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멈춰선 궤도전차 옆에 黨 간부 ‘아우디’ 포착”

북한에서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 수단은 자전거다. 각 가정마다 최소 한 대에서 많게는 식구 수 대로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개인 자동차를 구매할 능력이 있는 특권층 또는 노동당(黨) 간부가 아닌 이상, 평양에 사는 주민들에게도 여전히 자전거가 더 익숙하다. 지하철은 평양 중심부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전차는 잦은 정전에 멈추기 일쑤라는 점도 주민들이 자전거를 선호하는 데 한 몫 한다고.

한편 사진 속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하는 주민들의 모습 뒤로 김일성·김정일화(花)를 키우고 있는 온실(빨간 원)이 보인다. 각각 자주빛과 붉은빛을 띠는 두 꽃은 ‘혁명의 꽃’ ‘불멸의 꽃’ 등으로 불리며 북한에서 체제 선전에 활용되고 있다.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이지만, 이 두 꽃을 재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온실만큼은 사시사철 가동된다고 한다.

선글라스를 끼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의 모습 뒤로 미래과학자거리의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2014년 김정은의 치적 선전을 위해 건설된 건물들이다. 다리 너머로 보이는 배경 등으로 유추해 볼 때, 여성이 건너고 있는 다리는 ‘충성의 다리’인 것으로 추정된다. 1983년 9월 6일 완공된 이 다리는 대동강을 가로질러 평양과 개성간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리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평양의 대표적인 대외선전지역으로 꼽히는 통일거리, 락랑구역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어딘가로 향하는 한 북한 주민. 남성의 옷차림과 자전거의 형태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흙길이 마치 한국의 1950, 60년대를 연상케 한다.

한편 북한에서 자전거는 비단 일상의 대중교통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각 지역에서 생산한 곡식은 물론, 타 지역에서 유통되는 상품을 자전거에 싣고 북한 곳곳의 상인들에게 운반해주는 이른바 ‘달리기꾼’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북한 사회에서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신종 직업인 셈이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주민들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자전거 타는 데 싫증이 나지만 아직 자동차까지 구매할 능력이 없는 간부나 돈주(신흥 부유층)를 중심으로 오토바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평양 중심가에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차들이 오가고 있다. 도시 곳곳에 교통단속카메라(빨간 원)가 설치돼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다만 이 카메라가 단속하는 건 비단 과속 자동차만이 아닌 듯하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평양 전역에 교통단속카메라를 포함한 감시카메라(CCTV)를 설치하고 북한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때때로 평양에선 출·퇴근 시에 교통체증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양은 차 없는 거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 사진에서도 교통단속카메라(오른쪽 빨간 원)를 발견할 수 있다.

도로 한 복판 가로등을 밝히기 위해 설치돼 있는 태양열판(왼쪽 빨간 원)도 눈에 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그나마 전기가 자주 들어온다는 평양에서도 여전히 태양열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선전하는 ‘강성대국’이란 구호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북한의 시장화가 가속화되면서 적어도 과거처럼 ‘굶어죽는’ 일은 없다는 말이 나오지만, 역으로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역별 빈부격차는 물론, 평양 내에서도 간부와 일반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천지차이다. 위 사진 역시 평양의 빈부격차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평양 주민들이 이용하는 낡은 ‘궤도 전차’와 북한 노동당 간부들이 타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급 승용차 ‘아우디(Audi)’가 나란히 지나가고 있다.

궤도 전차의 경우 주로 평양 외곽의 주민들을 평양 중심으로 수송하고 있다. 평양 시내 지하철이 대동강을 건너지 않고 오직 평양 중심부만 순환하는 데 대한 보완책인 셈이다. 사진 속 전차는 ‘서평양-락랑’ 노선을 오가고 있지만, 이 외에도 송신-팔통교 노선, 락랑-문수 노선 등 여러 길이 뚫려 있는 상태다. 하지만 북한의 잦은 정전으로 인해 열차가 이동 중 멈춰 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전차 옆을 지나는 고급 승용차 아우디는 ‘07’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고 있다. 고위 탈북민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에서 직접 관리하는 차량의 번호판은 ‘02’에서부터 ‘07’로 시작한다. 이 차의 소유주 역시 북한 노동당 간부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유난히 ‘벤츠’ 승용차를 좋아했던 김정일이 자신의 측근들에게 본인 명의의 벤츠 차량 한 대씩을 선물해줬다는 증언도 나온 바 있는데, 이제는 벤츠를 넘어 아우디까지 북한 간부들의 ‘애마’가 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