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 軍·공안기관에 “지원米 오니, 조금만 기다려라”

북한은 노동신문과 방송을 통해 함경북도 지역 큰물피해 상황을 매일같이 전하면서 ‘200일 전투의 주 타격방향이 함북 수해복구’ ‘날마다 기적과 혁신 창조’를 선전하고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도로·철도와 우상화 사적지 및 살림집 복구사업은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겠지만, 왜 식량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확을 보름 앞둔 논과 밭들이 휩쓸려 내려가 쭉정이마저 건질 수 없는 상황이 뻔히 보이는 데도 말이다.

그러면서 외부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북한 당국이 직접 유엔과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호소하는가하면 각급 무역회사에겐 ‘식량해결이 가장 선차적 과업’이란 방침까지 하달한 것이다. ‘피해 실상을 부풀려 연출하라’는 지시까지 하달됐다고 하니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다.

지금껏 유엔 대북 제재에 맞서 ‘자강력’ 정신을 독려해왔던 북한 당국이지만, 식량 문제에 있어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일까?

요즘 일각에서는 수해관련 대북지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북 제재와는 별도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식량이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면 앞장서 진행해야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필자의 고향도 대재앙 피해를 당한 북부 지역이다. 그곳에 계신 부모님과 형제들을 생각하면 누구보다도 식량 지원을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날 경험으로 비춰볼 때 식량이 우리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 진다.   

최근 북한에서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일반 주민들보다 함북 주둔 9군단과 국경경비대, 그리고 공안기관(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성)들에서 더 안달이라고 한다. 적은 양의 강냉이밥을 하루 두 끼밖에 먹지 못해 항상 불만을 내포하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당국자들은 “조금만 참으라, 지원미(米)가 곧 도착한다”며 우는 애 달래듯 말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안기관 가족들에까지 이 같은 지시가 내려져 식량배급 대기 중에 있다고 한다. 부대와 공안기관 화물차량들은 군(軍) 번호판을 사회농장 번호로 교체한 뒤 청진과 나진항 근처에 이미 대기 중에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협동농장 논과 밭은 모조리 파괴돼 군량미를 거둬들일 수 없는 상황이고 보니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미가 도착하면 함북 지역 군부대들과 공안기관에 먼저 풀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이야 아우성치든 말든 군대와 보안성, 보위성 요원들만이라도 식량을 충분히 공급해 공안 통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의 편파적인 식량공급 방침이 9군단과 공안통치기관들에 하달되다 보니 피해지역 일반 주민들에게는 식량 지원은 당연히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군대와 공안기관을 우대했던 김정일 때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당국의 행태를 수없이 지켜본 주민들은 이미 “지원미가 우리 같은 백성에게 차려진 적 있냐. 바라지도 않는다” “아직도 그걸(배급) 바라는 사람은 1등 바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해지역 주민에 쌀 지원을 주장하는 단체나 정치인들은 “전혀 덕을 본적 없다”고 말하는 주민들의 솔직한 목소리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식량이 군부나 공안당국의 주민통치를 노린 군량미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하지 않으면 김정은 통치 자금 차단에 대한 설득력도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