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여성, 자유분방 리설주 영향 받아 화려한 패션 뽐내”

김정은 시대 북한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패션’ 문화는 그중 하나다.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이 세련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모습은 주로 북한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김정은 부인 ‘퍼스트 레이디’ 리설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리설주의 공식 등장 이후 그의 자유로운 패션스타일은 북한 여성들의 이목을 끌어 ‘따라하기 열풍’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전에는 화려한 옷들도 평범하게 수선해 입던 여성들이 이제는 세련된 옷에 하이힐까지 신게 됐다고 한다. 또한 당국이 옷차림을 단속이라도 하면, 이들은 “리설주 동지도 짧은 치마를 입는데, 우리는 왜 안되나”라며 따지기도 한다는 게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이외에도 리설주가 착용하는 유명 브랜드의 ‘짝퉁’ 제품은 중국으로부터 밀수입될 정도로 북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때문에 반지나 목걸이, 팔찌 등의 액세서리도 북한에서는 겉모양은 중국산으로 포장하고, 속 제품은 한국산으로 바꿔서 수입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평양 시내를 활보하는 여성들은 블라우스나 허리라인이 살짝 들어간 셔츠, 혹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마나 화려한 원피스 등을 입는다. 뿐만 아니라 형형색색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과, 굽이 높고 세련된 하이힐을 신은 모습들도 눈에 띈다. 당국은 이제 옷차림에 대한 단속을 심하게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들이 입는 옷 대부분은 시장에서 거래된다. 대부분 한국·중국·일본산(産)인데, 그 중 한국산이 제일 인기있다고 한다.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산 중고의류들도 한국산으로 둔갑돼 판매되기도 한다고 내부 소식통은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당국이 한국산을 통제하고 단속하는 탓에 상인들은 상품에 붙은 한국 상표를 잘라 버리고 판매하는 방법을 선택한다고 한다.

한창 더운 날씨인 7월에 방문했던 터라 북한에서 ‘싼다’로 불리는 샌들을 신은 여성들의 모습도 흔히 보였다. 이는 비단 성인여성 뿐만 아니라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한 학급에 있는 여대생들 대다수가 샌들을 신은 모습이었는데, 색과 디자인도 매우 다양했다. 

북한은 예전에는 학교에서 교복과 함께 신발(구두)도 공급해줘 대부분이 똑같은 신발이었지만, 이제는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각자 개인의 취향에 맞는 신발을 신는다고 한다.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로 추정된다. 오른쪽에 있는 학생이 착용한 교복은 지난해 2월 바뀐 북한의 새 교복이다. 북한 당국은 기존의 것보다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색깔도 밝아 주위 환경도 더 환해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왼쪽에 있는 여학생은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다.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옷차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혀 아니다. 북한에서 특히 여자가 무릎위로 올라오는 ‘반바지’를 입는 것은 단속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6부 이상의 바지를 착용해야 한다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에는 개의치 않고 편하게 입고 다니는 모습이다.

한편 소학교 학생들이 교복 위에 캐릭터 가방을 매거나 알록달록한 신발, 레이스가 달린 양말을 신은 모습들이 거리 곳곳에서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 한국의 초등학생들과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 이들 역시 한류(韓流)열풍에 어느 정도 맞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진 속에서 본 세련된 모습의 주민들과 위 사진 속 주민들의 옷차림에서 비교해 볼 수 있듯 평양 내에서도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상류층·부유층은 한류 열풍을 즐기고, 리설주를 따라하는 등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일반 주민들은 헐렁한 옷과 신발을 신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은 ‘사치’에 불과할 뿐이라고 탈북민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