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장들, ‘北노동자 고용 중단’ 통보…北외화벌이 ‘빨간불’”


▲중국 지린성 투먼(圖們)시에 위치한 중국 의류공장 중소기업부가화지. 지난해 데일리NK 취재팀과 접촉한 이 공장 관계자는 근로자 중 90% 이상이 북한 노동자들이라고 증언했다. / 사진=데일리NK 특별취재팀

중국 공장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신규 대북제재결의 2371호에 따라 더 이상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북한 무역회사들에 공식 통보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노동 인력을 가장 많이 수입하던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이 안보리 결의 채택 후 일주일 만에 제재 이행에 착수하면서, 노동자 송출을 통한 북한의 외화벌이에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중국 대북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오늘(10일) 중국 지린(吉林)성에 있는 일부 공장들이 앞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북한 무역회사 측에 통보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중국 공장 관리인이 북한 측 노동자 송출 담당자와 신규 근로 계약 체결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자리에서 갑작스레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에 북한 무역회사와 근로 계약을 맺어왔던 일부 중국 공장들 역시 제재 이후부터는 더 이상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북한 무역회사는 3년 단위로 노동자들을 해외 공장에 파견한 뒤, 계약 기간이 끝날 때즈음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새로 선발한 인력을 다시 파견하는 식으로 계약을 연장해왔다. 중국 공장들도 자국 노동자들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 노동자들을 선호해 큰 문제 없이 북한 측과 근로 계약을 연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제재 시행 이후 북한 노동자 고용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공장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당연히 근로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 믿고 있었던 북한 무역회사들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훈춘(琿春)공업단지만 하더라도 작년에 북한 노동자 6000여 명을 고용했고, 올해는 8000명까지 인원을 늘리기로 했었다”면서 “하지만 신규 대북제재에 북한 노동자 송출 제한이란 파격적인 조치가 포함되면서 (훈춘공업단지의) 인력 확충 계획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 인력 수입 중단 움직임이 지린성 등 일부 지역 공장들에 국한된 것인지, 혹은 중국 전역 공장들에서도 감지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당국이 그 어느 때보다 신규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발빠르게 나서는 모습으로 볼 때, 북한 노동자 고용 중단 조치가 조만간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중국 도문조선공업원에만 북한 노동자 15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중국 당국이 북한의 ‘제재 우회’를 허용하지 않고 원칙대로 결의를 이행한다면, 노동자 송출을 통한 북한의 외화벌이도 짧으면 2, 3년 안에 대폭 축소될 수 있다. 이미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가 수만 명에 달하는 만큼 신규 채용 중단이 외화벌이 ‘동결’일 뿐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북한의 노동자 파견 기간은 대체로 계약별 3년이기 때문에 계약 연장이 없는 한 그만큼 외화벌이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북한 당국은 체류 기간이 만료된 파견 노동자들의 귀국 날짜를 연기하고, 현지에서 다른 외화벌이 방법을 강구하라는 지시까지 하달하고 나섰다. 앞서 데일리NK는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고용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부업에라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소식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귀국 기다리던 北 노동자, 돌연 中서 부업 나서야 하는 이유)

물론 중국 당국의 대북제재 이행 속도에 당혹스러워하는 건 현지 공장들도 마찬가지다. 그간 북한 노동자 고용으로 인건비를 줄여왔던 중국 공장들은 신규 제재로 인한 인건비 출혈에 적잖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북3성(랴오닝(遙寧)·지린·헤이룽장(黑龍江))에 위치한 현지 공장들 상당수는 전체 공장 근로자 중 90%에 달하는 인원을 북한 노동자들로 채워온 만큼, 북한 노동자 채용 중단 조치로 지역경제가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중국 공장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 노동자들을 더 이상 고용하지 못할 시 지역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중국 당국의 대북제재 이행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당분간 지역 경제가 침체되더라도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 의혹부터 씻어내려는 게 중앙 정부의 생각이 아닐까 한다”고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르 정부도 안보리 결의 2371호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요청 승인을 중단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VOA)이 11일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체류허가 갱신을 중단하는 한편,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북한 노동자들이 점진적으로 카타르를 떠나도록 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유럽연합(EU)도 10일(현지시간)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에서 “북한이 해외로 송출한 노동자를 귀환시키는 외화수입을 억제하는 등 유엔 결의의 다른 제재 내용도 신속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엔은 2015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중동 등에 파견한 노동자가 5만 명 이상으로 연간 23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인원까지 합하면 약 10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전 세계 40여 개 국에 파견돼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