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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가화만사성’ 족자 유행의 부작용…“추석날 부부싸움 화근”

소식통, “남편들, 가난에 추석 제사상 못 차린 아내에게 ‘가정 해치지 말라’ 구박”
설송아 기자  |  2017-10-06 13:45

최근 북한에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족자가 유행하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가화만사성’ 족자는 액운이 물러가고 행운을 간절히 바라는 부적이나 같은 의미”며 “올해도 주민들은 추석을 맞아 ‘가화만사성’ 족자를 10~15달러에 구매한 후 걸어놓고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여성 주부들은 햇곡식과 산적을 부쳐 조상묘에 올리고 ‘액운이 물러가고 돈벌이 길이 열리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며 향불에 술을 돌린다”며 “밖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은 조상이 막아주고 집터의 액운은 ‘가화만사성’ 족자가 막아주면 돈벌이 행운이 온다고 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석날 족자가 집안에 걸리면 집터에 돈이 붙는다고 인식해 일반주민들도 돈을 모아 구매하고 있다”며 “신혼부부 집들이에 결혼을 축복하는 의미로 선물해왔지만, 지금은 상인들 간 장사부흥을 기원하고 싶을 때나 추석 등 민속명절을 맞아서도 주고받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화만사성은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한자성어이지만, 북한에서는 뉘앙스가 묘하다.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집안에 돈이 있어야 부부가 화목하고 명절날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

가정의 미래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는 북한 주민들이 수년 째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보다 ‘가화만사성’ 족자를 가보(家寶)로 여기는 모양새다. 

소식통은 “이 같은 유행엔 아무것도 책임져 주지 않은 당국에 대항해 우리 가족끼리는 잘 뭉쳐야 한다는 이른바 ‘자력갱생’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가화만사성’ 족자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북한 당국은 사회 세포조직인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부흥한다며 ‘가화만사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시장화 진전으로 여성들이 활발한 장사활동을 진행하면서 이혼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북한 당국에 의해 의미가 변질되기 시작됐다. 세대주인 남성들에게 배급도 공급하지 못하면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모든 가정 문제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지적이다.

소식통은 “여성들의 시장 활동을 당연한 역할로 인식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면서 “만약 돈을 잘 벌지 못한다면 가화만사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폭력대상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추석을 비롯한 민속명절엔 이런 현상이 심화된다.

소식통은 “가난한 집 남편들은 추석날 제사상을 제대로 못 차린 아내에게 ‘가화만사성은 여자(아내)가 돈 벌어 집안이 잘 살아야 이루어지는 것인데 구실 좀 하라’고 구박하고 있다”면서 “화가 난 아내들은 ‘가난한 게 여자 탓이냐, 남자도 돈 벌어야 한다’고 남편에게 화를 내다 (남편의)폭행으로 눈물짓는 추석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석날 부유층은 택시를 불러 가족 나들이를 즐기고 있지만, 가난한 주민들은 벌초 후 술 한잔 붓는 정도”라며 “가난할수록 주부들은 술에 취한 남편으로 공포에 시달리는 하루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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