결탁해서 잣으로 벌어들인 외화를 자신의 비자금으로 만듭니다. 심지어 혜산시 김 부자 동상건립과 관련한 군내 인민들의 충성의 자금을 중간에서 빼돌리기도 했죠.

그러다 박 위원장의 비자금을 마련해주던 외화벌이 사업소 지배인이 도 검찰소에 고소를 당하는데요. 박 위원장의 비리를 항상 주시하고 못 마땅하게 여기던 부 위원장이 2015년 1월 중순 박 위원장과 이 지배인을 함께 고소했던 겁니다.

그러나 도 검찰소는 당의 위상을 고려해 박 위원장은 구속하지 않고, 외화벌이 사업소 지배인만 구속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지배인 자택을 수색했다고 합니다. 결과 북한에서 최고액권인 5000원짜리 지폐가 가득 담긴 4개의 마대자루가 나왔다고 합니다.

진행 : 어떻게 보면 ‘검은 돈’의 실체가 나왔다고 할 수 있는 건데, 이 지배인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나요?

기자 : 자신의 심복이 처벌 받게 그냥 놔둘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박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합니다. 본인 지시로 김 부자 동상건설에 보낼 자금을 미리 은행에서 출고해놓았다고 보증을 섰다고 합니다.

또한 법 기관들도 합세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김일성-김정일 기금사업에 많이 참여했다는 점, 초범이라는 점, 군 당 위원장이 당성을 보증한다는 이유로 2015년 6월 초에 풀려나게 됐다고 합니다. 대신 애꿎은 외화벌이 사업소 통계원이 구류장에 구속됐다는 겁니다.

진행 : 그럼 이후 박 위원장을 고소했던 부위원장에 대한 보복은 없었나요?

기자 : 박 위원장은 자신을 고소했던 부위원장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도당 조직부와 간부부의 간부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인사 조정이 이뤄지도록 강압을 넣습니다. 그래서 부위원장 자리에서 쫓겨나게 만든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박 위원장은 군당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노골적으로 “누구든지 허위 자료를 갖고 자신을 잡으려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불을 지른 놈이 그 불에 타죽게 만들겠다”며 간부들을 협박했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박 위원장의 권세는 더욱 치솟았고, 김정숙군에서는 박 위원장의 말이 곧 법이 됐다고 제보자는 설명했습니다.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