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해 주민 고통 눈감는 反인민 지도자로 남을텐가

북한에서 폭염이 물러가나 싶더니 바로 물난리가 터졌다. 8월 말 북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동네 하나가 완전히 없어지기도 했다. 또한 두만강 제방이 무너져 내려 숱한 살림집들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나아가 양강도 혜산시 도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아파트 붕괴사고까지 발생했다. 북한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전당, 전민, 전군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인력에 의존하는 복구 작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는 이번 수해 피해 지역 사진을 공개하면서 외부 지원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50여 년 만의 대재앙에도 ‘인민애 선전과 통치자금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 한결같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북한이 고향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주민 피해가 걱정이 되긴 한다.

집과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주민들 안타까움은 더할 나위 없겠지만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주민들이라고 할지라도 앞으로의 생계가 걱정이다. 당장 추수를 앞둔 벼와 옥수수는 물론 갓 심어놓은 김장용 배추, 무 마저 흔적 없이 사라졌을 테니 말이다.

북한 주민에 있어 가을철 무, 배추는 ‘반년 양식’이라 할 만큼 알곡 못지않게 중요하다. 때문에 김장철이면 세대별로 배추와 무를 적어도 300kg 정도는 장만해놔야 한시름 놓는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가을철이면 ‘무, 배추 전투’란 용어가 나돌 정도다.

협동 농장들에서는 인근 군부대에게 ‘군량미’ 명목 식량과 함께 겨울 김장용 채소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수해로 알곡은커녕 채소마저 낭패를 봤으니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일반 주민들이 져야 할 것이다.

배추 한 포기 때문에 주민과 군인들이 사투를 벌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동안 자그마한 개인텃밭의 몇 포기 배추 놓고도 도적으로 변한 군인들과 주민 간의 싸움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 당국이 내놓을 방책은 뻔해 보인다. 이번 재난을 타개하기 위해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인민군대 지원’이란 명목으로 매 가정에서 김치 몇 포기씩 거둬가는 손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다.  

만약 남한에서 폭우로 인한 주민 피해가 발생했다면 당국의 책임론, 피해보상 문제를 놓고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폭우로 인한 수해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비 탓’으로 돌리고 만다. 본인들이 물 관리를 제대로 못해 피해를 확산시켰는데도 말이다.

나아가 인민지도자를 자청하는 김정은은 수백 명의 인명피해에도 현장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북한 매체는 지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피해지역에 어쩌다 나타나기만 해도 선전매체들은 일제히 ‘원수님의 은정어린 현지시찰’로 앞 다퉈 선전할 것이다.

특히 김정은의 행보는 오히려 수해 지역 주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5차 핵실험을 강행, 국제사회의 지원 가능성을 스스로 뭉개버렸다. 김정은은 인민의 아픔을 외면하는 반(反)인민적 지도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손을 잡는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